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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 사이 피어난 꽃… 치열한 격전지였던 이곳에서, 오늘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정호영 기사입력 2019. 09. 10   17:17 최종수정 2019. 09. 13   10:41

경기도 연천군 열쇠·태풍전망대 -DMZ 전망대 산책


태풍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전경. 사진 좌측 끝이 베티고지이고, 우측에 흐르는 강이 임진강 상류이다.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연천군은 휴전선의 영향을 받아 지역발전이 매우 더딘 전형적인 군사고장이다. 이곳 연천군에는 강원도 철원군처럼 2개의 전망대가 있다. 육군5사단의 열쇠전망대와 육군28사단의 태풍전망대가 그것. 이동거리가 멀지 않아 반나절 안에 두 곳을 모두 볼 수 있다. 연천의 전망대로 비무장지대 안보여행을 떠나 보자. 그곳에서 임진강과 한탄강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각종 문화역사 현장을 둘러보며 남북 평화시대가 줄 찬란한 미래를 꿈꾸어 보자. 글=정호영/사진=조용학 기자

경기도 연천군 최북단에 위치한 열쇠전망대 전경.

 

북쪽엔 열쇠전망대, 남쪽엔 태풍전망대

매년 10만여 명 관람객 몰리는 안보 명소… 출입 절차 간편해져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경기도 연천군은 대부분 수복지역이다. 1945년에 38선이 그어지면서 북한지역이었다가 6·25전쟁이 끝나고 현재의 모습으로 수복했다. 연천을 가면 어디서나 전망대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연천군에서도 좀 더 북쪽에 위치한 곳이 열쇠전망대이고, 남쪽이 태풍전망대이다.

연천군을 찾는 관광객 중에는 장병 면회객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이 면회 전후로 가장 즐겨 찾는 곳 중 하나가 전망대다. 전방의 북녘 땅을 바라보며 우리의 안보현실을 체감할 수 있어 안보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 주둔 부대인 열쇠전망대와 태풍전망대로 매년 10만 명 안팎의 관람객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열쇠전망대로 이동했다. 전망대 출입절차는 몇 년 사이에 엄청 간편해졌다. 과거와 달리 당일 현장 검문초소에서 신분증을 출입증으로 교환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출입할 수 있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위치한 열쇠전망대는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비무장지대(DMZ)전망이 좋은 곳이다. 북녘 땅을 한눈에 바라다볼 수 있는 이곳의 이름은 ‘통일의 열쇠’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방한계선 바로 앞에 위치한 탓에 DMZ의 현재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철책선 앞의 울타리에는 관람객들이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달아놓은 리본들이 바람결에 펄럭였다. 내부 전시실에는 DMZ의 생태를 소개하는 전시물들이 있고, 장병들의 내무실을 복원해 군대생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의 생활용품과 각종 장비들도 전시돼 있다.




검문초소에서 태풍전망대까지, 한 폭의 그림 같아
다양한 조형물 설치된 태풍전망대… 가는 길엔 임진강평화습지원


단순히 비무장지대만을 조망하는 짧은 코스로는 열쇠전망대가 적격이다. 그러나 좀 더 다양한 볼거리를 찾고자 한다면 태풍전망대를 가라고 현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추천한다. 열쇠전망대에서 자동차로 10~20분 떨어져 있다. 태풍전망대의 경우 전망대 부근에 다양한 전사적지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안보관광 패키지로 부족함이 없다.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다.

현장 검문초소에서 태풍전망대까지 가는 꾸불꾸불한 산길 주변은 연천군에서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한다. 북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임진강 상류가 한 폭의 그림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임진강은 강원도 법동군 용포리(북한 땅) 두류산에서 발원해 연천군 미산면 중부원점에서 한탄강과 합류한다. 이어 파주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가는 길이 244㎞의 강이다. 임진강은 남한 땅과 북한 땅을 유일하게 관통하는 강으로, 남과 북의 자연적인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임진강이 흐르는 곳 중 가장 뛰어난 경관지가 바로 태풍전망대로 가는 길목이다. 일명 임진강평화습지원이다. 빼어난 자연풍광과 철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태풍전망대는 1991년 12월 육군28사단이 개관한 최전방 OP(전방관측소)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역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6·25전쟁 때는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6·25 전사에서 단골처럼 오르내리는 그 유명한 베티고지가 전방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져 가슴을 뛰게 했다.


 

태풍전망대 주변 전사적비
미국군 전사자 충혼비·소년전차병 기념비부터 성모마리아상까지

 


베티고지 전투(1953년 7월 15~16일)는 6·25전쟁 당시 경기도 연천군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전투다. 휴전(7월 28일)을 13일 앞둔 7월 15일, 이곳에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뺏고 지키기 위해 국군과 중공군은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이틀간의 전투 결과 중공군 피해는 전사 314명, 부상(추정) 450명, 포로 3명 등이 발생했고, 아군 피해는 전사 24명이었다. 소대장인 김만술 상사는 이 전공으로 후일 한국과 미국의 최고무공훈장 금성태극훈장 및 십자훈장을 수여받았다. 이 전투는 훗날 ‘베티고지의 영웅들’(1980년)이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태풍전망대 주변에는 볼 만한 전사적비가 많다. ‘태풍전망대’라고 쓰인 대형 비석이 세워진 곳에서 경사진 길을 오르면 유엔 미국군 전사자 3만6940위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충혼비는 6·25전쟁에 참여해 전사한 미군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설립한 비석이다.

충혼비 위쪽으로 오르면 6·25전쟁에 참여했던 소년전차병 기념비와 유엔 태국군 참전 충혼비, 6·25전쟁 전적비 등이 있다. 너른 광장에 세워진 기념비와 전적비 중에는 1만7000명이 참전한 호주군 참전비도 볼 수 있다. 호주군은 6·25전쟁에서 339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태풍전망대에는 또 성모마리아상과 호국통일사가 자리하고 있다. 성모마리아는 가톨릭 신자들을, 호국통일사는 불교 신자들을 위한 곳이어서 장병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종교활동을 할 수도 있다.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 보존되어 있는 전곡 선사박물관 전경.


견학 풍성하게 할, 즐길거리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전시한 전곡 선사박물관·40년 전통 순대국집…


전망대 견학을 마친 뒤 먹거리 명소를 찾아가는 것도 현지 주민들이 추천하는 코스다. 연천군에는 소문난 맛집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현역 장병과 과거 이곳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병. 그리고 현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손꼽는 최고의 맛집은 단연 신망리에 위치한 ‘유일순대국’이다. 40년 전통의 유일순대 본점인 이곳은 깔끔하고 진한 국물과 깍두기·김치 맛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후로 반드시 들러야 하는 먹거리 코스로 알려져 있다.

연천군에서 발행한 관광안내도를 보면 당일 추천관광코스로 한탄강관광지, 선사박물관, 연천전곡리유적, 허브빌리지, 군남댐 두루미파크, 태풍전망대, 임진강평화습지원을 첫 번째로 손꼽는다. 한탄강관광지는 주변의 감악산, 고대산, 재인 폭포, 경순왕릉 등과 함께 연천군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고대산은 금강산 가는 길목에 위치한 경기도 북부의 명산이다. 백마고지역이 생기기 전까지 경원선 철도중단점이었던 신탄리역에 인접해 있다. 해발 832.1m의 고대산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으로, 등산으로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산이다. 오늘날에는 등산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경기 북부 최고의 명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연천군 내에는 과거 추억을 떠올리는 시골풍의 자그마한 열차역이 여럿 있다. 경원선인 한탄강역, 전곡역, 연천역, 신망리역, 대광리역, 신탄진역 등이 그것이다. 2012년 철원군의 백마고지역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신탄진역이 경원선의 철도중단 종착지였다. 최근에는 동두천에서 연천을 연결하는 경원선 복선전철 공사가 착수됨에 따라 기존 소요산부터 신탄리 구간 운행이 전면 중단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전곡 선사박물관과 전곡리 유적지도 가볼 만하다. 전곡 선사박물관은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돼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역사적 현장이 보존된 곳이다. 박물관에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에서 출토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등 구석기 유물들을 중심으로 인류의 진화와 구석기시대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연천군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군사고장이다. 지금은 휴전선과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로 발전이 더딘 편이지만 통일이 되면 군사보호구역이 대부분 해제되어 향후 경제적 개발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천의 전망대로 안보여행을 떠나보자. 그곳 비무장지대에서 오늘날 분단의 현실을 직시하며 임진강과 한탄강 등 천혜의 자연적 풍광을 벗 삼아 삶의 여유도 즐겨보자.


정호영 기자 < fighter7@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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