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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항로.안보… 美.中 패권경쟁 북극해로 확대

입력 2019. 11. 12   16:29
업데이트 2019. 11. 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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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북극패권 추구 배경과 함의


해저에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22%
지구온난화로 자원개발 쉬워질 듯
북극 항로 가능성 확대 전략적 가치 ↑
러, 에너지 공급원 규정 개발 가속화
中, 일대일로 차원 빙상 실크로드 추진
美, 북동항로 개척 中 적극 경계 나서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북극 개발에 관심을 가져온 나라로 북극 개발에서 다른 강대국에 앞서 있다. 러시아의 원자력 쇄빙선 운항회사 아톰플로트가 운영하는 핵 추진 쇄빙선 ‘승전 50주년’ 호가 러시아 북쪽 카라해의 얼어붙은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북극 개발에 관심을 가져온 나라로 북극 개발에서 다른 강대국에 앞서 있다. 러시아의 원자력 쇄빙선 운항회사 아톰플로트가 운영하는 핵 추진 쇄빙선 ‘승전 50주년’ 호가 러시아 북쪽 카라해의 얼어붙은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지구온난화의 파급효과로 북극이 자원의 보고와 교통의 요충지로 부상하면서, 북극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북극의 6월 적설 면적이 1967년의 절반으로 줄었고, 여름철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화물선도 늘어났다. 21세기 후반에 이르면 북극해 지역의 여름 해빙(海氷)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기후 변화의 재앙적 결과와는 별개로 북극해 지역을 이용할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극 지역의 이권을 선점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경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은 2016년경 그린란드 지역의 해군기지까지 사들이려다가 무산된 바 있으며, 2019년 8월 15일 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여왔다.


에너지 주목 러시아, 후발주자 중국, 안보 고려하는 미국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북극 개발에 관심을 가져온 나라로 북극 개발과 관련해 다른 강대국에 앞서 있다. 러시아는 북극 연안 5개국(미국·러시아·캐나다·덴마크·노르웨이), 북극이사회 8개국의 하나로 북극을 가로지르는 로모노소프(Lomonosov Ridge) 해령이 자국 영토와 이어져 있다는 이유로 북극의 50%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는 2008년 발표한 북극 관련 보고서에서 북극 지역을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 규정한 이래, 북극 지역 개발 노력을 가속화했다. 2010년에는 ‘야말 LNG 프로젝트’를 개시해 주변 지역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매장량 석유 25억 톤, 천연가스 35억 톤)를 유럽과 동아시아로 운송하기 위한 물류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1년에는 북극 지역에 2개 특수여단을 배치한다는 결정도 내렸으며, 2013년에는 북극함대의 원거리 탐사를 진행하는 한편 북극 상주부대 창설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7년 3월에도 푸틴 대통령 주재로 ‘북극국제포럼’을 개최하면서 북극 개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러시아는 2010년 ‘야말 LNG 프로젝트’를 개시해 북극 주변에 매장된 석유·천연가스 운송에 필요한 물류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야말반도의 보바넨코보 가스전에서 가즈프롬사가 운영하는 가스처리시설.  연합뉴스
러시아는 2010년 ‘야말 LNG 프로젝트’를 개시해 북극 주변에 매장된 석유·천연가스 운송에 필요한 물류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은 러시아 야말반도의 보바넨코보 가스전에서 가즈프롬사가 운영하는 가스처리시설. 연합뉴스


중국은 국가전략의 하나인 일대일로 구상 차원에서 북극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 가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일대일로 구상을 제안한 이래 중국 정부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내륙에 국한돼 왔던 중국을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문명형 국가로 발돋움시킨다는 일대일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북극해 북동항로 개척에 관심을 보였다.

2015년에는 국무원 산하기관에서 『북극 항해 지도집』을 발간하고, 2017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중·러 협력을 제창하며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 개념을 제시했다. 2018년 1월에는 『중국의 북극정책 백서』까지 발간했는데, 이를 통해 중국이 ‘근(近) 북극 국가’이므로 북극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북극 항로의 개척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야말 LNG 프로젝트에도 14억 달러가량을 투자해 우선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으나, 중국의 북극 방면 진출로 인한 안보적 손실을 막기 위해 북극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13년에 발표한 ‘북극 지역에 관한 국가전략’을 통해 안보이익 증진, 북극 관리의 책임성 강화 등 주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그 실행계획을 2014년과 2015년에 연달아 발표했다. 2015년 8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극을 방문해 북극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을 증명했으며, 러시아의 동향에 대처하기 위해 북극함대 창설 계획도 밝힌 바 있다. 2016년 중국이 그린란드 내 해군기지 매입을 시도한 이후부터는 중국의 북극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북극을 둘러싼 패권경쟁의 함의

먼저 북극을 둘러싼 패권경쟁의 전통적 배경은 북극 해저의 지하자원을 둘러싼 경제적 이권의 가치 증대에 있다. 북극해 해저의 지하자원은 전 세계 미발견 석유와 가스의 22%에 달할 것으로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은 추정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해저 자원에 대한 시추가 더 쉬워지면서, 막대한 이권에 대한 관련국들의 주장이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빙하의 압력 때문에 시추장비, 유전시설 등을 북극해에 설치하기가 곤란했으나, 이제는 빙하가 줄어들어 해저자원 개발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극의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야말 프로젝트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북극 자원개발 사업은 향후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북극 항로의 이용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북극의 전략적 가치가 제고되고 있다. 북극 항로는 북미, 유럽, 동아시아라는 세계의 3대 시장을 가장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항로다. 예를 들어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의 북극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항로보다 7000㎞나 짧다. 운송시간이 10일이나 단축될 수 있다. 중국도 북극 항로 이용 시 물류비 절감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여름이 지나면 항로 이용이 불가능해지지만, 지구온난화 추세에 따라서는 중장기적으로 상시 운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의 해상봉쇄를 피해 북극 항로를 이용하고자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중 간의 전략경쟁은 북극해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전에도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가 북극 주둔 군대 규모를 확대함에 따라, 미국도 북극에 대한 군사력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해 왔다. 앞으로는 북극해의 해저자원 개발과 항로 개척 과정에서 중국의 물자와 인력이 이 지역을 더욱 빈번히 왕래하고, 중국의 군사적 진출 가능성도 결과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중국이 개척하려는 북동항로는 알래스카에 인접한 베링해를 통과하는 길이므로, 미국은 북동항로에 따른 중국의 진출을 자국의 대문 앞까지 중국세력이 들어온 것으로서 경계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막기 위해 북극 혹은 주변 지역 확보에 관심을 가지게 될 개연성이 있다.



한국의 지경학적, 지정학적 영향

북극의 접근 가능성 증대와 북극 패권경쟁은 우리의 입지와 국가전략에도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긍정적으로는 북극 지역의 지하자원 개발이 한국의 에너지 수입 경로를 다변화할 것이며, 북극 항로가 상시적으로 열릴 경우에는 물류 네트워크상 한국의 입지가 홍콩 이상으로 제고될 것이다. 부정적으로는 한국은 북극 방면으로도 미·중 경쟁의 영향을 받게 된다. 전략경쟁의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북극의 자원과 항로 이용과 관련된 국제적 규범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중 구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 중 구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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