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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한 발 앞선 해상전력이 한·일 지정학 지도 바꾼다

기사입력 2019. 09. 30   09:47 최종수정 2019. 10. 10   08:26

KIMS Periscope 제172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상대방 오판 막기 위해서는 강한 해군력 건설이 필수 

비교 우위 추구 전략적 사고와 국가정책적 지원 긴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연습. 사진 = 조용학 기자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의 정치적 의도·무역관계강제 징용공과 위안부 등의 역사문제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견해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력과 관련한 냉철한 분석은 우선 양적 측면에서도 모자라 다소 아쉽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 특히, 사실상 항모보유국이 현실화되며, 해상전력의 절대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일본의 정책결정권자들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는 강대국의 안보이익이 충돌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특히 일본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고 한반도에 격변을 불렀다. 7세기 백제부흥군의 원군을 요청받은 왜(倭)와 나당연합군의 백촌강 전투·13세기 여몽연합군의 두 차례 일본 상륙작전·임진왜란·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청일전쟁·우리나라와 불평등 조약을 강요하게 1875년 일본 군함 운양호(雲揚號)의 불법적인 침입은 모두 우리 바다에서 일어났다. 물론 일본과 문물이 교류하고 경제적 협력이 긴밀해질 수 있던 통로도 바다였지만, 한반도의 역학적 구도의 급변과 국가의 존망이 바다에서 일어났다는 역사의 메시지는 굵고 강렬하다.

이에 우리 해군은 조국해양수호의 사명을 갖고 창설 이래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국가이익 수호·해상교통로 보호·초국가적 및 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빠르고 괄목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이제 세계 유수의 해군력 보유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세계 10위권의 무역국가로서의 성장도 있지만, 일본 해군력이 자극제가 되었던 점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일본과의 해상전력 차이를 따라잡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0년 순항훈련으로 도쿄 하루미(晴海)항에 2000년에 기항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은 그 위용을 과시하였다. 당시 필자는 일본에 체류중인 유학생으로서 최신예 우리 함정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한걸음에 달려간 적이 있었지만 일본 해상자위대는 신의 방패로 불리던 이지스함을 이미 운용하고 있었다. 우리 해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며 해군력을 성장시켜야 하는 난관과 거액의 예산이 요구되는 해군력 건설의 특성 앞에서 일본과의 GDP 규모의 차이로 해자대 전력 수준에는 늘 역부족이었다. 이에 일본이 우리 해군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의 우리 해군에 대한 평가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6년 해군 함상토론회에서 일본의 요시다 제독(예비역 해자대 중장)은‘일본 해상자위대 발전과 한·일해군협력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요시다 제독은 해자대의 활동범위가 냉전이후 확대되어 동아시아에서 중동까지의 해상교통로 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일 해군의 협력은 우호·친선적인 훈련에서 작전분야로 발전하고 그 범위도 주변해역에 그치지 말고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우리 해군을 주변의 중소 해군으로 평가절하하였던 해자대가 자신들과 동등한 능력과 작전적 역량을 갖춘 해군으로서 인정한 최초의 언급으로 평가된다. 그 배경은 탁월한 작전능력을 갖추고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시킨 국산구축함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완벽하게 탐지하며 작전운용능력을 과시한 이지스구축함 보유를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 해자대 간부들과 교류 시에 환태평양훈련(림팩)이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최신예 함정과 교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일본은 우리 해군의 신장된 능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수차례 느낀 바 있다. 강한 전력의 보유만이 상대국에게 힘을 전달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고 하겠다.

우리 해군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의 해군력 중심의 군비증강·특히 사실상의 항모보유와 수륙기동단 창설 등은 우리의 안보우려를 떨쳐낼 수 없게 한다. 필자는 2019년 3월 해자대 고급간부과정 유학시절 사은회에서 필자는 통합막료의장이었던 가와노 쓰토시(河野克俊) 제독(우리의 합참의장에 상당)이 주빈으로 참석하였기에 군사외교 차원에서 유학 지원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한 바 있다. 필자와 의례적인 인사를 몇 마디 나누자 가와노 제독은 느닷없이 ‘휴가함‘(헬기탑재호위함으로 주변국에서는 輕航母로 평가)에 가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항모화되고 있는 휴가함을 통해 일본이 전력투사능력을 보유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 오버랩이 된 상황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2010년 해자대 소령과정 유학 당시 해자대 제5항공군(航空群)의 방문 때였다. 현지 부대 사령관은 강연 말미에 ‘휴가라는 상표가 붙어 있는 소주 한 병을 보여주며 해자대 미래는 ‘휴가함’이라고 마무리한 바 있었다. 우리 해군이 이지스함 보유라는 숙원을 성취하고 작전운용능력을 키우고 있을 때, 일본은 항모 부활의 의지를 다졌던 것이다. 그들의 꿈은 아베정권의 장기 집권이라는 호기를 맞아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다. 그리고, 한·일간 해군력 차이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처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강한 정책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우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강한 상대의 오판을 막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치명적이며 한발 앞선 전력건설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우리의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추가 확보하기로 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플랫폼 위주의 수적(數的) 전력건설 추구는 경제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본에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하고 한 단계 우위의, 그리고 한발 앞선 전력건설로 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이다. 해자대에 대비하여 수적(數的) 열세를 이기려는 방식을 뛰어넘는 전략적 사고로의 과감한 전환과 국가정책의 적극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일본이 그리는 한반도 지정학 지도는 우리 주도의 평화와 번영에 맞게 수정될 것이다.


 
필자 류재학 중령(rjh0303@naver.com)은 해군 최초로 일본 방위대 대학원에서 군사운영분석을 전공하였고 일본 해상자위대 지휘막료과정과 간부고급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는 해군본부 국제해양력 심포지엄TF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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