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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런던에서는 뉴욕처럼 야식배달이 안 되는 거야?

기사입력 2019. 10. 08   16:38 최종수정 2019. 10. 09   13:25

<60> 데이터 기반 배달서비스 ‘딜리버루’ 

 
런던 지사로 파견 갔던 창업자 슈
야근하며 식사 해결 불편함 경험
뉴욕식 배달 시스템 도입 아이디어
‘우아한 외식’ 영국식 문화 바꾸기 위해
데이터 분석 통해 30분 내 배달 보장
유럽 배달 앱 1위… 14개국서 서비스



배달하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윌리엄 슈. 그는 창업 후 10개월간 매일 배달을 했으며 현재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배달에 나선다. 그는 현장에서 듣는 불만과 칭찬 그리고 직접 경험하는 모든 것을 경영에 녹였다. 그 결과 딜리버루는 ‘배달이 가장 정확한 배달회사’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딜리버루 제공

딜리버루 로고. roo에서 알 수 있듯 ‘캥거루’가 회사의 상징이다. 캥거루만큼 빠르고 안전한 배달을 모티브로 삼았다. 
 딜리버루 제공

딜리버루 앱 화면. 데이터 기반으로 30분 내 배달을 원칙으로 하는 딜리버루는 5분 이상 지연되면 5번의 배달료를 면제해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딜리버루의 ‘데이터 분석팀’은 최적의 배달시간 및 배달원 배치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딜리버루 제공

중국계 부모 아래 태어난 미국인 윌리엄 슈는 뉴욕 모건스탠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다는 아니지만 괜찮은 음식점 대부분이 배달체계를 그나마 갖추고 있어 적어도 식은 샌드위치나 햄버거와 함께 밤을 새우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이 뒤흔들린 건, 2004년 영국 런던 지사로 파견을 나가면서부터였다. 

 
영국에선 피자를 제외한 대부분 음식이 배달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전문 배달부가 상주하는 식당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런던에서도 야근은 이어졌지만, 문 닫기 직전 마트를 찾아가 샌드위치를 간신히 공수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슈에겐 ‘뉴욕식 배달 시스템’이란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사업에 큰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그의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배달 사업’은 결국 2010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 입학으로 이어졌고 각종 경영학 수업을 들으며 그는 런던에서의 배달 사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된다. 이미 몇몇 업체가 시작한 상태였지만, 시장조사를 해보니 소비자 만족도가 크지 않았다. 학창 시절 친하게 지냈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친구와 함께 그 즉시 런던에서 ‘딜리버루’ 앱을 론칭한 뒤 2013년 3월 사업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은 고급 음식점에 가서 직접 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배달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윌리엄 슈는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매일 10시간씩 직접 배달을 하며 사람들과 대화했다. 선배네 집에 우연히 피자 배달을 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외식을 우아한 문화로 여기는 영국을 조금씩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고급 레스토랑 위주로 파트너를 확보해 나가고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창업 3년이 채 안 된 2015년 11월, 2억 달러(약 2388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는 금세 6억 달러를 넘겼다.

경쟁자들이 있어도 이른 시일 안에 시장을 장악한 딜리버루에는 ‘데이터 분석팀’이라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인공위성 동선을 파악했던 엔지니어, 페덱스와 UPS(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물류 운송업체) 배달 시스템을 분석했던 직원 등과 함께 배달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해당 음식이 최적 상태로 보존되기 위해 배달원이 도착해야 하는 시간과 배달 동선 등을 분석했다. 딜리버루는 30분 내 배달을 보장하며 만약 5분 이상 지연될 경우 이후 5번의 배달료가 무료인 서비스 또한 있다. 여기에 배달 음식 수요가 있는 지역이지만, 레스토랑이 없는 지역을 선별해 간이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배달 음식 선택권을 넓혀준 ‘딜리버루 에디션즈’ 역시 운영한다.

이런 ‘데이터 효율화’ 기반의 딜리버루는 가맹점과 고객 양쪽에서 호평을 받았다. 가맹 식당으로부터 10~20%의 배달 수수료를 떼고 고객들로부턴 3파운드(약 4500원)의 배달료를 받아 수수료가 다른 업체보다 높은 편인데도 고객들은 망설임 없이 딜리버루를 찾는다. 딜리버루는 올해 5월 아마존으로부터 5억7500만 달러(약 6866억 원)라는 대규모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며 명실상부 유럽 1등 배달 앱으로 자리 잡았다. 딜리버루는 현재 영국은 물론 쿠웨이트·싱가포르·대만 등 전 세계 14개국 500여 도시에서 배달원 6만 명과 함께 8만 개 식당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아마존은 2016년 자체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레스토랑’을 론칭했다 사업을 접은 뒤 대신 업계 1위 딜리버루 투자를 택했다. 우버 역시 딜리버루와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맘대로 되지 않았다. 윌리엄 슈는 야근 시절 답답한 경험을 밑천으로 삼아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데까지 10년이 걸렸고, 이후 7년 만에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현재 딜리버루의 화두는 배달원들의 복지다. 정규직이 아닌 탓에 임금체계와 보험 등과 관련해 배달원들이 시위할 정도로 난항을 겪었지만, 업계 최초로 이들을 위한 상해보험 적용을 시작하며 ‘긱 이코노미’(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 시대에 맞는 경영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성공한 스타트업을 넘어 그의 사례가 전 세계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에게 좀 더 표준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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