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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3원칙

입력 2019. 09. 20   16:55
업데이트 2019. 09. 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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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우주 상사 해군잠수함사령부
곽우주 상사 해군잠수함사령부

가을 초입, 아직도 낮에는 온몸에 땀이 흐른다. 하지만 나와 두 딸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밑반찬 보따리를 들고 경화동 골목으로 향한다. 이제 이 골목은 마치 고향 집에 가는 길처럼 정답게 느껴진다. 


우리 가족은 창원시 진해구 사회복지과에서 지정한 홀몸노인들을 찾아뵙고 청소와 빨래를 도와드리며 하루 동안 가족처럼 말벗이 되어드리는 ‘이웃집 밥내음’이라는 이름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도 벌써 4년하고도 5개월이 됐다. 활동 초기에는 어르신들의 냉대(冷待)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에게 이토록 차갑게 대하다니!

하지만 어르신 입장에서 바라보니,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연민과 동정을 느끼며 혹여 불쾌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우리의 마음이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닿기를 바라며, 그분들께 전화로 꾸준히 안부를 여쭙고 찾아뵙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흐르자 어르신들은 닫혔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셨고, 이제는 방문 약속을 잡으면 먼저 마당에 나와 반겨주심은 물론 돌아갈 때는 아쉬워하시면서 아이들에게 용돈을 챙겨 주시기도 한다.

이렇듯 봉사활동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봉사 주기와 횟수를 정해 정기적 또는 연속적으로 활동하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자원봉사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활동은 일시적으로, 우연히 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의무나 강제 영역이 아닌, 자신의 자발적인 생각으로 이뤄져야 하는 활동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서로 사랑하며 돕고 살아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만남과 나눔을 통한 양방향 활동으로 전개돼야 한다. 봉사는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는 것뿐이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가족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었고, 그 무엇보다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봉사활동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이 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해 내가 느꼈던 뿌듯함과 행복함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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