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스포츠 스포츠

입대 후 더 신들린 활시위…“국가에 금메달로 보답”

노성수

입력 2019. 09. 19   15:55
업데이트 2019. 09. 19   15:56
0 댓글

2019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 D-28 <3> 양궁 이우석 병장


이등병 달자마자 ‘바늘구멍’ 태극마크
작년 아시안게임 노골드 시련 약 삼아
거듭된 강훈 세계랭킹 80위서 1위로
이번 대회 단체전 첫 사수로 기선제압

국군체육부대 양궁팀 이우석 병장이 부대 내 양궁장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문경=양동욱 기자
국군체육부대 양궁팀 이우석 병장이 부대 내 양궁장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문경=양동욱 기자

강렬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기선을 제압당했다. 언변도 거침이 없다. 쉼 없는 질문과 플래시 세례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노라니 ‘정말 22살 청년이 맞나’ 싶다. 국군체육부대 양궁장에서 만난 이우석 병장은 ‘신궁’ 칭호에 걸맞은 강철 승부사였다.

군에서 시작된 신궁 신화

‘텐! 텐! 텐!’

양궁은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종목이다. 4년 전 첫 정식 종목이 된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도 남자 리커브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독식했다. ‘금빛 불패신화’는 뛰어난 선수들의 경쟁과 지독한 훈련의 합작품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올림픽 금메달보다 태극마크 달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생길 정도. 지난해 그 어렵다는 남자 양궁 대표선수로 선발된 ‘이등병’이 화제였다. 국군체육부대 이우석 병장이 주인공. 이 병장은 당시 육군훈련소를 마치고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입대 전 리우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러 3명까지 받는 올림픽 티켓을 코앞에서 놓쳤습니다. 활 쏘는 것이 싫을 만큼 실망했죠. 그래서 선택한 게 입대였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선수로 거듭나고 싶었기 때문이죠.”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이등병의 기세에 올림픽 금메달 출신의 쟁쟁한 경쟁자들이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시련 딛고 더 단단해진 승부사

이 병장은 태극마크를 달자마자 국내외 무대를 휩쓸며 세계 양궁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아픔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에서 개인·단체·혼성전까지 내심 3관왕을 노렸지만, 금메달은 그를 외면했다. 선배 김우진과 맞붙은 개인전에서는 마지막 한 발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지만, 단 1점 차로 금메달을 내줬다.

“떠나간 화살에 미련을 둬 무엇 하겠습니까. 그날의 패배는 위기에서 더 대담하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값진 시간입니다.”

시련을 겪은 그는 더 단단해졌다. 오직 활쏘기에만 전념했다. 사선에서 더 신중했고, 승부처에서는 흔들림 없는 승부사로 거듭났다.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훈련에 몰입했다. 프로야구장에서 활을 쏘며 수많은 관중과 카메라 셔터 소리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다.

강한 훈련은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면서 입대 전 80위였던 세계랭킹은 어느새 1위까지 올랐다. 올해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혼성전과 나폴리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등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큰 대회 징크스’도 털어냈다. 그야말로 군대에서 꽃피운 성공이다.



개인·단체전 금메달 목표

다음 달 6일 전역이지만,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위해 전역까지 연기한 그의 목표는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군인으로 뛸 수 있는 최고의 무대입니다. 대표팀 선배들도 제 전역 연기 결정을 듣고 ‘잘했다’고 격려해 주셨어요. 반드시 금메달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 병장은 단체전에서 국제 경험이 없는 전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도 맡는다.

“단체전에서 1번 사수로 나섭니다. 1번 사수가 첫 발을 잘 쏴야 상대 팀의 기를 죽일 수 있고, 2·3번 사수도 제 기량을 발휘하죠. 팀 분위기가 워낙 좋고, 연습 기록도 좋아 2관왕 욕심이 납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흠잡을 데 없는 신궁에게도 걱정거리가 있을까. 의외의 고민은 ‘체중’이었다.

파워 넘치는 슈팅을 위해 아무리 음식물을 섭취해도 대회에 나서면 체중이 절로 2~3㎏씩 빠진다는 것. ‘경기 때마다 워낙 집중을 많이 해서’가 이유란다. ‘신궁’의 비밀은 마치 전투를 치르는 전사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자세에 있었다.

문경=노성수 기자 nss1234@dema.mil.kr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