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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광장] 생명을 살리는 말 한마디… “괜찮니?”

입력 2019. 10. 25   17:06
업데이트 2019. 10. 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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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대령(진)
해군2함대 근무지원대대

자살(自殺)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삶을 중단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사회에서는 유명인의 자살을 언론에서 상세하게 다루는 것이 자살률을 높인다고 해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칭한다.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군에서 자살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자살은 무관심이 개인주의로 변모되는 사회적 요인과 더불어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 앓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게 되는 개인적 요인이 맞물려 발생한다.

우리 군은 자살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자살사고 97건이 발생한 2011년에 비해 2013년 79건, 2015년 57건, 2017년 51건 등 그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자살 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살에 실패하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는 장병들은 대부분 순간의 안일한 판단으로 극한 행동을 결정하게 됐다며 후회한다. 자살은 힘든 순간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떠올릴 수 있는 일종의 ‘환각’일 수 있다. 현실을 벗어나려는 탈출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자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자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004 병영고충상담’ ‘1303 국방헬프콜’ ‘병영생활상담관’ 등 다양한 대책이 운용되고 있다. 최근 해군2함대사령부에서는 연극·퍼포먼스·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장병들이 직접 제작 발표하는 ‘자살사고 예방을 위한 괜찮니 경연대회’를 열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8일 부대 전 장병과 군무원이 관람하는 가운데 총 8개 팀이 참가했고, 2기지전대 소속 근무지원대대는 ‘개화’라는 주제의 뮤지컬을 준비했다.

첫 부임지에 배치받은 수병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주변의 작은 관심으로 회심의 기회를 준 여러 인물을 만나며 고통에서 벗어나 희망의 날개를 펼쳐가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참가자들은 프로 배우가 아니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며 자신의 역할을 여러 번 점검했다. 준비하는 기간이 장병들 간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가 됐고,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 됐다. 신병들은 첫 부임지에서 따뜻한 관심의 손길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음을 깨닫지만, 반대로 비수 같은 말 한마디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순간 잘못된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뮤지컬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했다.

대회 결과 근무지원대대는 최우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준비한 장병들에게 포상도 주어져서 우리에게는 더없이 기쁜 하루였지만, 아직도 어두운 곳에서 방황하는 병사들에게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희망찬 메시지가 닿아 그들이 다시 ‘삶’으로 시선을 돌렸으면 한다.

해군2함대 자살사고 예방 ‘괜찮니’ 경연대회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소통의 시간이 되고, 관람하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여러 방법으로 생명존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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