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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수 독자마당] 6·25 참전 노병의 ‘꿈’을 따라서

기사입력 2019. 10. 17   16:15 최종수정 2019. 10. 17   16:26


신 준 수 
강원도 고성군·송지호 해방풍 보존회 회원


92세 되신 참전용사의 소망이 주둔 부대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초 어느 안보단체에서 관내 6·25참전용사와 가족을 대상으로 ‘나의 꿈’이라는 질문서를 받았다. 그중 국군 제15사단 38연대 수색중대 부분대장이었던 이원규(1928년생) 이등중사께서 동해안의 최대 격전지였던 월비산·향로봉·건봉령(남강) 지역 전투현장에 가서 호국영령들께 “물 한 잔, 술 한 잔, 주먹밥, 건빵, 담배를 올리고 싶다”는 것이 있었다.

지난 한가위 그 꿈을 이뤄 드리기 위해 부대의 협조를 받아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인 ‘향로봉 전적지’로 향했다. 6·25참전 고성군지회장님과 자매결연 부사관단 간부님들이 군용 지프를 타고 진부령을 거쳐 2시간 정도 이동했다. 날씨는 흐렸으며, 향로봉(1296m) 정상에는 향로와 제단이 단정하게 설치돼 있었고, 부대에서 준비한 건빵 등 간소하게 제수를 마련해 식순에 따라 참배 행사를 했다. 노구를 이끌고 67년 만에 전투현장을 방문하니 그 감회를 무엇으로 표현하랴.

무릎 꿇고서 나라의 안녕과 호국영령들께 술잔을 올리면서 진심 어린 참회의 축원을 드린다. 노병은 직책상 마땅히 전사해야 할 수색중대 출신인데 본인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지금껏 지낸다고 한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남북이 쌍방 간 손을 맞잡아서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총부리를 겨누었던 적군들의 명복도 빌어주니 모두가 숙연해진다. 명절이라 장병들에게 마음의 선물도 전했다.

하산하는 군용차 안에서 6·25전쟁 당시 청춘으로 되돌아가 평생 응어리졌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털어놓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군가도 힘차게 잘 부르신다.

이번 전적지에 따라나선 필자도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것은 초고령임에도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신념화된 수색대원 출신답게 “소망을 글로 쓰고 포기하지 않으며 끈질기게 염원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에 용기를 얻었다. 내년에도 건강이 허락하시면 적에 포위돼 온종일 물속에 숨어있었다는 건봉령 고진동 계곡 ‘남강’에도 모시고 싶다. 어찌 이분뿐이랴.

지금 동북아시아의 각축장이 된 한반도, 열강과의 외교·안보·경제 분쟁에 더해 극심한 국론분열로 위기에 봉착한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 대동단결해 슬기롭게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 평화번영의 길을 열어야겠다. 그러므로 통일의 길목인 고성은 수복지역으로 민·관·군이 상생 협력해 더 잘사는 지역이 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4월 고성·속초 대형 산불 발생 때 국민의 군대로서 화재진압·피해복구 지원과 이번 전적지 현장 방문에 각별히 배려해주신 율곡부대장님과 관계관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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