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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전환점, 해군 입대

기사입력 2019. 10. 10   17:06 최종수정 2019. 10. 10   17:08

이강 상병 해군2함대 홍시욱함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2019년 병무청 주관 자원병역이행자 격려행사 참가자로 선발됐고, 해군 대표로 병무청장 표창까지 받게 되다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인데’ 하는 생각과 함께 입대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항구도시 인천에서 자랐다. 인천항을 오가는 선박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해야지’라는 꿈을 키웠고, 가족들 반대를 무릅쓰고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에 지원했다. 그리고 졸업 후엔 한 어선의 선원이 되어 꿈을 이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큰 시련이 닥쳤다. 배를 부두에 접안하기 위해 육상으로 뛰어내리던 찰나 미처 보지 못한 맨홀에 빠져 다리를 다친 것이다. 반나절 가까이 수술을 받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다시는 배를 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진단뿐이었다. 그 후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힘든 재활치료로 바다를 품고 싶던 꿈이 희미해질 때면, 그곳에 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꿈을 되찾기 위한 도전이 필요했다. 그 첫째 도전은 ‘해군 입대’였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꾸준히 재활운동을 하면 더 빨리 어선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보내야 할 2년이라면, 내 젊은 날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었다. 마음을 굳히니 건강도 빨리 회복했다. 그렇게 다시 배를 탈 방법을 모색하던 중 해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다.

그날부터 해군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 ‘신체등위 3급’을 달성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에 들어갔다.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재활치료에 임함은 물론, 3개월 동안 퍼스널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수술 부위를 단련했다. 마지막으로 25㎏을 감량해 마침내 현역 입영 가능 판정을 받았다. 다시 바다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됐다. 이후 6주간의 교육훈련을 마치고 하얀 해군 정복을 입는 순간, 성취감과 함께 다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렇게 나는 홍시욱함에서 엔진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추진기관병이 되어 보람과 자긍심 속에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내가 그리워하던 엔진 소리, 기름 냄새 그리고 같이 땀 흘리는 사람들…. 전역 때까지 함정에서 지내고 싶어 ‘함정 계속 근무 서약서’도 작성했다.

만약 내가 군에 오지 않고 병원에 있었더라면 내 삶은 어땠을까? 2년의 재활 기간으로 나의 20대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고된 나날이었을지 모른다.

친구들은 아직도 내게 묻는다. “병역면제를 받을 수도 있던 네가 군 생활을 자청해서 사서 고생한 것 같지는 않냐고. 지금이라도 힘들면 포기할 생각이 없냐고….” 다들 나를 위해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내게 닥쳤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일련의 과정에서 느낀 성취감은 내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됐고, 나는 오늘도 보람찬 군 생활을 하고 있다.

만일 누군가 내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 언제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해군 입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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