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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욱 국방광장] 우리가 몰랐던 네덜란드 방위산업

입력 2019. 09. 04   16:09
업데이트 2019. 09. 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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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욱 
월간 ‘국방과 기술’ 편집장
김 민 욱 월간 ‘국방과 기술’ 편집장

최근 네덜란드 방산업체를 견학했다. 우리에게 튤립·풍차·치즈로 유명하지만, 사실 네덜란드는 첨단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나라다. 블루투스·Wi-Fi 등과 같은 통신 규격도 네덜란드에서 생겨났고, 광학 분야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외인 것은 방산수출 규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조사한 2007~2017년 세계 방산 분야 수출액을 보면 네덜란드가 약 70억3500만 달러로 세계 10위다. 우리나라는 13위인데 수출액이 약 31억4200만 달러로 네덜란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 국토 면적의 20%에 인구도 1700만 명인 네덜란드가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그 핵심 역량이 기술의 원천을 제공하는 연구소·대학의 활약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정부-업체 간의 공고한 상생 협력관계라는 것을 이번 견학에서 알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첨단기술 시스템 및 재료, 생명과학 및 건강, 혁신산업 등 정부가 정한 9개 선도 산업 분야인 ‘톱 섹터(TOP SECTOR)’ 내에서 이런 협력이 아주 활발하다. 네덜란드 정부는 ‘TOP SECTOR’ 분야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 정부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펀딩의 일부를 지원하고 연구기반을 제공하며 상용화·양산에도 참여해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네덜란드 방산이 강한 요인으로 기업-정부-연구소의 3축에서 지식의 원천 역할을 하는 연구소와 대학의 활약을 들 수 있다.

네덜란드는 대략 650개 업체가 방위산업에 참여하고 그중 350개 정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연구소·연구대학들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대표적인 연구소로는 자동차·반도체·소재 등 분야에서 주목받는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나 항공우주연구소인 NLR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기관의 기술 기반 위에 네덜란드의 방산이 뿌리내려 성장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산 과제를 연구하는 대학이 많이 있다. 또한, 연구소에서 방산업체로의 기술이전도 적극 장려하고 협업도 많이 이뤄진다. 정부도 과거와 달리 방산업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방위사업청장이 수출업체를 직접 찾아가 의견을 청취하는 ‘다파고(DAPA-GO)’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출 시 수요국 요구에 맞춰 성능을 개조하는 개조개발 예산을 22억에서 200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해외 방산전시회 참가비용 지원 확대, 기술료 50% 인하, 유인부 계약제도 도입, 연구개발 비용평가 기준 90%에서 95%로 상향, 계약보증금 상한선 설정, 업체 주관 연구개발 방식 확대, 진화적 연구개발 절차 신설 등 수많은 정책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 방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전해야 할 분야는 아직 많다. 이러한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네덜란드처럼 정부와 방산업체, 연구소 간 교류와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탄탄한 기술 기반이 다져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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