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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군사명저] 북한의 핵 위협, 어떻게 억제해야 하는가?

입력 2019. 09. 20   17:47
업데이트 2019. 09. 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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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테런스 로리그

『일본, 한국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 냉전 이후의 억제』
Japan,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Nuclear Umbrel 

Terence Roehrig. 2017

김정은 정권을 합리적 행위자로 가정 

北 핵 먼저 쓴다면 정권 종말 고할 것
“안보는 항상 최악의 상황 고려해야
북 핵무장 대비한 독자 대응책 마련”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先) 북핵 폐기, 후(後) 보상’을 주장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는 등 일련의 행보를 하면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함께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先) 북핵 폐기, 후(後) 보상’을 주장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는 등 일련의 행보를 하면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함께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해임하면서, 볼턴이 북핵 문제 해법으로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김정은에게 언급한 건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는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을 시험 발사하지 않는 한,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는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것처럼 말했다.


이런 발언을 접한 일부 한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북한에 허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같은 인식에서 미국의 전술 핵무기 한반도 배치를 주장하는 인사도 없지 않았다.

미국의 핵우산은 신뢰할 수 있는가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국내 분위기와 달리 미 해군대학(US Naval War College) 교수 테런스 로리그는 2017년 8월 출간한 『일본, 한국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 냉전 이후의 억제』란 책에서 재래식 무기에 입각한 확장억제력만으로도 북한 핵 대응 측면에서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핵무기를 이용한 확장억제력은 재래식 확장억제력을 보완해주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로리그의 말처럼 한국은 북한 핵 위협 대비 차원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인가?


핵우산의 신뢰성과 의미

억제는 행위자들이 합리적이란 사실과 신뢰성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합리적’이라 함은 행위자들이 이해타산에 입각해 계산적으로 행동한다는 의미다. 신뢰성이란 상대방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한 군사력과 사용 의지가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상대방이 인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저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가정하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주장하는 두 가지 주요 사항이 있다. 오늘날 미국의 핵우산이 신뢰성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핵우산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제공해주는 핵 확장억제력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동맹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동맹국과 적국 모두가 굳게 믿어야 한다. 미국이 서울 또는 도쿄를 방어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포기할 의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저자는 미 본토가 핵으로 공격받는 경우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임은 분명하지만, 동맹국 방어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남북의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대규모 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없고, 미국 국민도 이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중국과 북한이 점차 재래식 전쟁 이하 수준의 분쟁을 추구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런 분쟁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핵무기가 비효과적이기에 미국의 핵우산은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북한이 핵무기로 동맹국을 공격하는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핵무기 이상의 전략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적국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장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고 있다면, 미국이 동맹국을 보호할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반면 저자는 핵 사용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란 사실과 핵이 가공할 수준의 전력이란 점에서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에게 제공하는 미국의 핵우산이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말한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재래식 전력이 지속해서 발전하면서 이들 국가가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 핵 및 재래식 무기에 입각한 확장억제력 제공에 의존하는 정도가 지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핵무기 확장억제력

북한의 위협은 재래식 전력 위협과 핵 위협 두 가지다.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북한군의 남침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미국의 명성이 손상됨과 더불어 작전적으로도 상당한 악영향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의 낙진이 비무장지대 부근 민간인과 한미연합군 장병 모두에게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고,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한미연합군의 반격과 분쟁 이후 안정화 작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 또한 재래식 전쟁에서 미국이 핵무기로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비 측면에서 미국의 핵 억제력이 아닌 한미연합군의 막강한 재래식 전력이 더욱 신뢰성과 효과성이 있는 억제력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서조차 핵우산은 최상의 방안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북한 핵 공격 억제와 관련한 핵우산 논리는 응징에 입각하고 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경우 핵무기를 이용한 미국의 보복을 초래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이 종말을 고할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북한 핵 및 재래식 전력이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음을 고려해보면, 북한 핵은 선제공격이 아닌 자국의 핵전력과 지휘부를 겨냥한 한미연합군의 선제타격을 억제하기 위한 전력으로서 가장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분쟁이 벌어질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경우 분쟁 확대 가능성을 우려한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 핵에 대항한 미국의 핵우산이 최상의 억제 방안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충동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핵무기 선제 사용과 관련해 미국은 결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약속을 북한이 믿을 것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도한 우려 금물, 그러나 안보는 최악의 상황 가정해야

역대 우리 정부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무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저자의 주장처럼 북한 핵 및 재래식 전력 위협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핵우산은 보조적인 성격이며,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이 같은 측면에서 북한 핵무장과 관련해 제기되는 미국의 전술핵무기 한반도 배치 주장 등은 다소 과도한 성격일 수 있다.

단, 안보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물론이고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확장억제력 제공이 무조건적인 성격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북한 핵무장에 대비한 독자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권 영 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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