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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람 병영칼럼] 국민조종사 도전과 낙방의 여유

입력 2019. 10. 15   15:56
업데이트 2019. 10. 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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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 람 
국방FM 작가
한 보 람 국방FM 작가

2017년 9월 19일 서울 공군회관. 오랜 기대감 속에 설렘과 긴장감이 더해지며 얼떨떨한 상태로 건물 로비로 들어섰다. 이날은 ‘제6기 국민조종사 면접심사’ 날이었다. 꽤 높은 서류심사 경쟁률을 뚫고 면접심사에 왔다는 점에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서른아홉의 낯선 이름 앞에서는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어찌나 긴장되던지 면접관이 뭘 물어보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고,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나도 모르는 기밀이 됐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8월 10일, 기다렸다는 듯 제7기 국민조종사 지원 서류를 제출했다. 경쟁자가 적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는 공군 창군 70주년을 맞아 기존의 4명에서 7명으로 확대 선발하는 데다 독립기념관 상공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함께 기념한다니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누가 마다하겠나.

남들이 한창 휴가를 갈 때도 혹여 국민조종사에 선발되면 어쩌나 싶어서 휴가를 미뤘다. 덕분에 함께 휴가를 가기로 했던 선배 언니와 몇 번이나 일정을 조율했는지 모른다. 8월 내내 기다림의 날들을 보낸 언니는 급기야 “국민조종사 떨어지면 휴가 미룬 것 소송 걸겠다”고 했지만, 서류도 통과하지 못한 동생이 안쓰러워서였는지 휴가는 날 좋은 시월에 가자고 했다.

재작년엔 면접에서 떨어지고 올해엔 심지어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담담했다.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고, 심지어 응원해준 많은 분에게 서둘러 낙방 소식을 알리면서 내후년을 기약하는 여유까지 보였으니 말이다. 낙방을 거듭하며 2년에 한 번 있는 이 시간을 오히려 즐기게 된 것 같다.

격년으로 이뤄지는 국민조종사 선발은 국민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공군조종사의 임무를 국산 항공기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이 ‘국민조종사’라는 멋진 타이틀을 달았고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머플러)를 목에 멨다. 소수의 사람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나머지는 떨어졌다. 하지만 꼭 합격이 아니면 어떻단 말인가. 실패를 발판 삼아 내후년엔 더 잘 준비하면 되고, 혹 나처럼 재수에 실패한 누군가가 있다면 나와 같이 삼수에 도전하면 되는 거다.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ADEX 2019’가 1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올해 선발된 국민조종사 7명은 오는 19일 공군이 운용하는 국산 항공기 T-50, FA-50, KT-1 그리고 KA-1를 타고 비행할 것이다. 나는 서울공항에 가서 그 누구보다 크게 환호해주고 열렬히 박수를 쳐줄 생각이다. 국민조종사에 선발된 인원들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며 공군본부에는 2021년 서류심사 때 뵙자는 말씀을 드려본다.

오프라 윈프리는 말했다. 실패는 우리가 어떻게 실패에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맞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 실패가 아니라 과정일 뿐인 거다. 그리고 중요한 건 올해 서울 ADEX에 가서 창공을 가르는 누군가의 비행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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