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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 낮추고 전우 목소리와 맞출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나더라고요”

송현숙 기사입력 2019. 11. 21   17:39 최종수정 2019. 11. 21   17:52

<11>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86정비대대 합창동아리 ‘카르페디엠’ 
 
지휘자로 재능기부 배윤경 선생과 성악 전공자 아닌 50명 모여 6년째 합창
2019 육군 군가합창대회 대상으로 ‘3연패’… 상금으로 임정100주년 공연
“소속감 높아져” 화합의 통로… “동아리서 꿈 키워, 한예종 대학원 진학” 전역병도
 

6년째 지휘자로 합창동아리 ‘카르페디엠’을 지도하고 있는 배윤경 선생.

지난달 24일 충남 계룡 문화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육군 군가합창대회’ 무대에 오른 ‘카르페디엠’.  

 이대영 원사 제공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안중근 의사 서거 109주년 기념 음악회 ‘오! 코리아’ 공연을 위해 맹연습 중인 동아리원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다.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86정비대대 합창동아리 ‘카르페디엠’ 이야기다. 이 동아리는 지난달 24일 충남 계룡 문화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육군 군가합창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2017년, 2018년에 이은 3연패다. 기자는 지난 2016년 4월 8일 자 국방일보 지면을 통해 이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소개한 바 있다. 전역, 전보, 훈련, 근무, 예산 등 운영에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은 군 동아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6년째 변함없는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카르페디엠을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글=송현숙/사진=조용학 기자 

 

대상 상금으로 마련한 임정 100주년 무대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대한의 황제를 폭력으로 폐위시킨 죄! 을사늑약과 정미늑약을 강제로 체결케 한 죄! 무고한 대한의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죄!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잠깐! 잠깐! 율동에 시선도 같이 따라가야지. 입을 좀 더 크게 하고, 발음도 정확하게….”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대대 영내교회는 뮤지컬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를 부르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취재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11월 2일 예정된 또 한 번의 특별한 공연을 앞두고 동아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흰 셔츠에 검정 코트로 한껏 멋을 낸 장병들과 지휘자, 반주자 얼굴에 진지함을 넘어 결연함이 묻어났다. 카르페디엠은 이번 공연에서 기존 연습곡에 뮤지컬 ‘영웅’의 넘버들, 가곡과 가요 등 총 19곡을 지역 합창단 ‘더 잼 콰이어’와 협연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안중근 의사 서거 109주년 기념 음악회 ‘오! 코리아’를 2일 1500석 규모의 의정부 예술의전당 내 대공연장 무대에 올립니다. 민·군이 함께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합창단 전원이 부대 임무에 전념하면서도 틈틈이 참여해 연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장 이대영 원사가 설명했다.

육군 군가합창대회에서 받은 상금 300만 원 중 일부는 육군발전기금으로 기부하고, 나머지로 임정 100주년을 민·군이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마련한 갈라쇼 성격의 공연이다. ‘대상의 품격’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값진 상금을 더욱 값지게 사용하기 위해 공연을 기획하고, 또 육군을 대표하는 목소리라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 그 이상이었다.


합창, 무형의 전투력이 되다

카르페디엠은 라틴어로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합창동아리는 2014년 창단돼 올해로 6년째다. 팀 명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군 동아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6년 전통을 갖게 됐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단원 가운데 성악 관련 전공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 악보를 볼 줄 모르거나, 발성법 자체를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들이 더 잼 콰이어 소속 배윤경 선생의 지휘 아래 매주 수요일 모여서 기초부터 배워가며 화음을 맞추고 있다. 이번 육군 군가합창대회에서는 전공자들을 솔리스트로 앞세우거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준비한 팀이 많았지만, 심사위원들은 단원 전원이 제 몫을 다한 카르페디엠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숨죽여 결과를 기다리던 단원들의 기쁨도 그만큼 컸다.

“초등학교 학예회 빼고는 합창을 해본 적이 없는 음치, 박치”라고 밝힌 본부중대 보급병 김상규(24·바리톤) 상병은 “전역 날짜만 세면서 군 생활 하고 싶지 않아 선임 추천을 받아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타 중대 전우들과 소통하고 쟁쟁한 전공자들을 제치고 상도 받으니까 소속감도 높아졌다”면서 국방일보를 통해 뮤지컬 배우 정성하와의 콜라보 무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바리톤 한성재(21·2중대 용접병) 상병도 “지난 1년 동안 목청껏 소리를 내지를 때보다 내 목소리를 낮추고 다른 목소리와 화음을 맞출 때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고, 그 소리에서 전율을 느꼈다”면서 “군 생활도 합창처럼 하면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복무하고 있다”며 동아리 활동 이후 더욱 발전한 자기 자신을 설명했다.

단원은 15명의 현역 간부, 4명의 군무원, 31명의 병사로 구성됐다.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다는 것 외에는 교집합이 없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영화 한 편을 찍고도 남을 법한 반전과 감동의 연속들이다.

먼저 2015년 국방부 주최 군가합창경연에서 육군 부문 장려상을 받은 데 이어 11월에는 케이블 TV 방송사 ‘티브로드’가 개최한 국내 최초의 합창경연 오디션 ‘도전! 꿈의 합창’에서 전국 50여 개 합창팀을 제치고 초대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육군 군가합창대회에서는 3년간 대상을 안았다.

아름다운 선율은 낯섦을 따듯한 전우애로 만들고, 나아가 무형의 전투력을 창출하고 있었다. 카르페디엠은 누가 뭐래도 부대의 큰 자랑이자, 화합의 통로다.


“3연패 비결? 지휘자의 손끝”

카르페디엠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6년째 부대와 연을 맺고 지휘자로 재능기부 중인 배윤경 선생, 그리고 창단 멤버이자 합창단을 이끄는 단장 이대영 원사다. 두 사람은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함께 손발을 맞춘 만큼 두터운 신뢰는 기본, 단원들을 향한 애정 또한 닮았다.

배 선생은 “처음에는 음악적 소양이 없는 장병들과 어떻게 화음을 내고 대회를 준비하나 싶어 걱정했는데, 막상 하니까 또 되더라”면서 흐뭇해했다. 특히 부대와 지휘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장병들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에서 엄마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실제로 이 합창동아리를 거쳐 간 장병들은 지금까지 배 선생과 연락하고 식사도 하며 인연의 끈을 이어 가고 있다. 카르페디엠 1기 출신 전역병 김보금(27)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5일 국방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고 2014년 입대하면서 경력 단절로 고민이 많았는데 합창동아리와 배 지휘자님을 만나 제 꿈을 다시 키울 수 있었다”면서 “올해 한국예술종합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내 일처럼 기뻐해 주는 분들”이라며 소중한 인연을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이 원사는 합창동아리 덕분에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육군 군가합창대회에서 대상 수상 부대로 호명되는 순간 힘들게 준비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 저절로 눈물이 흘렀는데, 이를 현장에서 직관(?)한 동기들이 ‘울보’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고. 군인의 눈물이라니, 애틋한 진심이 느껴졌다. ‘울보’라도 행복한 이 원사에게 3연패의 비결을 묻자 모든 공을 배 선생과 단원들에게 돌렸다.

“3연패 비결요? 당연히 지휘자님 ‘손끝’이죠. 대회에서 군가 ‘승리의 함성’과 ‘플라이 하이어(Fly Higher)’를 불렀는데, 퍼포먼스보다는 노래에 집중해 합창다운 합창을 지향한 것이 주효했고, 지휘자님의 손끝에 단원 모두가 집중해 하나가 된 덕분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의미 있는 무대에서 더욱 많은 분께 육군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대대장 박광훈 중령도 합창동아리의 일원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맞추고 있다.


● 대대장 박광훈 중령 인터뷰 


바리톤이 받쳐줘야 완성… 기본의 중요성, 군 생활과 닮아 


“합창의 하모니는 부대 지휘 운영과 맥을 같이 합니다.”

대대장 박광훈(45·육사 54기) 중령은 합창의 하모니를 부대 지휘 운영에 견줘 설명하면서 ‘조화로움의 미학’을 강조했다.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부분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그 책임이 주변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부대 운영도 그렇죠. 지휘관의 지휘의도에 맞게 가야 하는데, 합창에서도 지휘자 의도에 맞춰 화음을 이뤄내는 과정이 꼭 닮았습니다.”

대대에는 마라톤, 축구, 배드민턴, 당구, 등산, 테니스, 탁구, 캘리그래피, 합창 등 총 9개의 동아리가 있다. 1인 1동아리 활동을 장려, 임무와 여가가 균형을 이루도록 돕고 있다.

박 대대장은 합창동아리 ‘카르페디엠’ 단원이다. 정식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악보도 읽을 줄 몰랐지만, 평소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부대원들과 소통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오디션은 탈락의 의미보다 파트를 정하는 과정이더군요. 잘하는 사람만 모아서 성적 내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서 실력보다는 의지를 많이 본다고 할까요.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할 수 있는 게 합창의 매력 같습니다.”

박 대대장은 이번 육군 군가합창대회 무대에 올라 단원들과 화음을 맞추면서 느낀 점이 많다. 특히 ‘기본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했다고.

“바리톤이 든든하게 받쳐주지 않으면 테너가 제아무리 현란한 음색을 내도 화음이 살지 않잖아요? 티 나지 않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묵묵히 기본에 충실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죠. 그런 의미에서 부대 생활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다해내는 장병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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