교묘해질 영공 도발 대비 치밀한 절차·과학적 증거 확보 중요
남방 확장된 KADIZ 관리 위한 정보감시정찰 자산 확충해야
미·중·일·러와 국방외교력 강화…스텔스·무인기 대비도 필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주변국 군용기들의 활동이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KADIZ가 2013년 확장된 이후 중국 군용기의 무통보 진입이 증가하더니, 올해 2월에는 울릉도-독도 사이까지 진입했고, 급기야 7월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우리의 경고사격 및 군사·외교적 항의가 있었음에도 지난달 또다시 무단으로 진입했다. 외교적 갈등을 야기하면서도 빈번해지는 KADIZ 진입은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의도된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지난 수년간 외교·안보·경제 분야 정책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세적 군사전략을 지속해 왔다. KADIZ에서의 비행영역 확대를 그들이 설정한 제1, 2도련선 내 능력을 강화해 ‘반접근·지역거부(A2AD)’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길 것이다. 아울러 한·미·일 군사기지 정보 및 대응능력을 점검할 수도 있기에 진입 빈도와 경로를 다양화할 것이 자명하다.
러시아에게도 KADIZ는 그동안 축소돼 왔던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서방국가의 관심을 동아시아로 분산시키기 좋은 대상이다. 한국 및 주변국의 방공작전 능력을 평가함과 동시에 중·러의 군사협력에도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일본은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문제가 적었으나, 작년 12월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서 경험했듯이 배타적 경제수역(EEZ), 대륙붕 등 자국의 해양 이익 수호를 위한 공중 활동은 신중한 경계가 요구된다. KADIZ는 이처럼 각국의 의도를 표출하기에 매우 접근이 용이한 공간이 되고 있다. 즉 영공과 달리 국제법적 구속이 크지 않은 KADIZ의 성격상 ‘자유항행’을 되풀이하며 그 빈도와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변국 군용기의 활동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현재와 같은 우리 군의 강경한 조치가 유지돼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일본·유럽·캐나다 등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있는 많은 나라도 전투기가 긴급출격해 대응하는 모습은 우리와 유사하다. 공중 상황은 초당 200~300m를 비행하는 군용기의 특성상 적정 거리의 대응 공간이 없다면 바로 영공에 접근할 수밖에 없고, 파급력이 큰 군용기의 특성상 작은 실수도 자칫 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북 상황에서 군사분계선(MDL) 북쪽에 전술조치선(TAL)을 두어 미식별 항적이 침범하기 전에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경고사격을 하며 강력하게 대응한 것은 합당하다고 평가된다. 무통보 진입에 대해 긴급출격과 채증 및 항의 이상의 대응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영공 침범 행위에 대해 적법한 대응으로 한 단계 높은 의지를 현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KADIZ 진입과 영공 인근에서의 비행이 보다 교묘해질 것인데 우리의 대응 역시 치밀한 절차와 과학적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 소수 군용기의 KADIZ 인근 비행은 도발보다는 그들의 영향력 과시와 정보 획득을 위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 역시 JADIZ 진입 군용기에 대해 우리와 유사한 대응을 하면서 방위성 보도자료를 통해 진입 항적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데 이를 외교적 문제로 확대시켜 더 큰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도에 말리지 않고 상황별·규모별 세부 절차를 마련해 대응하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둘째로, 우리의 영공은 의지만이 아니라 능력에 의해 지켜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3년 12월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으로 우리 군은 제주도 남방 구역에서 영공 수호를 위한 완충 공간을 확보하고 남방 해상교통로와 항로 보호 등의 이점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선포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확장된 공간을 실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능력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현재 지상 레이더와 항공통제기(E-737) 등이 해당 지역에 대한 항적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 레이더의 경우 지구 곡면율(曲面率)로 인한 탐지 사각 지대가 생기게 되고, 항공통제기 역시 제한된 운영 대수로 인해 내륙 상황이 우선될 수밖에 없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감시체계 유지가 어렵다.
실제로 KADIZ 확장은 능력보다는 의지를 선포한 것이라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수 없는 주변국이 여러 형태의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상 레이더 능력 강화 및 공중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의 지속적인 확충으로 의지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구현하여 실효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유념할 사항은 국방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KADIZ는 미군이 최초 선포한 후 한국이 69년간 실효적으로 통제해 온 공역으로 한·미의 일치된 인식이 있었음은 물론 중국·러시아·일본도 인정해온 영역이다. 우리는 중국 북부전구 및 일본 서부항공방면대와 연락체계를 구축해 우발상황 방지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 왔다. 2014년 합의된 한·일 간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가 운용되고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KADIZ가 남쪽으로 확장된 이후 중국 동부전구 항공기의 진입이 잦아지고, 러시아 군용기의 활동이 증가한 것은 과거와 대비해 달라진 모양새다. 한미의 공동 대응은 물론 한·중, 한·일, 한·러 고위급 군사교류 복원과 확대, 정례회의를 통해 연락망 구축과 쌍방이 인정하는 대응 절차 마련 등 충돌 방지를 위한 국방외교적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단기술력을 통해 억제력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강도나 도둑을 막으려면 순찰을 강화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관할 구역에 체공 항공기가 많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또한 우리의 대응도 손쉬울 수밖에 없다. 단순한 상황이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제주도·이어도 주변에 훈련할 수 있는 공역을 확장해 체공 항공기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주변국은 스텔스전투기, 무인전투기 등 다양한 첨단 무기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갈등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도 이어도 남단 지역에 대해 감시가 제한되는 현실에서 레이더 탐지 확률이 낮은 스텔스기나 무인기가 다수 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양한 위협이 우리 안보를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EEZ와 함께 KADIZ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 군의 능력을 시험받는 무대이자, 군의 주도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 군은 힘으로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지침을 통해 전방위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확고한 방위 역량을 제시한 것처럼, KADIZ에서의 빈번한 진입 상황이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고 적법하게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감시정찰 전력과 군사외교적 노력, 우리의 의지를 명확하게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교묘해질 영공 도발 대비 치밀한 절차·과학적 증거 확보 중요
남방 확장된 KADIZ 관리 위한 정보감시정찰 자산 확충해야
미·중·일·러와 국방외교력 강화…스텔스·무인기 대비도 필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주변국 군용기들의 활동이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KADIZ가 2013년 확장된 이후 중국 군용기의 무통보 진입이 증가하더니, 올해 2월에는 울릉도-독도 사이까지 진입했고, 급기야 7월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우리의 경고사격 및 군사·외교적 항의가 있었음에도 지난달 또다시 무단으로 진입했다. 외교적 갈등을 야기하면서도 빈번해지는 KADIZ 진입은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의도된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지난 수년간 외교·안보·경제 분야 정책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세적 군사전략을 지속해 왔다. KADIZ에서의 비행영역 확대를 그들이 설정한 제1, 2도련선 내 능력을 강화해 ‘반접근·지역거부(A2AD)’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길 것이다. 아울러 한·미·일 군사기지 정보 및 대응능력을 점검할 수도 있기에 진입 빈도와 경로를 다양화할 것이 자명하다.
러시아에게도 KADIZ는 그동안 축소돼 왔던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서방국가의 관심을 동아시아로 분산시키기 좋은 대상이다. 한국 및 주변국의 방공작전 능력을 평가함과 동시에 중·러의 군사협력에도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일본은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문제가 적었으나, 작년 12월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서 경험했듯이 배타적 경제수역(EEZ), 대륙붕 등 자국의 해양 이익 수호를 위한 공중 활동은 신중한 경계가 요구된다. KADIZ는 이처럼 각국의 의도를 표출하기에 매우 접근이 용이한 공간이 되고 있다. 즉 영공과 달리 국제법적 구속이 크지 않은 KADIZ의 성격상 ‘자유항행’을 되풀이하며 그 빈도와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변국 군용기의 활동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현재와 같은 우리 군의 강경한 조치가 유지돼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일본·유럽·캐나다 등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있는 많은 나라도 전투기가 긴급출격해 대응하는 모습은 우리와 유사하다. 공중 상황은 초당 200~300m를 비행하는 군용기의 특성상 적정 거리의 대응 공간이 없다면 바로 영공에 접근할 수밖에 없고, 파급력이 큰 군용기의 특성상 작은 실수도 자칫 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북 상황에서 군사분계선(MDL) 북쪽에 전술조치선(TAL)을 두어 미식별 항적이 침범하기 전에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경고사격을 하며 강력하게 대응한 것은 합당하다고 평가된다. 무통보 진입에 대해 긴급출격과 채증 및 항의 이상의 대응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영공 침범 행위에 대해 적법한 대응으로 한 단계 높은 의지를 현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KADIZ 진입과 영공 인근에서의 비행이 보다 교묘해질 것인데 우리의 대응 역시 치밀한 절차와 과학적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 소수 군용기의 KADIZ 인근 비행은 도발보다는 그들의 영향력 과시와 정보 획득을 위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 역시 JADIZ 진입 군용기에 대해 우리와 유사한 대응을 하면서 방위성 보도자료를 통해 진입 항적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데 이를 외교적 문제로 확대시켜 더 큰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도에 말리지 않고 상황별·규모별 세부 절차를 마련해 대응하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둘째로, 우리의 영공은 의지만이 아니라 능력에 의해 지켜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3년 12월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으로 우리 군은 제주도 남방 구역에서 영공 수호를 위한 완충 공간을 확보하고 남방 해상교통로와 항로 보호 등의 이점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선포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확장된 공간을 실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능력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현재 지상 레이더와 항공통제기(E-737) 등이 해당 지역에 대한 항적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 레이더의 경우 지구 곡면율(曲面率)로 인한 탐지 사각 지대가 생기게 되고, 항공통제기 역시 제한된 운영 대수로 인해 내륙 상황이 우선될 수밖에 없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감시체계 유지가 어렵다.
실제로 KADIZ 확장은 능력보다는 의지를 선포한 것이라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수 없는 주변국이 여러 형태의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상 레이더 능력 강화 및 공중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의 지속적인 확충으로 의지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구현하여 실효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유념할 사항은 국방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KADIZ는 미군이 최초 선포한 후 한국이 69년간 실효적으로 통제해 온 공역으로 한·미의 일치된 인식이 있었음은 물론 중국·러시아·일본도 인정해온 영역이다. 우리는 중국 북부전구 및 일본 서부항공방면대와 연락체계를 구축해 우발상황 방지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 왔다. 2014년 합의된 한·일 간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가 운용되고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KADIZ가 남쪽으로 확장된 이후 중국 동부전구 항공기의 진입이 잦아지고, 러시아 군용기의 활동이 증가한 것은 과거와 대비해 달라진 모양새다. 한미의 공동 대응은 물론 한·중, 한·일, 한·러 고위급 군사교류 복원과 확대, 정례회의를 통해 연락망 구축과 쌍방이 인정하는 대응 절차 마련 등 충돌 방지를 위한 국방외교적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단기술력을 통해 억제력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강도나 도둑을 막으려면 순찰을 강화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관할 구역에 체공 항공기가 많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또한 우리의 대응도 손쉬울 수밖에 없다. 단순한 상황이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제주도·이어도 주변에 훈련할 수 있는 공역을 확장해 체공 항공기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주변국은 스텔스전투기, 무인전투기 등 다양한 첨단 무기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갈등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도 이어도 남단 지역에 대해 감시가 제한되는 현실에서 레이더 탐지 확률이 낮은 스텔스기나 무인기가 다수 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양한 위협이 우리 안보를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EEZ와 함께 KADIZ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 군의 능력을 시험받는 무대이자, 군의 주도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 군은 힘으로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지침을 통해 전방위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확고한 방위 역량을 제시한 것처럼, KADIZ에서의 빈번한 진입 상황이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고 적법하게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감시정찰 전력과 군사외교적 노력, 우리의 의지를 명확하게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