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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종교와 삶] ‘내가 해봐서 아는데…’

기사입력 2019. 10. 29   15:33 최종수정 2019. 10. 29   16:02

정 현 수 
공군20전투비행단 군종장교·대위·신부
지난 23일 영국 공영방송 BBC의 채널 가운데 하나인 BBC Two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오늘의 단어’로 우리말 ‘꼰대’를 선정해 작은 이슈가 됐다. ‘KKONDAE’라고 표기한 이 단어에 대한 해석은 이렇다.

‘늘 자신이 옳고 당신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꼰대의 뜻을 ‘은어로 늙은이, 혹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소개한다.

하지만 통상 이 단어는 고리타분한 자신만의 생각을 남(특히 후배나 하급자)에게 강요하며 참견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하겠다.

사람은 언제 꼰대가 되는가. 그 발동 조건(?)은 ‘선(先) 경험’이다. 누군가가 경험했거나 하는 것을 본인은 이미 경험했을 때, 특히 경험에 대한 그의 해석과 선택이 자신과 달라서 비교하며 우위를 얻고 싶어 할 때, 꼰대가 되기 쉽다. 사회의 수직적인 소통방식도 한몫한다. 어른이 잘되라고 한 말씀 하시면 그저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연장자의 책임인 분위기에서는 단지 먼저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 권위가 보장되는 것처럼 착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선 경험자의 지식과 조언이 온전히 꼰대의 조건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경험의 축적 없이 발전이란 있을 수 없고 앞날에 대한 대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섣부르게 해답을 제시하려는 태도에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순간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

첫째는 같은 경험이라도 받아들이는 주체로서의 개인은 세상 누구도 같을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그러므로 같은 경험에 대해 ‘자신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셋째는 상대가 바라는 것은 섣부른 해답이 아니라 자기가 겪고 느끼는 것에 대한 지지라는 사실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 없다. 상대가 나와 다르지만 동등한 인격체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할 때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특히 상대가 고충을 겪고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큰 훈련이나 평가를 앞두고 긴장하는 후임병에게 선임병이, 장기지원이나 진급을 준비하며 걱정하는 후배에게 선배가 “뭘 그런 걸 가지고… 나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먼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그 마음을 헤아리며 다가간다면 어떨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 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중하게 성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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