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심재철 특별기고 원문] 건강한 청년문화, 역동적 병영문화

입력 2019. 11. 15   08:40
업데이트 2019. 11. 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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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문의 변신은 무죄다. 아니 변신하지 않으면 유죄다. 20세기의 다매체 시대를 넘어 이제는 인터넷과 유튜브 기반의 온라인, SNS 저널리즘 시대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라도 국방일보의 새로운 변신은 필요하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는 병사에겐 국방일보야말로 애국적 젊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공론장이기 때문이다. 이들 병사에겐 국방일보야말로 전역 후 새로운 삶은 준비하는 교육장이자 앞으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실험대가 될 수 있다.

 
국방일보는 창간 이후 지난 55년 동안 군 복무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젊은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매체였다. 그동안 국군 공동체 구성원에게 조국애와 전우애를 고취하는 정보를 발굴해 읽을거리를 제공해 왔다. 그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알토란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주요 독자인 병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대변하기에는 다소 미흡했다. 사회적으로나 안보적으로 민감한 군 이슈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이슈 보도를 금기시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통제나 자제가 국군 문화 공동체 형성에 역기능적으로 작동한 측면까지 있었다. 구성원에게 조기경보를 통해 위기관리를 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국방일보의 변신과 개혁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기능적 개혁, 구조적 개혁 그리고 철학적 개혁이다. 시대의 추세에 맞춘 기능적 개혁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독자의 열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기능적 개혁마저 거부한다면 그 매체는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신문이란 여론의 광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몇 해 전 ‘국군 정신교육 실태와 병영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연구를 통해서 국군의 병영생활과 정신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 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육군이 해군이나 공군 그리고 해병대 구성원보다도 국방일보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병사는 스포츠, 1면과 종합면의 주요 뉴스, 문화, 사회와 경제, 2030카툰 순으로 열독률이 높았다. 반면에 장교와 부사관은 1면과 종합면의 주요 뉴스, 군사종합, 스포츠, 군사종합과 기획뉴스를 많이 읽었다. 장교는 경성뉴스 중심이고 사병은 연성뉴스에 주로 주목해 왔다. 흥미로운 발견은 전방부대가 후방부대보다 오히려 국방일보를 더 많이 찾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전방부대에서는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되기 때문일까.

 
국방일보의 구조적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매체의 사명에 대한 철학적 개혁 없이 구조적 개혁을 시도하다 보면 그 뉴스생산 체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가 있다. 대다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가 철학적 개혁 없이 구조적 개혁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군의 현대화와 정보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국방일보도 뉴스 생산 구조를 시대변화에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방일보는 대한민국 국군의 일간지이자 군 홍보 매체로서 어떠한 철학을 가져야 할까.
 

국방일보는 무엇보다 구성원의 군인정신과 안보관 그리고 국가관을 증진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여기서 국가관은 조국관과 통일관으로 나뉜다. 국방일보를 읽는다면 병사의 정보추구 욕구와 연결돼 군인의 병영생활 만족도로 이어져야 한다. 민주화가 된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상명하복의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서도 구성원 사이에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민주적 병영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국방일보를 포함해 정훈교육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군 정훈교육에 대한 이미지가 높을수록 구성원의 군인정신과 안보관, 국가관 그리고 병영생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방일보 읽기를 통해 정훈교육의 효과를 높여야 하는 이유이다.
 

또 다른 발견은 국방일보를 읽는 군인일수록 그렇지 않은 군인보다 국가관의 한 분야인 조국관이 높았다. 하지만 국가관의 다른 분야인 통일관과는 상관이 없게 나타났다. 국방일보에서 21세기 남북한 통일에 대한 이슈 개발에도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낙관적인 세계관과 정훈교육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진 군인이 그렇지 않은 군인보다 국방일보를 더 많이 읽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국방일보의 뉴스 생산이나 정보의 흐름도 위에서부터 아래로 일방향보다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쌍방향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부대의 정훈병이나 언론에 관심이 높은 병사를 선발해서 학생 기자처럼 군인 기자 역할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국방일보는 민주사회 국민이 복무하는 군대의 일간지 뉴스매체로서 어떠한 국방 의제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다시 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지면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방일보에 대한 지면 개혁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방일보에 대한 본격적인 수용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먼저 국방일보 독자, 즉 병사들에 대한 수용자 조사를 통해 21세기 국방일보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21세기 신문으로서 국방일보의 또 하나의 정체성은 부정적인 뉴스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민간인 대상의 신문이 나쁜 뉴스에 초점을 맞추는 편집방향과 대조적이다. 케네디 사후에 위대한 미국사회 건설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이 시사 주간지 타임 지의 헨리 루스 발행인에게 나쁜 뉴스 일색의 뉴스매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불만을 터트렸다. “위대한 미국 프로젝트로 20만 명의 흑인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했다. 30만 명의 노인이 무상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10만 명의 청년이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그런데 왜 이런 성과가 보도되지 않는가? 언론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에 대해 루스 발행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대통령님, 좋은 뉴스는 뉴스가 아닙니다. 나쁜 뉴스가 뉴스입니다.”(마이클 셔드슨, 이강형 옮김, 『뉴스의 사회학』, 62~63쪽)

 
국방일보가 대한민국 국군의 홍보 매체로서 그 구성원의 나쁜 뉴스를 다루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국군의 문화 공동체 이익을 위협하는 외부의 나쁜 뉴스라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가령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개선을 원하는 제도, 관행 같은 소재를 다루는 거다. 병사들은 젊은이다.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의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해 시정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점들을 기사화하면 국군이 더욱 강군이 되는 순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나쁜 뉴스 즉 사회 감시기능의 고발뉴스가 갖는 긍정의 효과다.
 

나아가 병사의 병영생활 속에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뉴스 아이템 개발에 나서야 할 때이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마음이 약해서 시험을 보면 무엇인가 답안지를 잘못 써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던 병사가 있었다. 그는 입대 후 불굴의 군인정신을 익혀서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스토리가 바로 그런 사례이다(김형태 일병 수능 만점, 국방일보, 2018년 12월 9일 자). 이외에도 글로벌 저널리즘으로 세계 시민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지구적 기후 변화의 위협 속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기사를 국방일보에서 다룬다면 구시대적 군사문화를 넘어 21세기 첨단 인공지능 시대에 “건강한 청년문화, 역동적 병영문화”를 일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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