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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긴급진단, 밀레니얼·Z세대 보고서

김민정

입력 2019. 11. 14   15:38
업데이트 2019. 11. 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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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Why?’ 반항 아닌 관심 표현” 


여운태 53사단장 (소장) 


병영 내 세대 간격 줄여나간다면
깜짝 놀랄만큼 긍정적 결과 나올 것
용사들이 직접 만든 ‘리더십 보고서’
지휘관과의 연결고리 역할 기대


“밀레니얼·Z세대(MZ세대)의 ‘Why?’는 반항이 아닌 관심의 표현입니다. 전통적인 리더십만 고집해선 신세대 장병들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기 어렵죠. 군 내부의 세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휘관과 용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이는 곧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 군의 리더들이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병영 내 세대 간 간격을 줄여나간다면 깜짝 놀랄 만큼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우리 신세대 장병들이 그만큼 우수하고 뛰어난 인재들이기 때문이죠.”

여운태(소장) 육군53사단장의 시선은 미래를 향해 한발 앞서 있었다. 세대 갈등에 대한 남다른 문제의식과 고민을 바탕으로 하여 내놓은 여 사단장의 해법은 여느 민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못지않게 과감하면서도 신선했다.

여 사단장은 지난 5월부터 용사들만으로 병영문화개선 TF를 꾸려 MZ세대의 시각에서 병영문화를 하나하나 개선해 나갔다. 나아가 용사들이 직접 우리 군의 세대 간 갈등 문제와 미래 군 리더십의 방향성을 연구하도록 했다. 그 결과물이 기존 군 리더십 연구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밀레니얼·Z세대를 이끄는 리더십’ 보고서다. 사단은 최근 이 보고서를 소책자로 제작해 중대장급 이상 전 지휘관에게 배부했다.

“용사들이 작성한 것이라고 믿기 어렵죠? 그만큼 전문적이고 세밀한 보고서입니다. MZ세대에 관한 서적과 논문이 시중에 많지만, 이렇게 군에 특화된 내용으로 기업과 해외 사례까지 아우르는 분석은 아마 우리 군에서 최초일 것입니다. 추상적인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 지휘관들이 지휘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그 해결방안을 용사들의 손으로 자세하고 실천할 수 있게 서술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사단을 넘어 전군 지휘관들에게 읽힘으로써 세대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군 복무기간 단축, 휴대전화 사용, 평일 외출 등 병영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군의 리더십을 다시 정립하고, 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여 사단장의 생각이다.

“MZ세대가 출현하면서 전통적인 리더십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하 지휘관들과 만나 대화해보면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죠. 이제 새로운 리더십 구현과 병영문화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사단은 MZ세대의 특성인 의미·재미·워라밸·즉시성·솔직함·모바일을 반영한 2020 밀레니엄 리더십 모형을 새롭게 개발했고, 용사들의 시선에서 다양한 병영문화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건은 용사들이 주도하는 자율과 책임의 병영문화를 확대하고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병영문화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있다. 여 사단장은 군의 본질만큼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용사들에게 무조건 맞춰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군의 상·하급자 간 질서와 위계, 엄정한 기강 등 절대로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사단은 매달 국기게양식에서 반드시 분열을 합니다.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군 고유의 가치와 문화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앞으로 우리 군을 이끌어갈 MZ세대를 위해 모든 지휘관이 자율과 책임, 변화와 본질의 균형을 찾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글=김상윤/사진=한재호 기자




“MZ세대와 함께 성장하려면 조직문화 변화해야” 


황성현 카카오 경영고문 


기업 내 직급 폐지 등이 대표적 사례
‘소통·신뢰·존중’ 가치에 중점 두고
성과에 대한 빠른 피드백 이뤄져야
군 포상휴가제도 좋은 예라고 생각


“MZ세대가 조직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기존의 업무방식과 조직문화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기 때문이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를 두는 프레임 자체가 기존 세대와 완전히 다릅니다. MZ세대에게 직업은 생활의 일부일 뿐 삶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조직이 그들과 함께 성장하려면 시대 흐름에 맞는 조직문화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군(軍)도 마찬가지죠.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황성현 카카오 경영고문(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이 바라본 MZ세대는 확실히 이전 세대와 다르다.

27년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인사와 조직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MZ세대는 기존 조직의 제도와 시스템으로는 그들과 융화될 수 없다는 걸 실감하게 했고, 조직 스스로 변화를 꾀하게 만들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조직의 시스템과 제도, 문화는 그들에게 ‘꼰대들의 소통방식’에 불과하며, ‘불필요한 낡은 관행’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기업에 속하길 거부하고 스타트업 도전을 꿈꾼다. 그래서 지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인사담당자들의 가장 큰 화두는 ‘MZ세대’다. 황 고문 역시 마찬가지. 황 고문은 MZ세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조직 차원의 대응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소통’ ‘신뢰’ ‘존중’ 세 가지 가치에 중점을 두고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완전히 다릅니다. 조직 안에서도 그들의 존재감이 느껴질 정도로 막강하죠. Z세대로 갈수록 더 현실적인 것 같아요. 가치에 대한 판단을 많이 하죠. 군 복무에 대해서도 국방의 임무가 왜 중요한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인지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요. 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되 그로 인해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조직에 대한 믿음, 즉 신뢰구축도 중요하죠. 성과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고 구체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군의 포상휴가제도가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그는 세대 간의 갈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노력도 소개했다. 직급 폐지, 영어 호칭 사용, CEO와 직접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직원들이 임원을 멘토링하는 역멘토링, 밀착 코칭 등 새로운 세대의 개성을 반영한 다양한 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Z세대의 경우 현재 학교와 군의 집합체라는 점에 주목해 군에서 이들의 특징을 파악해 사회와 기업에 알려줌으로써 미래 세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황 고문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 조직이 ‘젊은 꼰대’를 양산하는 토대가 되는 것을 경계하며 중대장급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큰 조직에서 직속상사들은 조직의 핵심입니다. 군으로 치면 병사들의 직속상사인 중대장급 간부들이 되겠죠. 이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단장은 간부들을 변화시킬 방법을 고민해야겠죠. 젊은 꼰대가 되는 이유는 과거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배우고, 자신이 편한 대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마음가짐의 문제인 거죠. 군 임무에 충실해야 할 때는 군대 조직의 기본원칙인 상명하복을 철저하게 지키되 일과 외의 것에서 인간적으로 서로 존중해주는 문화를 만든다면 시대 흐름에 맞는 건강한 병영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김민정/사진=이경원 기자


김민정 기자 < lgiant61@dema.mil.kr >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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