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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병영칼럼] 미술관에서의 예술놀이

입력 2019. 11. 14   16:46
업데이트 2019. 11. 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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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 희 서울여대 특수치료 전문대학원 부교수
김 선 희 서울여대 특수치료 전문대학원 부교수


학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머무르게 되어 ‘New MoMA’라는 배너가 나부끼는 뉴욕 현대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이 미술관은 지난 6월부터 약 4개월간의 휴관을 통해 10월 20일 공식적으로 새롭게 개장했습니다. 이미 소장하고 있던 유명한 현대 미술가들, 고흐·샤갈·모네·모딜리아니·피카소·달리·마그리트 등 미술 교과서에서 늘 빠지지 않고 만난 거장들의 작품들을 재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현시대 예술가들이 미술관 내에서 진행 중인 작품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음향과 함께 설치된 획기적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잠시 머무르면서 우리 시대 떠오르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그 내면세계와도 교감할 수 있는 역동적인 예술 공간으로 격상됐음을 알았습니다. 그야말로 현대 예술에 대한 확장된 개념과 실험적 개념을 반영한 창의적인 공간을 방문자에게 선사하는 멋진 곳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아직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청에 반응하는 신진 예술가들의 창의적 세계를 경험하고,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잠시 앉아서 내가 받은 미술적 영감을 표현해볼 수 있는 스튜디오가 생겼으며, 단지 근사한 미술관 내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시된 예술작품을 통해 받는 자극을 즐기고 누리며 움직이고 사유하는 내 개인의 예술적 잠재성과 맞닿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서울도 그렇지만 어느 도심에나 그 바쁘고 소음 많은 중심가에 자리 잡은 미술관은 우리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해주는 신비의 문을 열어줍니다. 우리에게는 나의 내적 예술적 감수성과, 사물을 이전과 다르게 보고 경험하는 낯설지만 즐거운 예술적 자아를 만나는 기회가 꼭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기분을 즐겁게 하거나 현재의 내 고뇌와 근심을 잠시 내려놓는 휴식 방식으로서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의학 연구에서도 밝혀냈듯이, 낯선 방식의 주의집중은 우리 두뇌 건강에도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새로운 곳에서 낯선 경험을 즐기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해보지 못했던 생각들을 연결하며 천천히 걷고, 눈과 고개를 들어 예술작품들을 살펴보는 이런 행위들은 마치 우리가 예술놀이를 하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미술작품은 새로운 자극이 되고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약간의 긴장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고,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들은 이 새로운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하게 합니다. 뇌에 새로운 학습경로가 생긴다는 것은 어떤 연령대에서든, 심지어 나이가 많다고 해도 대뇌피질의 성장을 자극해 건강한 뇌를 유지하게 합니다.

그동안 가까운 미술관 혹은 여행 중 낯선 미술관을 방문해 보셨다면, 여러분은 즐거운 예술놀이의 혜택이 무엇인지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혹시 아직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편안하지 않고 초대받는 느낌이 아니라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와 새로운 시도에 대한 설렘을 안고 미술관에서의 예술놀이를 시도해 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낯선 즐거움이 이끄는 새로운 문이 내 안에서 열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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