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병영의 창] 30만 원에 담아 전한 존경의 마음

입력 2019. 11. 15   15:20
업데이트 2019. 11. 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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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병장 

해군8전투훈련단 82전대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소통에 중심을 두는 디자인에 흥미를 느꼈고, 이런 흥미를 살려 대학교 또한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해군에 입대하며 내가 가진 특기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해군은 의외로 갇힌 곳이 아니었다.

개인의 능력을 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도 많았고, 해군에서 개최하는 공모전도 많이 있었다. 때마침 대대 간부분들이 먼저 “공모전에 참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고, 잘 해보라며 격려까지 해주셨다.

간부분들이 제안해 주신 것은 ‘군가 부르기 활성화를 위한 호국 콘텐츠 공모전’이었다. 군가 부르기를 활성화해 호국정신을 고양하자는 취지의 공모전이었다. 이름도 생소하고 군가에 관해서는 훈련소에서 배운 군가 외에 아는 바가 없었기에, 정보를 찾으며 우리나라 해군의 다양한 군가를 접할 수 있었다. 휴가 기간을 이용해 공모전의 ‘포스터’ 분야를 준비했고, 제작할 때까지만 해도 수상을 확신하지 못했다.

공모전 결과가 발표됐고, 최우수라는 명예 그리고 참모총장님 상장과 함께 포상으로 30만 원과 휴가가 주어졌다. 예상하지 못한 만큼 결과에 대한 기쁨은 더 크게 다가왔다.

기쁨과 만족감을 뒤로하고 생각해보니 상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금방 써버리게 마련일 것이고, 포상휴가 또한 한 번 다녀오면 없어질 것이었다. 수상의 기쁨을 어떻게 의미 있게 간직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부대로 복귀하면서 봤던 6·25참전용사회가 생각나 ‘기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기부 날짜가 정해지고, 발길을 옮긴 곳은 ‘6·25참전용사회 진해지회’였다.

나이 지긋하신 선배 해군분들이 건물 입구까지 직접 내려오셔서 맞아주셨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놓지 않으신 애국심과 과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그분들의 업적은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내가 기부를 결심한 30만 원은 더욱 아깝지 않은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지 않은 금액으로는 그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다 담지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해군 수병에게 30만 원이라는 액수는 월급과 맞먹는 금액이지만, 어찌 보면 적은 금액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쾌히 받아주신 선배 해군분들 덕분에 쉽게 써버리게 되는 단순한 30만 원이 아닌 의미 있는 30만 원이 됐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용사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인 동시에 ‘내 마음이라는 은행을 가득 채우는 의미’였다.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주신, 또 비록 적은 금액일지라도 고마워하며 받아주신 참전용사분들에게 감사하고,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우리 해군에도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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