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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온 20만 마일, 달려갈 20만 마일

기사입력 2019. 11. 08   15:56 최종수정 2019. 11. 10   15:06

장형우 소령(진) 해군93잠수함전대 이억기함


지난 1일 이억기함의 안전항해 20만 마일 달성과 부대창설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수사로 활약한 이억기 제독의 이름을 따 2000년에 탄생한 이억기함은 20년의 오랜 세월 동안 조국의 바다에서 20만 마일을 달리며, 묵묵히 그 임무를 다해 왔다. 잠수함 최장 수명이 40년 정도라고 하니 이억기함도 중년의 나이가 된 것이다. 그 오랜 기간 13명의 함장님과 8명의 주임원사를 포함한 많은 승조원이 이 잠수함을 거쳐 갔다.

이억기함이 안전항해 20만 마일을 달성할 즈음 해군에서는 중년이 된 이억기함에 특별한 임무를 주었다. 바로 ‘환골탈태(換骨奪胎·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 먼저 것보다 잘되게 함)’다. 무협지에서 고수의 반열에 든 무사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이가 새로 나고 피부가 다시 돋는 환골탈태를 겪는다. 우리 이억기함도 이런 환골탈태의 시간을 가졌다.

2018년 7월, 조선소에 입창한 이억기함은 선체를 삼등분해 각종 장비를 교체하고 수리하는 창정비와 새로운 공격잠망경, 통합전투체계, 선 배열 예인 소나(sonar·함정이나 잠수함에 탑재돼 예인 형태로 운용되면서 수중 표적을 탐지하는 수중 감시체계)를 설치하는 성능개량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명 받았다. 무림 고수가 그러하듯이 우리도 환골탈태하기 위해 큰 고통을 겪었다. 뜨거운 여름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상가대에서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을 뿐만 아니라 장비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다섯 번의 태풍을 피해 가며 해상 시운전을 수행했으며, 어느 날은 갑자기 찾아온 해무로 시정 0m의 상황을 뚫고 입항해야 했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이 지나자 비로소 고수의 반열에 든 이억기함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이억기함은 창정비를 통해 진수 당시의 상태처럼 젊어졌으며, 성능개량을 통해 전보다 월등해진 능력을 갖추었다. 레이저 거리측정과 주야간 운용이 가능한 강력한 눈(공격잠망경), 적 잠수함의 작은 펌프 소리도 추적할 수 있는 예민한 귀(선 배열 예인 소나), 100여 개의 표적을 자동 추적하며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영특한 두뇌(통합전투체계)를 새로 갖추었다.

20년 동안 20만 마일을 쉼 없이 달려온 이억기함은 창정비와 성능개량을 통해 앞으로 맞닥뜨릴 새로운 20년과 20만 마일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 과정은 이억기함이라는 대서사시에 쉼표를 찍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 문장의 출발을 위해 펜을 들어야 할 차례다. 그리고 이억기함이 퇴역하는 그 날, 마침표를 찍는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다. 나를 포함한 우리 승조원과 이억기함의 건투를 빌며, 이억기함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부여된 그 어떤 임무도 성공적으로 완수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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