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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 종교와삶] 합격사과

기사입력 2019. 11. 05   16:52 최종수정 2019. 11. 05   16:53

이원근 육군3군단 신앙선도장교·대위·신부

사과 농사로 사랑받는 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그 마을의 사과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강력한 태풍이 상륙해서 수확을 앞두고 있던 사과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습니다. 전체 과실 중 90%가 땅에 떨어졌고, 아직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를 다 거둬들인다고 해도 예년의 10% 정도 수확량밖에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해 농사를 망쳤다는 상실감에 그 마을의 농부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직 한 농부만은 밝은 얼굴로 “괜찮아, 괜찮아!”라고 외치며 다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농부가 큰 충격을 받아 실성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저히 괜찮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웃으며 괜찮다고 하니 미쳤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농부는 아직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10%나 남아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남은 10%의 사과들이 그토록 강력한 태풍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버텨낸 것에 착안해 대학입시를 앞둔 사람들에게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팔아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의아스럽긴 했지만, 지푸라기라도 붙잡자는 심정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라는 브랜드의 사과가 출시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과에 태풍으로 농사에 더는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정판’이라는 프리미엄을 붙여서 일반 사과의 10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팔았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사과는 비슷한 시기에 재배한 다른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그 후 이 마을은 사과 생산지로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도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긍정을 발견했던 한 농부로부터 시작된 ‘희망의 기적’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강원도 인제에는 주변에 산이 많아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가 되면 붉은 단풍잎이 마을을 가득 채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어떤 이들은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음에 신의 섭리와 감사를 느끼지만, 또 다른 이들은 주변 산들로 사방이 막혀 있어서 답답함과 외로움을 호소하며 한 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삶 속에서 ‘좋고 나쁨’의 문제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며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나 조건이 ‘좋다’고 생각되면 긍정과 희망의 기운 속에서 자기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만, 그 반대로 ‘나쁘다’고 생각되면 부정과 절망의 기운 속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됩니다. 그러나 ‘좋고 나쁨’은 객관적으로 정해진 지표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똑같은 상황을 두고 주관적으로 서로 다르게 해석할 뿐입니다. 군 복무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집니다. 조금만 긍정적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뛰어넘으면 다른 장벽들은 뛰어넘기가 너무나 쉽다는 걸 실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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