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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기고] 당신의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면

기사입력 2019. 10. 04   15:59 최종수정 2019. 10. 04   16:34

김 윤 배 육군화력여단 승전대대장·중령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맞는 평화로운 밤 11시. 나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그 정적을 깨뜨린다.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은 얼마 전 부대로 전입해 온 초임장교. 혹시 사고가 난 건 아닐까, 마음을 졸이며 통화 버튼을 누른다. “선봉! 대대장님, 저희 지금 시내에 모여 있는데 혹시 이 주변이십니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명랑한 친구들의 목소리에 안심이 됐지만, 한편으로 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문장이 떠오른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

오후 5시30분, 위병소에는 퇴근하는 간부들이 모여들고, 여름휴가가 아니어도 5일의 짧지만 긴 휴가를 떠난다. 회의 중에는 ‘케바케’ ‘나일리지’ ‘머장’ 등 알 수 없는 줄임말이 오고 간다. 혹시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당신의 머릿속에 ‘요즘 애들은 말이야’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는 않는가? 이들이 바로 90년대생이다. 최근 대통령님께서 『90년생이 온다』(임홍택·웨일북·2018)라는 책을 청와대 직원에게 선물해주며 “새로운 시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부대 구성원 중 용사는 100%, 간부의 70% 이상이 바로 90년대생이다.

90년대생 그들은 누구인가! 책에서 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세 가지로 정리했다. 활자 매체보다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익숙한 그들은 긴 글을 읽기보다는 빠르게 글을 스캔하고 필요한 정보만을 습득하며, 1초라도 늦으면 대화의 흐름에서 밀려나는 카톡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모티콘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세 줄 요약’을 외치는 동시에 이들은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교범 탐독보다는 정리된 요약본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정직함을 추구한다. 수많은 입사·입시 비리 뉴스 속에서 자신의 노력이 정직하게 평가되기를 원하며, 공무원 시험과 같은 길을 추구하는 것도 이러한 정직함의 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군을 이끌고 지휘하는 60·70년대생들이 모이면 흔히 “요즘 애들은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세 줄 요약, 병맛, 동시에 정직함”을 추구하는 90년대생을 보며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문유석 부장판사의 말을 인용했듯이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것은 ‘꼰대 문화’의 출발점이다.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꼰대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요즘 애들”이라며 외면하고 덮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이라는 다리로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꼰대’가 되지 않는 길이다. “간단, 재미, 정직”이라는 키워드를 이해하자, 부대를 누비고 다니는 90년대생들의 모습이 새삼 친근해 보인다. 이제 내 머릿속에 ‘요즘 애들은 말이야’보다는 ‘요즘 애들은 이렇구나’가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90년대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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