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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 우정으로 양국 하나 되다

맹수열 기사입력 2019. 10. 09   17:03 최종수정 2019. 10. 09   17:09

● 상록수부대, 동티모르 파병 20주년 기념식 르포 

 
‘돌아온 영웅들’과 ‘상록수 부대 후예들’로 수도 딜리 열기 가득
태권도 격파 시범에 탄성…K-팝 스타 공연에 현지 젊은이 열광

지난 7일 동티모르 딜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록수부대 파병 20주년 기념식’에서 육군3군단 김민준(그룹 2PM 준케이·왼쪽) 병장, 육군12사단 윤두준(그룹 하이라이트) 병장이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딜리=조종원 기자

지난 7일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는 한국의 열기로 가득했다. 20년 만에 찾아온 ‘상록수부대의 후예들’은 1000여 명의 동티모르 주민들 앞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며 두 나라의 우정이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시켜줬다.

이날 딜리컨벤션센터에서는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한 ‘상록수부대 파병 2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는 한국에서 온 국방대표단과 필로메노 파이사웅 데 제수스 동티모르 국방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 국외 주요 대사관 관계자, 교민, 현지 주민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성황을 이뤘다.

행사는 상록수부대의 헌신에 대한 감사와 한국-동티모르의 변함없는 우정을 주제로 진행됐다. 상록수부대·유엔군 소속으로 동티모르에서 근무했던 이석구(육군중장) 국방대 총장, 육군특수전사령부 서영만(준장) 참모장과 김동연 중령(진), 나용철 원사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경례하자 동티모르 주민들은 ‘돌아온 영웅들’을 향해 경의를 담은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축하 무대에서 현지 주민들은 전통 음악, 태권도 시범, K-팝 카피 공연을 펼치며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했다. 특히 관객석 동티모르 학생들이 BTS 등 우리 가수들의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부르는 모습에서 한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의 절정은 대표단과 함께 온 육군지상작전사령부 태권도시범단, 한류 스타 출신 김민준(준케이)·윤두준 병장이 장식했다. 태권도시범단은 각개전투와 태권도를 접목한 힘찬 품새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격파 시범에서 허공을 가르며 송판을 차례차례 격파하자 관객석에서는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군인다운 절도와 젊은이의 끼를 발산한 시범단은 요즘 말로 무대를 완전히 ‘뒤집어’ 놨다. 2PM 멤버인 김 병장과 하이라이트의 멤버인 윤 병장의 공연은 행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히트곡을 함께 부르며 관객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진짜 K-팝 스타’의 현란한 무대로 행사장은 금세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행사 후 공연단은 현지인들과 끝까지 기념사진을 찍으며 우정을 나눴다. 시범단 임종재 상병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태권도를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앞으로도 태권도를 통해 우리 군의 힘을 알리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멋진 공연을 펼친 김 병장은 “군 생활에서 느낀 점이 가장 많은 감사한 시간”이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전역 후 다시 봉사활동을 하러 오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입대 전 동티모르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 윤 병장은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고, K-팝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동티모르의 관계가 발전하기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유례없이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친범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는 “동티모르 국민, 청소년들과 한국이 혼연일체가 된 획기적인 날”이라고 평가하면서 “행사를 빛내준 대표단과 공연단, 국방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표단장으로 20년 만에 동티모르를 방문한 이석구 총장 역시 “동티모르 젊은이들과 하나가 된 장이었다”며 “아세안의 11번째 국가가 될 동티모르 젊은이들과 좋은 인연을 맺은 만큼 앞으로 더 좋은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티모르는 지금 태권도 열풍


지난 6일(현지시간) 동티모르 오에쿠시 상록수부대 순직장병 추모탑에서 열린 순직장병 추모식에서 오에쿠시 지역 태권도 도장 소속 청소년들이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조종원 기자

#1. 지난 5일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 도착한 국방대표단이 동티모르 국립대학교(UNTL) 앞을 지나던 길. 단장으로 선두에 선 국방대학교 이석구 총장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길옆 공터에서 흰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이 총장이 차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다가간 것. 대표단과 동행한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태권도시범단 장병들은 즉석에서 시범을 보였고 아이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2. 지난 6일 동티모르 오에쿠시에 주둔했던 상록수부대가 현지 주민을 위해 세운 태권도 도장 앞.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수련생이 이곳에서 태권도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제는 허름해진 작은 체육관, 주동티모르 대한민국대사관은 이곳을 개축해 태권도를 통한 문화 외교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3. 지난 7일 상록수부대 파병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딜리컨벤션센터. 유명 한류 가수 출신인 김민준·윤두준 병장 못잖게 주민의 우렁찬 박수를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지작사 태권도시범단. 이들이 허공을 가르며 송판을 격파할 때마다 탄성과 환호가 이어졌다.

머나먼 땅 동티모르에 상록수부대가 뿌린 씨앗이 큰 나무로 성장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동티모르의 태권도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표단이 방문하는 곳 어디든지 태권도에 대한 동티모르인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동티모르에서는 상록수부대원들에게 태권도를 배운 수련생들을 중심으로 태권도가 자생(自生)하고 있었다. 비록 단증은 없지만, 수련생 스스로 사범이 돼 후배와 어린이들에게 태권도 정신과 한국의 기상을 전파하고 있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20년 전 상록수부대원들에게 태권도를 배운 어린이들이 성장해 경찰·군인 등으로 활약하면서 지역사회에 태권도를 전파한다고. 6일 오에쿠시에서 대표단에 시범을 보인 태권도장 사범 자코 에피 씨는 “태권도를 가르쳐 준 사범님과 태권도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아직은 상록수부대가 만든 도장 외에는 태권도 시설이 거의 없어 어렵지만, 앞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시설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파병 20주년 기념식에서도 태권도 열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범에 나선 동티모르 중학생들은 진지한 표정과 절도 있는 자세로 품새를 이어가며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파란 도복을 입고 시범에 나선 마다(14) 양은 “태권도는 몸과 마음을 갈고닦을 수 있는 무술이라 참 좋다”며 “오늘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범을 지켜본 육군특수전사령부 서영만 참모장은 “상록수부대의 유산을 직접 보게 되니 마음이 울컥했다”며 “우리의 정신과 기상을 전하고, 그 열매를 맺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맹수열 기자 guns13@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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