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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봉 한 주를 열며] 그리팅 맨(Greeting Man)

기사입력 2019. 09. 11   16:00 최종수정 2019. 09. 11   17:12


안 재 봉 연세대 항공전략연구원 부원장·(예)공군준장


여름휴가 때 어느 휴양지에 갔을 때, 근육질의 거인이 15도를 굽혀서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의 그리팅 맨(Greeting Man)이 필자의 눈에 띄었다. 바로 옆에는 “인사는 관계의 시작입니다. 만일 우리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 인사 없이 지나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면 관계가 만들어지고 친구가 됩니다”라는 그리팅 맨을 제작한 작가의 글이 적혀 있었다.

순간 우리 국민이 모두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생활화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30여 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가장 어색하고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 이웃과의 관계에서 ‘인사’였다. 군에서는 출근하면서 처음 마주치는 장병들과 맨 처음 하는 행동 중 하나가 ‘경례(인사)’였는데, 민간 아파트에 살고부터는 처음 마주하는 이웃에게 인사를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경례는 엄정한 군기를 상징하는 군대 예절의 기본으로 항상 엄숙·단정하게 해야 하며, 거수경례를 원칙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목례로 대신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 군에서는 경례(인사)가 생활의 시작이자 마침이다. 즉 영내 생활을 하는 장병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같은 생활관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잤던 전우에게 나누는 첫인사부터 마주치는 동료, 선후배, 참모 및 지휘관 등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장병과 경례를 통해 소통한다.

그러다 보니 전역 후에도 오랜 기간 몸에 밴 습관이라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먼저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 10명 중 7명은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거나 마지못해서 무뚝뚝하게 “네”라고 화답한다. 그것도 인사에 대한 화답이 아니라 ‘뭐 이런 사람이 있어?’라는 반응이다. 이와 같은 일은 주거지에서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직장에 출근하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출근길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침부터 궁금한 게 뭐가 그리 많은지 엘리베이터 안은 휴대전화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가벼운 눈인사마저 나눌 여유도 없이 수 초 동안 침묵만이 감도는 느낌이다.

인사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이다. 인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군에서는 상하 간 충성과 존경의 의미로 경례를 하지만, 사회에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경 그리고 예의를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려면 강한 국방력과 튼튼한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내면화된 선진 시민의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한가위 연휴 후 첫 근무일이다. 힘차고 절도 있는 경례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국군 장병들처럼 지금 내 옆에 있는 동료, 직장 선후배에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가위 잘 보내셨어요?”라는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길 바란다. 우리 모두 그리팅 맨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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