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故 김영인 씨 아들 “아버지 돌려 주셔서 감사” 눈물

임채무

입력 2019. 11. 11   17:33
업데이트 2019. 11.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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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사단, 6·25 영웅 유가족·유해발굴작전 참여 육군5사단 장병 초청 간담회


유해발굴작전 참가 장병들 

“임무 수행에 더욱 자부심…”


창작 뮤지컬 ‘귀환’을 통해 유해 발굴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있는 육군은 지난 8일 6·25 전투영웅 유가족과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작전에 참여한 육군5사단 장병들을 공연에 초청했다. 특히 공연이 끝난 뒤에는 주요 출연 장병들과 소통의 시간을 마련해 유해 발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전투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현장에 국방일보가 함께 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육군창작 뮤지컬 ‘귀환’ 관람을 마친 6·25 전투영웅 유가족들과 육군5사단 유해발굴작전 참여 장병, 뮤지컬 출연 장병들이 간담회를 마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육군창작 뮤지컬 ‘귀환’ 관람을 마친 6·25 전투영웅 유가족들과 육군5사단 유해발굴작전 참여 장병, 뮤지컬 출연 장병들이 간담회를 마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우리금융아트홀 휴게실에서 진행된 간담회는 생각보다 엄숙한 분위기여서 누구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가시지 않은 무대의 여운이 각자의 감정과 엉켜 누구도 쉽사리 말문을 열 수 없었다는 것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적막을 깬 것은 6·25전쟁 당시 강원도 인제에서 결사유격대 소속으로 참전했던 고(故) 김영인 씨의 아들 김해수 씨였다. 전투 중 전사한 김씨의 유해는 지난 2009년 발굴됐으며 지난해 10월 유전자 재검사를 통해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 김해수 씨는 “아버지를 돌려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과 함께 억눌렀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잠시 후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는 “오늘 뮤지컬 ‘귀환’에 초청됐을 때 각오를 했지만 보는 내내 저희 아버지의 일인 것 같아 감정을 주체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정말 큰 감명을 받았다.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유가족들도 저와 같은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유해 발굴에 참여하고 있는 장병들과 유해 발굴의 의미를 뮤지컬을 통해 알리고 있는 출연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씨의 진심 어린 감사에 출연 장병들과 5사단 장병들은 일어나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각자 맡은 임무와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깊게 느낀 장병들은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진구’ 역을 맡은 김민석(배우) 상병이었다. 김 상병은 “‘귀환’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6·25 전사자 유가족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늘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일’ 역을 맡은 이재균(배우) 상병도 “저를 비롯해 출연 장병들은 대중에게 유해 발굴이 어떤 것인지, 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열심히 연습했고, 매회 공연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 좋게 봐주신 유가족분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해발굴작전에 참가하는 장병들도 작전 중 느낀 소감을 말했다. 최영준 병장은 “유가족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제가 맡은 유해 발굴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귀환’ 관람을 통해 임무 수행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차분히 앉아 소감을 듣던 유가족 김택수 씨가 장병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씨는 “유해 발굴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장병들과 뮤지컬을 통해 유해 발굴의 의미를 알리고 있는 장병 모두의 노고에 감사한다. 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에 남겨진 참전용사들의 유해를 다 찾을 때까지 부디 그 노력을 멈추지 말아 달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고은성(배우) 상병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 세대가 6·25 전투영웅들이나 그 유가족들의 마음을 감히 상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유해 발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회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역사를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희 상병도 “화살머리고지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남궁선 이등중사의 유해를 발굴하는 데 참여했다. 그때도 유가족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슴이 찡하더라. 한 분의 유해라도 더 찾아 차가운 땅이 아닌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유해발굴작전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유해발굴작전은 6·25 당시 격전이 치러졌던 곳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9월 19일 남북이 9·19 군사합의에 서명함에 따라 1953년 정전협정 후 66년 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우리 측 지역에서도 유해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이곳에서만 200여 구의 완전 유해가 발굴되는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박재권 이등중사를 비롯해 올해 남궁선·김기봉 이등중사 등 전투영웅 3명의 유해가 가족과 조국의 품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유해들도 신원 확인을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더 많은 전투영웅이 가족과 조국의 품에서 영면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발견된 유품 중에는 중공군이 휴대했던 방독면과 미군이 착용했던 방탄복, 전쟁 당시 사용된 수류탄, 고폭탄, 소화기 탄약 등도 다수 발견돼 당시 전투상황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임채무 기자 lgiant61@dema.mil.kr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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