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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종교와삶]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기사입력 2019. 09. 17   16:20 최종수정 2019. 09. 17   16:26

이동호 목사 육군군수사령부 신앙전력장교·소령

신학교 시절 숱하게 들었던 말이 있다. “학교에서 보던 사람 나가서도 계속 본다.” 학생 상당수가 진로가 같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이 바닥’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계속 볼 수밖에 없고, 그러니 학교 다닐 때부터 대인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목사 안수를 받고 군종장교로 임관한 후 올해로 15년째 군 복무를 하다 보니 교단 못지않게 좁은 바닥이 또 있음을 실감한다. 바로 군대다. 필자 또한 예전에 근무 인연이 있던 분들과 다른 부대에서, 또는 임무 수행 중 다시 만나는 일들이 종종 있다.

2017년 7월, 전방 GOP 사단 군종참모 부임 명령을 받고 전입 신고하던 날이었다. 이제 갓 임관한 초임 군종장교 두 분과 같이 전입 신고를 하는데, 그중 한 분의 이력이 특이했다. 보병 병과 중위로 전역한 후 뒤늦게 신학대학원에 가서 목사가 된 분이었다. 게다가 필자와 같은 시기,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전우였다. 그때부터 그 목사님과 필자, 그리고 함께 전입 신고한 또 한 분의 초임 목사님까지 세 사람은 좋은 전우이자 동역자로 만 2년 동안 함께 전방을 뛰어다니며 지냈다.

또 하나의 인연은 최근인 지난 8월 말, 육군 전체 군인교회를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찾아왔다. 진행요원으로 접수 데스크에 앉아 있는데, 등록하러 온 분 중에 어쩐지 낯이 익어 보이는 간부 신자 한 분을 발견했다. 그 역시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 같아 다가가서 물었다. “저하고 어디서 같이 근무하셨죠?” 당연히 어디선가 같이 근무했던 간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의 대답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목사님, 제가 ○○연대 ○대대 군종병이었습니다.”

그 순간 초임 연대 군종장교 시절, 이등병이었던 군종병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사연을 들어보니 전역 후 부사관으로 지원해 두 번째 군 생활을 한 지 이미 10년이 됐다고 했다. 마침 그 간부 신자의 소속 부대 목사님도 그 자리에 계셔서 물어보니, 부대 준부사관단 임원으로 교회에서도 성실하게 잘 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문득 이산 김광섭(1905~1977) 시인의 유명한 시구가 생각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미 오래될 대로 오래되고, 회자될 대로 회자된 화석 같은 구절이지만, 지금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숱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임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는 일생 동안 수많은 만남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우리는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군대에서 만난 인연이라면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불편해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 그리고 그때의 내 모습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 자신을 가꿔가는 것. 그것이 미래에 다시 만날 날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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