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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철 기고] 승리의 비결

기사입력 2019. 11. 05   16:52 최종수정 2019. 11. 05   16:53

이무철 육군12사단 쌍호연대 백마촌대대장·중령

내가 프랑스의 외인부대에서 신병교육을 받던 중 겪은 일이다. 5개월의 교육과정이 중반까지 진행되면서 지원병들은 부대 생활에 적응해 요령을 피우기 시작했고, 교관들은 이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었다.

이날도 훈련을 마친 후 지원병들은 집합시간을 지키지 않고 이용이 금지된 자판기를 사용하는 등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관은 지원병들 전원을 속옷 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시켰다.

비록 이곳은 프랑스 남부지역이지만 2월의 밤에 겨울비를 맞으며 속옷만 입고 서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떨리고 불평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잠시 후, 집합을 지시한 교관이 사열대 단상에 서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교관 자신도 우리와 똑같이 속옷만 입고 등장한 것이다. 나는 교관이 왜 저런 복장으로 등장했는지 궁금했다.

약 30분간 교관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정신교육을 했고, 이후 대략 한 시간 동안 체력단련을 했다. 나는 이때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교관도 지원병들과 같이 체력단련을 했기 때문이다. 교관은 지원병들보다 더 정확한 자세와 우렁찬 목소리로 지원병들을 압도했고, 더구나 웃으면서 지원병들이 제대로 하는지를 감독했다.

나는 맨 앞줄에서 한 시간가량 체력단련을 하는 동안 교관이 끝까지 정확한 자세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솔선수범이란 무엇인가?’ ‘어떤 부대가 싸워 이기는 부대인가?’ 교관에 대한 불만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존경심으로 바뀌었으며, 이런 시스템과 전통을 가진 외인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자라났다.

체력단련으로 인한 불만과 근육통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교관과 지원병들 간 무언의 대화, 동질감, 소속감, 전우애로 뒤섞여 하나의 앙상블을 이뤘다. 체력단련이 끝날 무렵 모두가 가쁜 숨을 내쉬며 힘들어했지만, 교관과 지원병들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겨울비로 땀을 식히며 야간 체력단련을 마쳤다.

요즘도 가끔 그때가 떠오르곤 한다. ‘싸워 이기는 군대’ ‘전우애로 똘똘 뭉친 부대’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로 ‘솔선수범’이다. 간부는 항상 부하들과 함께해야 한다. 만약 지시만 하고, 부하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부대는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이다.

끝으로, 외인부대에서 머무르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욕설을 들은 적이 없었다. 정말 단 한 번도 없었다. 싸워 이기는 부대의 구성원은 전우와 부하들에게 욕설하지 않는다. 내가 그곳에서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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