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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제 종교와 삶] 어머니의 촛불 기도

기사입력 2019. 10. 15   15:56 최종수정 2019. 10. 15   16:04

우 석 제 
육군2군단 신앙선도장교·대위·신부
나의 유년시절 어머니는 저녁이 되면 촛불을 켜고 묵주기도를 하곤 하셨다. 항상 거실 한편에 마련된 기도상 앞에 앉아서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하셨다. 그리고 때로는 나를 옆에 두고 함께 기도하셨다.

나는 그 기도가 너무 귀찮았다. 같은 기도가 반복되는 묵주기도는 마치 수면제와 같아서 하품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숙제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함께 기도하자는 어머니의 청을 거절하곤 했다. 그래도 어머니는 늘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갑자기 전기가 떨어지는 ‘툭’ 소리와 함께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필이면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순간 공포심이 밀려왔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던 나는 벽을 더듬어 애꿎은 전등 스위치를 몇 번이고 누르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둠의 공포 속에서 빛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도중, 순간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기도를 위해 켜셨던 촛불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기도상 쪽으로 기어가서 손으로 더듬었다. 기도상이 만져졌고 이어서 초가 만져졌다. 그러고는 곧바로 라이터를 손에 쥐었다. 어머니는 늘 라이터를 초 옆에 두셨기 때문이다. 라이터로 촛불을 켜는 순간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고, 나는 금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를 귀찮게 하고, 쓸모없어 보이던 어머니의 저녁기도는 그렇게 실제의 어둠 속에서 나를 구해 주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어머니는 늘 나를 위해서 기도하셨다. 지금도 하고 계신다. 그 덕분에 내가 천주교 사제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우리 어머니의 기도뿐만 아니라 모든 기도는 그 자체로 위대하다.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은총을 얻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기도하는 사람, 더 구체적으로는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그 마음이 없으면 그 기도는 시작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어둠 속에서 촛불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어머니의 마음에서 시작된 기도라는 행위 때문이었듯이 말이다. 아마도 하느님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 그리고 그의 마음을 더욱 소중히 여기실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누군가를 위한 마음은 어느 한 사람을 구해 주는 큰 힘의 원천이다.

신앙인은 물론이고, 꼭 절대자를 믿지 않는 사람도 그렇게 기도라는 것을 해보시기 바란다.

기도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다만 오늘 누군가를 생각하고, 위하고, 사랑해 보시길 바란다. 그 마음은 오늘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에게 닿아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나를 위해서 누군가가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있음을 기억해 보시길 바란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읽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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