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손대범 병영칼럼] 초심을 잃는다는 것

입력 2019. 11. 13   15:55
업데이트 2019. 11.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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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 범
‘점프볼’ 편집장·KBS 해설위원
손 대 범 ‘점프볼’ 편집장·KBS 해설위원


NBA는 전 종목을 통틀어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프로리그다. 젊은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중계권·광고 등이 활발히 유치되며, 구기 종목 중 소셜미디어 채널 중 팔로어가 가장 많다.

이처럼 NBA가 성공 가도를 달린 데에는 1980년대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의 라이벌 구도,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의 황제 등극 등 스토리가 바탕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도화지에 그려지기에 앞서 총재를 맡고 있던 데이비드 스턴의 ‘이미지 개선’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되곤 한다.

1970~80년대만 해도 NBA에는 파산 위기에 처한 팀이 많았다. 선수들은 약물·알코올 중독을 비롯한 사건에 자주 휘말렸다. 대중들이 이미지가 안 좋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돈을 낼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매체도 외면했다. 1980년 NBA 결승전은 녹화중계였다. 그런 리그가 바뀐 것은 스턴 총재의 ‘정책’ 때문이었다.

약물 자진 신고제를 도입해 선수들을 바꾸었다. 1990년대에는 학교와 손잡고 캠페인을 벌였다. 출석률이 높은 학생들을 NBA 행사에 초대했고, 선수들을 직접 학교에 보내서 ‘우유를 마시자’ ‘책을 읽자’ 등 캠페인을 진행했다. ‘롤 모델’화(化)를 통해 선수들을 아이들이 보고 배울 만한 인물로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2000년대에도 아예 사건·사고가 근절됐던 것은 아니다. 리그는 선수들의 이미지를 더 반듯하게 하려고 드레스 코드 정책을 도입, 늘 정장을 입고 품행을 단정히 할 것을 지시했다. 선수들 역시 많은 매체에 노출되고 아이들이 따르기 시작하면서 행동을 조심하게 됐고, 리그는 건전한 이미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NBA는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금지 약물을 복용하다 적발된 선수들이 늘고 있다. “그 물질이 왜 내 몸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는 변명은 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국제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자본 앞에 굴복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인종차별을 비롯해 사회 문제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던 지난날과 대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업계에서는 NBA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자칫하다간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는 오늘날의 미디어 세상에서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이들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이는 비단 NBA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넓게 보면 우리도 우리의 능력과 기술을 회사와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잘한다’ ‘실력 좋다’에서 그쳐선 안 된다. 내가 정말로 근면하고 성실하며, 내 기술을 선택하면 소비자(회사·고객)들이 정말 편해진다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항상 초심을 유지한 채 겸손해야 한다. 지금 NBA는 30년 전, 스턴 전 총재가 ‘개혁’ 버튼을 누를 당시의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의 위기에 더 단호해지고, 더 프로답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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