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들소대대, 하나 되는 날

입력 2019. 10. 17   17:04
업데이트 2019. 10. 17   17:04
0 댓글

김동규 소위 육군27사단
김동규 소위 육군27사단

우리 들소대대는 지난달 2일부터 6일까지 자살 예방 주간을 진행했다. 자살 예방 주간은 부대 내 자살 우려자를 식별하고, 면담과 교육을 통해 밝은 병영문화를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성 검사, 소대원 면담, 자살사고 예방교육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들소대대 하나 되는 날’은 부대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해당 중대의 간부와 용사 간에 역할을 바꾸어 하루 동안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본부중대장이 충성마트병, 소대장이 취사병 등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하루 대부분 함께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서로를 100%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나 되는 날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었다.

행사 하루 전, 많은 용사가 설레고 기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용사가 간부의 생활을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컸지만, 간부가 용사로서 병영생활을 하며 용사의 삶을 더 잘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당일 전투일일결산 때는 흔치 않은 풍경이 벌어졌다. 중대장을 대신해 중대 용사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본부중대장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이동엽 일병은 “본부중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대의 하루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처부, 중대별로 회의를 거쳐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점심시간에는 행정보급관과 소대장들이 취사장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식기세척장에서는 취사 파견 온 소대장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식판을 닦고 있었다. 조리병 임무를 수행했던 허정 중위는 “설거지를 하는데 주위에서 격려해주는 ‘수고하십니다’라는 말 한마디에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조리병들의 수고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 깊이 감사하는 시간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일과 이후에도 용사들은 간부와 함께 체력단련·식사 등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이어갔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간부와 용사의 친밀도와 이해도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새로 분대장으로 전입해 온 송재준 하사는 “전입해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병력과 친해질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들소대대 하나 되는 날’로 용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며 이번 행사에 만족했다.

간부와 용사 간에 임무를 바꾸어 수행한다는 것이 파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는 몸소 체험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하나 되는 날을 통해 들소대대는 간부와 용사가 더욱 화합하고 밝은 병영문화에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