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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 병영칼럼] 복기(復棋)의 지혜

입력 2019. 10. 11   16:02
업데이트 2019. 10. 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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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지 영 
해병대사령부 훈련관찰관·(예)해병준장
류 지 영 해병대사령부 훈련관찰관·(예)해병준장


몇 년 전, 우리나라 천재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전 세계적인 화제였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이세돌은 첫판부터 연거푸 3패를 당했고, 이후 한 판을 이기는 데 성공해 결국 1승4패로 막을 내렸다. 이세돌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알파고에 그나마 1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3패 동안의 수를 모두 복기해 되돌아 짚어보며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둔 수를 모두 기억해 다시 두어 보는 복기(復棋)의 힘이라는 것이다.

바둑에선 이세돌 같은 고수나 프로기사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복기를 할 수 있다. 통상 한 사람이 150여 수를 둔다. 둘이서 둔 300여 수가 되는 것을 첫수부터 끝까지 기억해내 완벽하게 다시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되지 않고서는 바둑 프로는 고사하고 아마추어 고수도 될 수 없다. 이러한 복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 돌 한 수, 한 수에 모든 신경을 모아 두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둑은 매 한 수가 중요하고 그 한 수에 따라서 승부가 갈리게 된다. 따라서 한 점도 예외 없이 모든 정성을 모아서 최고의 수를 찾으며 두기에 시간이 지나도 기억해내서 다시 그대로 둘 수 있다.

야구에서 선발투수는 통상 80~100여 개의 공을 던진다. 그런데 대부분 투수는 처음부터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던진 그 공의 개수와 결과는 물론 각각의 구질과 상대 타자와의 결과 등을 완벽하게 기억해 낸다고 한다. 그것은 그 공 한 개 한 개에 예외 없이 모든 정신을 집중해 던지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경기 후에는 자신이 던진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며 분석하고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대비한다는 것이다.

한 유명한 배우가 어떤 프로에서 “언제 연기가 가장 잘되느냐?”고 묻는 사회자의 말에 “연기가 가장 잘되는 때는 돈이 필요할 때”라고 답한 것이 많은 공감을 산 적이 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돈만큼 절실한 것이 없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집중하기에 어려운 대본도 쉽게 외워지고 연기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일의 성과는 절실함으로 노력한 결과에 따라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중하고 몰입하기 위해선 절실한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긴장감을 가지고 모든 정신과 관심과 노력을 쏟아부어 몰입해야 이뤄낼 수 있다. 그래서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이라고 한다.

바둑 기사나 투수가 복기할 수 있는 것은 몰입의 결과다. 그 복기에 따라 자신을 돌아보고 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낼 다음을 준비한다. 우리도 무엇이든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복기의 지혜를 살려야 한다. 자신을 수시로 돌아보며 점검하고 잘잘못을 따져 노력을 기울인다면 결국 성공의 고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절실함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몰입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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