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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우포늪, 생소하고도 익숙한 그곳의 물살을 가르며

기사입력 2019. 10. 07   16:07 최종수정 2019. 10. 07   16:32

심규범  중사 해군특전단 해난구조전대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가치를 가진 곳이나 희귀 동식물종의 서식지,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는 람사르 협약에 따라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 ‘람사르 습지’ 인근에 있는 도시를 ‘람사르 습지 도시’라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창녕 우포늪을 포함해 총 4곳이 있다.

바다에서 주로 구조작전을 수행하는 해난구조대원이지만, 수중정화활동과 폐기물 수거지원 등 환경을 지키는 데에도 동참하는 해난구조대원으로서 이번 창녕 우포늪 정화활동은 꼭 참가해보고 싶어 지원했다.

지명은 익숙하지만, 처음 창녕 우포늪을 가보는 나로서는 그곳이 어떤 곳이며 또 자연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장소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창녕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 창녕 우포늪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곳은 국내 최대의 천연 늪으로 인위적 훼손이 거의 없고, 내륙습지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각종 야생 동물과 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곳의 정화활동에 동참한다는 생각에 버스로 이동하는 내내 설렘이 가득했다.

도착 후 정화할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우포늪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감탄사를 연신 자아내게 했다. 늪을 둘러싼 버드나무들이랑 갈대·벗풀 등 푸른 대자연을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풍경을 나중에도 기억하고 싶어 재빨리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지만, 눈으로 보이는 풍경과 느낌이 사진 속에 전부 담기진 않았다.

정화할 장소에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트럭 안에 있는 고무보트를 내려 고무보트 공기압을 확인하고 늪에 띄웠다. 그러고 나서 고무보트를 타고 폐어망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물의 흐름을 막고, 각종 포유류·조류들에게도 위험한 폐어망이 있었다. 폐어망의 무게추가 펄에 파묻혀 있어 수거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펄 속에 푹푹 빠지는 발은 이동을 어렵게 했고, 가시연꽃 등 날카로운 방해물들이 작업을 더욱 힘들게 했다. 하지만 정화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봤던 아름다운 이곳 풍경을 생각하며 쉴 틈 없이 폐어망 수거에 매진했다. 어느덧 해는 산을 넘어가 노을이 늪지대를 붉게 물들일 즈음, 우리의 작업도 마무리됐다.

우리나라 대표 습지인 창녕 우포늪, 그곳에서 발견된 통발·폐어망·페트병 등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는 모습에 대단히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조금만 더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린다면,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앞으로도 여름에는 희귀 식물과 수초가 늪을 덮어 훌륭한 경관을 연출하고, 겨울이 되면 수천 마리의 철새가 아침저녁으로 늪 위를 나는 경관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본다. 이번 우포늪 정화활동을 통해 군인 본연의 임무는 물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데 자그마한 보탬이 될 수 있어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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