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다시 출렁이는 남중국해― ‘규칙 기반 안정적 질서’ 구축은 가능한가?

입력 2019. 10. 18   16:11
업데이트 2019. 10. 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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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제174호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미-중 패권 경쟁·관련국 강압적 행동이 안정질서 장애물
구속력 있는 ‘행동 규칙’(CoC) 타결에 관련국 합의 어려워 


올해 내내 남중국해 수온은 유난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의 파도가 다시 치솟고 있다. 영유권 주장과 국제해로 보호 원칙(항행의 자유)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왜 남중국해 분쟁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긴장 수위를 일촉즉발 수준으로 계속 높여 갈까?


중국은 남중국해 80~90%를 차지하는 수역 주변으로 九段線을 설정, 역사적 연원을 내세워 구단선 안은 중국의 바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2016년 7월 유엔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였음에도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제사회는 국제수로인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와 상공 비행의 자유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는 국제법 원칙이자 확립된 해양 질서라고 맞서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과 아세안은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에 서명한 이래 보다 구속력 있는 행동규칙(CoC) 체결 문제를 협의해 왔으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수시로 베트남과 필리핀의 EEZ 내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면서 석유 · 가스 시추 활동을 방해하거나 어부들의 어로 활동을 제한하고 매립지를 넓혀 가면서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고 이를 군사화 하여 마찰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 해양 전략의 출발점이며 미 · 중의 전략적 이해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주요 해상 교통로 · 연간 5조 달러 규모의 물동량 수송로이자 전 세계 어족 자원의 12%를 차지하는 수산물의 보고이다. 또한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여 앞으로 연안국들의 시추 활동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무역고의 3-40%와 원유 도입량의 9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해 운송되는 만큼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바다다.

이처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 · 중간 패권 경쟁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아세안 10개국은 9월 초 5일간 남중국해 최남단 베트남 수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하였다.


양측은 이번 훈련에 미국 구축함을 비롯한 군함 8척과 미 해군 Poseidon 정찰기를 포함한 항공기 4대와 병력 1,250명을 동원하여 정체불명의 선박 공동 추적 · 나포 · 수색 · 해양위협 대처 등에 초점을 맞추어 실전 연습을 펼쳤다. 올 여름 미 · 중간 무역 전쟁 격화에 더해 남지나해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실시된 미 · 아세안 해군연합훈련은 초강대국들과 그들의 지역동맹국들 사이에 판돈이 크게 걸린 지정학적 체스 개임의 가장 최근 움직임으로 주목을 끌었다.


최근 들어 남중국해에서 국제법 원칙을 관철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대응은 훨씬 확고하고 기민함을 보여준다. 미 해군은 9월 12일 유도 미사일 구축함 Wayne E. Meyer 호를 항행자유 작전(FONOP) 일환으로 남지나해 서사군도 근처로 투입, 항해시켰으며 그로부터 불과 약 2주전 8월 28일 남중국해 남사군도상 분쟁 중인 2개의 지형물의 12마일 안으로 동일한 유도 미사일 구축함을 항해시키는 작전을 전개했다. 미국은 남지나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며 올 5월에도 2척의 미 군함이 남지나해 북쪽 서사 군도 내 중국이 지배하는 지형물 근처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한 바 있다.


한편, 올 7월초 중국의 지질 조사선이 4대의 중국 무장 해양 경비정의 호위를 받으면서 베트남 EEZ 수역 내로 들어와 석유 · 가스 조사 활동을 벌이다 베트남 함정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이 8월 13일 동일한 지질 조사선 Haiyang Dizhi 8와 복수의 호위함을 베트남의 대륙붕 지역인 Vanguard Bank에 재배치하자 베트남도 자국 선박을 그 지역에 파견함으로써 맞대응하였다.


이에 앞서 6월초 남지나해 필리핀 EEZ 내 Reed Bank에서 중국 어선과 어부들이 필리핀 어선 FB Gimberl 호를 의도적으로 들이받아 필리핀 어선을 침몰시키고 필리핀 어부 22명을 구조하지 않고 바다에 표류시킨 사건이 발생, 필리핀 · 중 관계에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미국의 대(對)중 압박은 다자 · 양자 차원에서 병행되고 있다. 금년 8월 방콕 개최 ARF 외교장관회의 의장 성명은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유지와 원활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8월 1일 개최된 미 · 일 · 호주 3자 전략대화 각료공동성명 역시 남중국해 문제 해결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3국은 2016년 7월 필리핀 · 중국 중재재판소 판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재판소의 판결은 양 당사국들에게 최종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음에 유의하면서 남중국해에서 매립 · 전초기지 건설 · 분쟁 지형물 군사화 등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강압적 · 일방적 행동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한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월 1일 Don 태국 외교장관과 방콕에서 공동기자회견 시 미국은 모든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들에게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내도록 요청하고 동일한 요청을 태국 측에도 전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어 8월 22일자 미국무부 대변인 성명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의 오래된 석유 · 가스 활동에 반하는 강압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라는 제하에 중국이 베트남의 자국 EEZ 내 정당한 경제 활동을 계속 간섭하는데 우려를 표하고, 중국이 금년 8월 13일 무장 호위선과 함께 정부 소유 조사선을 Vanguard Bank 부근 베트남 수역에 재배치한 것은 여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국들을 위협하여 남지나해에서 자원개발을 못하도록 하는 계산된 노력의 일환이라고 비난하였다.

또한, 2002년 이래 질질 끌어왔던 남중국해 행동규칙(CoC) 성안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금년 8월 2일 방콕 개최 ARF 외교장관회의 의장 성명은 올해 아세안 · 중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CoC 단일협상 초안(Single Draft CoC Negotiating Text)의 1회독이 완료되었음을 환영하고 CoC 협상에 이바지할 환경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1회독은 각국이 자국의 입장을 읽어보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앞으로 중 · 아세안 양측은 본격적 협상 국면인 CoC 협상문안의 2회독과 3회독을 앞두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작년 11월 싱가포르 중 · 아세안 정상회의시 앞으로 3년 내 CoC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과연 CoC를 법적 구속력 있게 만드는데 동의할까 하는 문제에 논의를 맞추어 왔다. 이 점은 유효한 협정에 핵심적인 요소로 보인다. 그렇지만 반드시 해결하기 가장 어렵거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예컨대, CoC 범위에 남사군도뿐만 아니라 서사군도를 포함시킬 것인가, 중국만이 분쟁 지역으로 간주하는 Vanguard Bank 같은 지형물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나타나듯 CoC 적용 대상에 대해 당사국들의 입장이 일치한다는 징후가 없다. 분쟁 수역 어족 관리 · 석유-가스 공동개발 · 환경보호 또는 법 집행 문제와 같은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여타 당사국들이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을 어떻게 그들 자신의 국내법 및 국제법과 조정할 것인가, CoC 해석을 둘러싼 이견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등 모든 당사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슈들을 조정하는데 아마도 수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이전부터 남중국해 분쟁은 직접 당사국간 협의 ·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남중국해 평화 · 안정은 중국과 아세안이 공동 수호하는 ‘Two-Track 해결 방안’을 주장해왔다. 지난 9월 13일 CNN 보도에 의하면,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이 바로 그 전주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시 시 주석이 남중국해 관련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 무시와 교환으로 필리핀측에 ‘통제지분’(controlling stake)을 부여하는 남중국해 에너지 공동개발 사업을 제안했다고 Duterte 대통령이 9월 10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중국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항행의 자유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같은 보편적 국제법 원칙은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한다.


싱가포르의 자세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싱가포르는 소국이지만 주변 강대국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나라다. 원칙을 굽히는 일이 없으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에서 국가경영 원칙에 금이 보이면 도미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1975년 이래 대만에서 자국군의 군사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는데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싱가포르에 여러 차례 압력을 가했지만 싱가포르는 단호했다. 결국 중국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싱가포르 · 대만 간 군사교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필자 소개  
정해문 ARF 대표(hmchung77@gmail.com)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외교부 입부 후 주그리스대사, 주태국대사,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1년 말 퇴임 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강의하였으며 서울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현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전문가 그룹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관련자료
· Christopher Bodeen. “Recent developments surrounding the South China Sea.” The Washington Post, October 07, 2019.
· Economist.”China is resorting to new forms of bullying in the South China Sea.” Economist, October 03, 2019.
· Christopher Bodeen, The Associated Press. “CARAT and the stick: Latest South China Sea developments” Navy Times, August 06, 2019.
· Wu Shicun. “What’s Next for the South China Sea?” The Diplomat, August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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