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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읽어주는 각양각‘冊’

기사입력 2019. 11. 07   17:11 최종수정 2019. 11. 08   15:34

<65> 책으로 돌아가다: 가을에만 갇혀 있지 않을 새로운 책 관련 프로그램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 소설가 김훈 편의 한 장면 . EBS

‘책’을 다루는 방송에 대한 선입견들은 확고하다. 우선 가을에 반짝 편성됐다가 봄 개편 때면 사라지는 방송, 심야에 배치해 아무도 안 보는 방송, 지루하고 답답하지만 교양을 쌓기 위해서 봐야 하는 방송 등이 그것이다.하지만 최근 두 달 남짓한 기간에 하나둘씩 늘어나서 어느덧 꽤 많은 채널에서 만날 수 있는 신개념 책 프로그램은 그 포맷과 장르부터 다양하다. 특히 EBS와 같은 공영방송이 아닌 종편과 예능전문 케이블 채널에서까지 책 방송을 만든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단순히 저자 인터뷰나 강연, 낭송, 혹은 휴먼 다큐 형식에 매몰돼 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끌어와서 예능과 접목하는 방식으로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요즘 책방: 책 읽어 드립니다’  tvN

지난 9월 말에 방송을 시작한 ‘요즘 책방: 책 읽어 드립니다’(tvN)는 요즘 뜨는 ‘북클럽’에 ‘5분 특강’을 더한 것처럼 보인다. 역사 강사 설민석이 핵심만 뽑아 책 내용을 요약해주면 전현무·이적·문가영 등이 책을 읽은 소감에서부터 느낀 바까지 신나게 수다를 떤다. 1980, 1990년대 유행했던 독서 토론이 아니라 요즘 엄마들 사이에 유행인 ‘북클럽’이다. 요약이나 감상에만 그치지 않고 물리학자 김상욱, 진화학자 장대익 같은 전문가들이 나와 책 내용에 반론을 제기하거나 논의를 확장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하는 점이 특별한 재미요소다.

지난 9월 말 시작해 6회까지 방송된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교육방송)은 한국적 특수한 환경에서 발달하고 있는 개성 넘치는 동네 책방을 탐방하는 구성에 여행프로그램의 재미와 작가와의 대화를 묶었다.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작지만 특색 있는 동네 책방들을 진행자인 소설가 백영옥이 찾아가는 것 자체가 여행 예능이 되며, 이 자리에 초대 손님으로 또 다른 작가를 모셔 오는 것이 곧바로 북 콘서트가 된다. 시청자들은 순간순간 장르가 달라지는 프로그램을 즐기고 동네 주민들은 집 앞 책방에서 유명 작가를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멜로디 책방’ JTBC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JTBC의 ‘멜로디 책방’은 앞의 두 프로그램의 장점들을 취해 더욱 예능적으로 접근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돌과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 출연자들이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직접 책을 선정해서 읽은 뒤 북클럽처럼 감상과 수다를 나누고 이를 모티브로 다시 ‘Book OST’라는 새로운 음악을 발표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필수요소인 미션과 그 수행 과정이 보는 재미를 더하고, 너무나 완성도 높게 창작된 곡이 연주될 때 황홀감까지 느끼게 된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 더욱 바람직한 프로그램이다.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JTBC

지난달 29일 시작한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JTBC)는 중국·프랑스·일본·한국의 오래된 서점들을 다니면서 각 나라에서 지금 주목할 만한 책 관련 문화를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다. 서울국제도서전의 모델로 자신이 꾸민 추천도서 서가를 선보여 독서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던 장동건은, 내레이터를 넘어 ‘프리젠터’가 돼 서점들을 직접 둘러보고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 이 프로그램은 책을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을 문화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각국의 책방 운동들을 각별한 스토리텔링으로 조망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기획 의도와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돋보인다. 1년 이상 준비하면서 작은 서점이 변화시킨 향촌의 풍경을 과감히 담아낸다거나, 유명 영화의 장면들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의미를 확장하는 솜씨 등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드라마만큼이나 재미있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세계적인 스타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여 콘텐츠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게 설계한 것은 일종의 전범(典範)이라 하겠다.

교양 프로그램들이 나날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방송 환경에서, 오히려 1인 미디어들을 중심으로 책 관련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갈증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구호만 남은 앙상한 캠페인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면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최근의 책 프로그램들의 가치는 장동건이 ‘백 투 더 북스’ 1회에 던진 질문 한마디에 응축돼 있다.

“여러분의 가슴속에 어떤 시가 흐르고 있습니까?”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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