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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55주년 특집] 디지털 환경서 나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 빠른 정보공유 “좋아요” 일방적 지시 “싫어요”

김상윤 기사입력 2019. 11. 14   17:13 최종수정 2019. 11. 14   19:02

● MZ세대 특성 분석

올해 9월까지 입대자 94%
1998~2001년생이 차지
스마트폰으로 소통·정보 획득
동영상 통한 간접 체험에 익숙

 
임무수행 시 이유·가치 중요시
승진보다 일·삶 균형 워라밸 추구
안전·건강·자기계발에 큰 관심
잘못 인정할 줄 하는 상급자 더 신뢰

 







일과 후 휴대전화로 자기계발에 열중하고 있는 병사의 모습.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정보를 찾고, 지식을 쌓으며, 타인의 경험을 간접 체험한다./사진=한재호 기자


 
밀레니얼 세대는 보통 1980년부터 2000년대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X세대를 잇는 다음 세대이며 끊임없이 이유(Why)를 묻는다고 해서 ‘Y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이어서 출현한 것이 Z세대다. 보통 1996년 이후 태어나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를 Z세대로 분류한다. MZ세대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란 어렵다. 세대 정의도 학자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Z세대는 아직 발현되지 않았고, 미국에서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가깝다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관점에선 앞으로 입대할 용사들이 Z세대의 특성을 띠게 된다. 분명한 것은 기성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MZ세대가 조만간 우리 군의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  글=김상윤/사진=한재호 기자


“예전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시받은 건 결국 해냈다. 요즘 장병들은 그런 열정이 없는 것 같다. 부대보다 개인 휴가가 우선이고, 상급자 눈치 보지 않고 뭐든지 과감히 말한다. 활발한 소통도 좋지만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X세대 대대장)

“사소한 걸 하더라도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에 있어서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인의 손해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Z세대 용사)



전국 야전부대 지휘관들로부터 “요즘 장병들, 예전과는 정말 다르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상급자와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신세대 장병들도 마찬가지. 군은 유사시 한몸처럼 적과 싸워야 하는 조직으로 세대 간 인식 차이 문제는 민간에서의 그것보다 더욱 무겁고 민감하게 다뤄져야 한다.

미 육군 원사 아카데미(USASMA)의 세대 구성 연구에 따르면 2025년 무렵에는 미 육군 병의 97.8%, 장교의 92.5%가 MZ세대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에 미군은 지난 2012년부터 밀레니얼 세대 병역자원에 대한 발 빠른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미군 자원 모집, 현장 지휘, 리더십 발휘 등에 십분 반영하고 있다.

우리 군도 이미 MZ세대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 40~50세 정도인 X세대가 대대급 이상 지휘관 등 중요 직위를 맡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20대 초·중반에서 30대 후반으로 중위~대위, 중사~상사 등 중간관리자급 간부에 폭넓게 분포해 있다. 용사들은 대부분 Z세대다. 병무청의 현역병 입영자 연령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입대자 총 18만1086명 가운데 Z세대인 1998~2001년생이 94% 이상을 차지했다. ‘MZ세대’에 대해 모르는 지휘관은 부하를 모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육군53사단은 최근 간부가 아닌 용사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밀레니얼·Z세대를 이끄는 리더십’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민간 기업에서나 이뤄져 왔던 ‘역멘토링’ 기법을 과감히 시도한 것. 사단은 이 연구를 위해 민간과 해외 군의 다양한 사례를 취합하고 현재 복무 중인 MZ세대 용사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신세대 장병들의 차별화된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는 아주 흥미롭다.

해안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 중인 육군53사단 장병들 모습. MZ세대는 자신의 임무가 조직의 전체적인 전략 이행에 도움을 주는지를 궁금해하고, 이를 상급자에게 거침없이 질문하기도 한다./사진=한재호 기자



관련 영상 없나요?

사단의 설문조사 결과 MZ세대 용사들이 일과 후 ‘지인과 통화 이외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유튜브 영상 시청’(66.2%)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다.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정보를 즉각 얻고, 여러 사람과 수평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살아 왔다. Z세대는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이 당연한’ 세대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완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아날로그적 환경과 문화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소통, 쇼핑, 정보검색 등 모든 것을 한다. 특히, 동영상으로 타인의 경험과 지식을 간접 체험하는 것을 즐긴다. 효과적인 교육훈련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 군에 특히 의미 있는 대목이다.



‘세 줄 요약’ 필요해요

용사들은 평등하고 빠른 정보공유를 원했다. ‘부대 운영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 공유가 용사들에게 이뤄져야 한다’는 질문에는 MZ세대 용사 80%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정보 제공’(50.3%)을 가장 선호했다. 유연한 조직문화와 빠른 피드백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지시받은 일에 대한 피드백을 즉각 받고 싶다’는 문항에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용사는 84.8%에 달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정보란 누구도 독점해선 안 되는 공공의 자산이다. Z세대는 ‘정보의 평등한 공유’ 이상으로 ‘즉시성’을 따진다. 필요한 정보를 즉시 얻지 못하는 환경에 대해서는 바로 불만을 표출한다. ‘세 줄 요약’, ‘스압(스크롤 압박)’은 Z세대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 장황한 설명 말고 핵심만 간단하게 요약해 달라는 의미다. Z세대는 유용하지 못한 정보에는 단 10초도 견디지 못한다. 201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은 고등학생들이 어떤 콘텐츠의 의미를 ‘8초 이내’에 발견하지 못한 경우, 그 콘텐츠를 더 이상 보지 않고 패스하는 ‘8초 필터’를 발견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나요?

MZ세대 용사들은 ‘임무 수행 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이 일을 왜 하는가’(58.6%)를 1위로 꼽았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이 일을 왜 하는지 알고 싶다’는 응답 비율도 ‘그렇다’ 39.2%, ‘매우 그렇다’ 33.3%로 긍정 답변이 72.5%에 달했다. ‘의미를 찾기 힘든 쉬운 일보다는 힘들어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답한 용사는 50%를 넘었다. ‘임무 수행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육체적인 고됨’(15.1%)보다는 ‘불분명한 지시’(37%)와 ‘일방적인 지시’(27.4)였다.

이처럼 MZ세대에게는 이유와 가치가 중요하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하달된 지시가 진정 타당한 것인지 납득할 수 있어야만 업무에 적극성을 보인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맡은 일의 ‘의미’를 자신과 상급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만약 그 일이 조직의 전체적인 전략(strategy) 이행에 도움을 준다면,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 MZ세대를 이끌고 임무를 완수해야 할 지휘관들이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보상 없는 야근은 싫어요

개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부대 일정이 바쁘면 일과 외 업무를 하겠다’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용사는 42%였다. ‘일과 외 작업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93.6%가 동의했다. ‘단결활동은 일과시간 내에 해야 한다’는 문항에는 41.7%가 ‘매우 그렇다’를 선택했다. ‘어떤 경우에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지’를 묻자 ‘따르는 보상이 확실할 때’(64.6%)라고 답했다. MZ세대에게 조직이란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자 도구다. 기성세대처럼 조직에 헌신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야근이 많은 조직은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최악의 조직’이며, 일과 이후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2018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회의 발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1위는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이었다.



집과 차보다 소확행

‘군 복무에서 가장 의미를 두는 것’에 대해 MZ세대 용사들은 ‘안전과 건강’(59%)을 1위로, 그 다음을 ‘자기계발’(26.9)로 꼽았다. 이처럼 ‘안정성’과 ‘실용성’은 Z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집과 자동차를 사는 것보다 현재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Z세대가 유독 안전의식이 높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반면, 미국 내에선 Z세대의 자살률이 높은 편이라는 것을 근거로 이들이 심리적으로는 매우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단 한번도 호황기를 누려보지 못해 실용적이고 심지어 우울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사고예방 측면에서 우리 군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수는 ‘쿨’하게 인정을


용사들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첨단 무기와 장비’(29.6%)보다도 ‘지휘관의 리더십’(39.4%)을 선택했다. 승리의 조건을 ‘전우애’(22.5%)라고 답한 용사도 많았다. ‘지휘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는 ‘판단력(34.2%)’을 꼽았고, ‘솔선수범’(28.8), ‘소통’(19.2%), ‘솔직함’(16.4%)이 뒤를 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표리부동’과 ‘내로남불’에 대해 그 어느 세대보다 강하게 분노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에 강한 반발심을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정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변명하지 않고 잘못을 쿨하게 인정할 줄 아는 상급자를 더 신뢰한다. ‘완벽해 보이는 리더보다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리더가 더 믿음직스럽다’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용사의 비율은 87.7%였다.
 


국내외 기업 ‘역멘토링’ 활용 활발
軍에서도 다양한 방식 시도


육군53사단이 역멘토링 방식으로 추진한 리더십 연구를 주도한 정비근무대 송채현 병장이 간부들 앞에서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멘토링과 달리,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되는 것을 ‘역멘토링(리버스 멘토링)’이라 한다. 지난해 11월 육군이 개최한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 행사 역시 ‘역멘토링’의 범주에 속한다. 알려진 바로는 우리 군 최초의 시도였다. 당시 병사들은 장군들을 향해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해 놀라움을 줬다.

최근 ‘밀레니얼·Z세대를 이끄는 리더십’ 연구에 용사들을 직접 참여시킨 육군53사단의 사례도 ‘역멘토링’이라고 볼 수 있다. MZ세대가 원하는 리더상은 그들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지휘관의 생각이 이런 참신한 시도의 바탕이 됐다.

‘역멘토링’은 그 효율성으로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활용 중이다. 켈로그는 Z세대가 직접 성분조합과 맛을 고르고 시리얼 모양과 포장까지 결정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1980년 이후 출생한 직원들로 ‘밀레니얼 커미티(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을 주요 회의에 참석시켜 의견을 듣고 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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