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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병영칼럼] 밥 한 끼의 힘

입력 2019. 11. 07   14:16
업데이트 2019. 11. 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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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연 
교육컨설팅 리파인 대표
이 주 연 교육컨설팅 리파인 대표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는 말이 있다. 컴포트 푸드는 기쁨·안정을 주거나 슬프거나 아플 때 찾게 되는 음식으로, 어떤 사람은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라고도 표현한다. 1966년 미국 일간지에 처음 등장했고,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사용되기 시작했다.

살다 보면 인생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한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의 허기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때 누군가가 해주는 공허한 위로의 말보다 컴포트 푸드가 마음속 허기를 달래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컴포트 푸드, 즉 나만의 위로의 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육개장이다. 어린 시절 필자의 엄마는 가을이 되면 엄마표 육개장을 끓이시곤 했다. 엄마의 육개장 레시피는 소고기를 넉넉히 넣어서 국물을 우려내고, 달큰한 가을 무 그리고 고사리와 마늘·파 등을 듬뿍 넣고 한 솥 끓이는 것이다. 그러고는 한 번 먹을 만큼씩 소분해서 냉동시켜 두곤 하셨다. 이렇게 잘 보관해둔 육개장은 내가 몸과 마음이 피곤하거나, 감기 기운이 돌 때 하나씩 꺼내서 먹고 나면 따뜻한 열기가 돌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곤 한다.

우리가 흔하게 하는 말 중에 ‘밥 한 끼 하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서로를 좀 더 알고 싶다’ 또는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나와 의견이 다르고 조금은 서먹했던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

얼마 전에 나는 교육 제안을 위해 고객사의 임원을 만났다. 업계에서 교육통으로 불리는 임원과의 회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회의를 진행하던 중, 고객사의 임원은 나에게 툭 한 마디를 건넸다. “우리 밥 먹고 합시다”라고.

고객사 임원은 생선조림·제육볶음 등이 주메뉴인 소박한 밥집으로 인도했다. 담소를 나누고 있자니 각자의 메뉴가 각각 커다란 쟁반에 소담스럽게 차려져 나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정성이 가득한 음식들이었다. 새삼 나를 위해서 누군가가 이렇게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했다고 생각하니, 회의 내내 갖고 있던 차가운 긴장감이 어느새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온기로 채워졌다. 그러자 대화가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했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객사와의 업무 협의도 술술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과의 소통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의 40% 이상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쁘고, 시간이 안 되고, 귀찮아서인데, 결국에는 식사를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먹는 것이 편의점 음식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들은 마음의 허기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밥 한 끼를 청해 보면 좋겠다. 그 밥 한 끼의 힘은 생각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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