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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 모두 실감나게… 영화같은 현대전 펼쳐진다

기사입력 2019. 11. 07   17:14 최종수정 2019. 11. 07   17:17

<43> 모던 워페어 리부트

그래픽·사운드·한국어 더빙 삼박자
원작 뛰어넘는 현장감 생생하게 살려
리비아 미 영사관 습격·빈 라덴 사살 등
21세기 펼쳐진 실제 작전서 모티프
전술교리 최대한 가까이서 잡아내

최신 그래픽기술과 하드웨어 발전에 힘입어 ‘모던 워페어’의 전장은 실사에 더욱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필자 제공
현용 군사장비들이 등장하는 전장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만드는 것은 한국어 더빙을 포함한 강력한 사운드 연출이다.

현대전의 현장을 다룬 게임은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각각이 갖는 장점 또한 명확하다. 그러나 만약 전장의 현장감을 가장 강렬한 연출로 뽑아낸 게임을 하나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공통의 한 게임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인피니티 와드가 제작한 시리즈, ‘모던 워페어’다.

제목처럼 현대전을 중심 소재로 채택한 ‘모던 워페어’는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의 하위 시리즈다. 2000년대 초중반을 휘어잡은 ‘모던 워페어’ 3부작은 특유의 영화 같은 연출을 통해 냉전 이후 세계에 존재하는 3차 세계대전의 위협을 막아내는 특수부대의 활약을 그려내며 상당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리고 그 인기는 2019년,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를 통해 다시금 시리즈의 가치를 재증명받기 위한 출사표로 돌아왔다.

2019년 새롭게 돌아온 ‘모던 워페어’는 그동안 발달한 컴퓨팅 기술을 통해 워낙에도 유명했던 전장 연출을 더욱 현장감 넘치게 만들어냈다. 등장하는 특수부대원들의 장비와 패치, 군복의 주름 하나까지도 또렷하게 그려내며, 각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이동자세부터 사격자세, 심지어 탄창 재장전 시 움직임에서까지 손가락의 위치와 모양 하나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을 선보인다. 고사양 PC로 게임을 한다면 게임 속 무대 곳곳을 비추는 수많은 조명이 만들어내는 효과에 실사를 방불케 하는 느낌 속을 헤매게 된다.

그러나 그래픽 기술 이상으로 ‘모던 워페어’의 전장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것은 청각 디자인의 성취다. 게임은 전장의 현장을 시각 이미지에만 기대지 않는다.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런던 피커딜리의 폭탄 테러 현장은 사방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폭발음, 반사음과 잔향 때문에 적의 위치 확인마저도 혼란스러운 도시 안에서의 총격전 소음을 통해 실제 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소음으로 인한 대혼란이 무엇인지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리부트를 통해 주요 총기 사운드와 폭발음을 새롭게 갈아엎은 방식이 크게 주효했다.

여기에 하나 더 얹어지는 것이 한국어 더빙의 위력이다. 언어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자막을 읽어 가며 플레이해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2019년의 ‘모던 워페어’ 리부트작은 전체 게임 대사를 모두 성우를 동원해 한국어 더빙으로 입혀 출시됐다. 눈으로 적을 보고 조준하고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전장의 시각정보에 자막 읽기까지 더하다 보면 놓치기 십상인 디테일은 한국어 더빙을 통해 귀로 들어오는 정보가 보강되며 더욱 화려해진다.

한국어 더빙은 이야기 진행에 필수인 대사들뿐 아니라 전투의 현장성을 더하는 데도 단단한 몫을 한다. 아군의 부상에 찰진 욕설을 퍼붓는 군인들(덕분에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테러의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러대는 민간인들,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온전한 한국어로 계속 쏟아지면서 플레이어는 전장에서 느껴지는 패닉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체감하게 된다.

더욱 생생해진 현장감을 통해 ‘모던 워페어’가 그려내고자 하는 소재는 동시대의 현대전이다. 자주 다뤄지던 2차 세계대전의 대규모 공세 국면 대신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최신 장비와 잘 준비된 작전계획에 따라 치밀하게 진행되는 현대전의 전술교리를 최대한 가까이서 잡아낸다. 야시경을 쓰고 아지트 전후방에서 동시 진입하는 건물진압 작전, 좁은 복도와 계단 사이사이를 훑어내며 진입하는 실내 근접전투(CQC)상황, 기계화 장비와 공중지원의 도움을 받아 전진하는 야전상황이 플레이어의 주도하에 게임 안에서 펼쳐진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주요 작전들의 장면은 실제 21세기에 존재했던 작전들에서 상당한 모티프를 가져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아, 이건 그 작전이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2012년 실제 발생했던 리비아 미 영사관 습격사건은 게임 속에서 미 대사관 습격을 방어하는 작전으로 나타나고, 헬리본을 이용한 야간 습격으로 적 수뇌부를 노리는 장면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으로 유명한 미군의 넵튠 스피어 작전을 떠올리게 한다. 현대전의 주요 장면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관찰로 만들어진 게임 속 전투장면들은 훌륭한 기술과 연출력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현대전의 현장감을 최대한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워낙 인기가 높았던 원작이 존재했기 때문에 리부트 자체부터가 상당한 모험이었다. 전편보다 못한 속편 취급을 받기 쉬운 위태로운 프로젝트였지만 결과물은 상당한 호평에 도달한다. 발전한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해 그려낸 21세기 현대전의 양상들은 충분한 설득력을 유지하고, 원작에서 인기 높았던 인물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면서 스토리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과정은 이 게임이 여전히 현역 시리즈로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결과물이 상당히 높은 사양의 PC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하이엔드급 PC에서도 임무 브리핑 중에 이따금 지연이 발생하는 등 게임 콘텐츠를 하드웨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튀어나온다는 것은 일반적인 PC나 콘솔게임기에서는 공들인 만큼의 효과가 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짧은 싱글플레이 시간(대략 5~6시간)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도 작지만 마음에 걸리는 진입장벽 중 하나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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