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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한 주를 열며] 제3종 오류와 ‘레드 테이프(RED TAPE)’

기사입력 2019. 08. 30   15:49 최종수정 2019. 08. 30   16:01

김 미 경 상명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사고가 발생하는 미래는 누구에게나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영역이어서 무엇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는 숙제고 고민이다. 그런데 왜 노력하고 노력해도 유사 사건이 재발하고, 마련한 지침과 대책 매뉴얼은 유명무실할까. 혹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류인 제3종 오류를 범해 잘못 구성된 문제를 푸는 것은 아닐까. 이런 해결 과정이 관료적 형식주의 절차인 ‘레드 테이프(RED TAPE)’를 만연시켜 행정 편의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근복 교수의 『정책분석론』에서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는 제3종 오류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호텔 지배인이 호텔 투숙객들에게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불평을 계속 듣게 됐다. 그래서 그는 엘리베이터 기술자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했는데 기술자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기존 엘리베이터의 운행속도를 더 빠르게 하거나 새로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호텔 지배인은 심리학자에게도 문제 해결을 의뢰했는데, 심리학자는 엘리베이터 앞의 복도마다 거울이나 어항 등 관심을 끌 수 있거나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비치하거나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 일화에서 기술자와 심리학자의 상이한 문제 정의와 전혀 다른 해결방안을 보게 된다. 기술자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실제의 대기시간을 줄이고자 한 반면에 심리학자는 분초 같은 물리적인 시간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호텔 투숙객이 인지하는 심리적인 대기시간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호텔 지배인의 문제 해결 과정을 상상해보자. 호텔 지배인은 당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가용 예산이 충분하지 않자, 심리학자의 의견을 따라 엘리베이터 앞의 복도마다 비교적 예산이 적게 드는 거울이나 어항 등 관심을 끌 수 있거나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비치하거나 설치했다.

이때 실제 고객들의 불만이 엘리베이터의 운행속도가 느린 것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객들이 분초를 다투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실제 대기시간을 줄여주기를 원했다면 어항이나 거울 등의 설치는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엉뚱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고객들의 불만이 해결되지 않았음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문제를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꼴이 된다. 이렇게 되면 진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예산을 편성하고 해결방안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중복 비용이 발생하고 재정은 악화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해결이 늦어질수록 고객은 멀어지고 실망하게 되고 불신이 커질 것이다.

어떤 학자는 문제 정의란 일종의 무대를 설치하는 행위라고 한다. 즉, 연극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것처럼 문제 해결 과정도 진의의 문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제3종 오류와 레드 테이프를 비켜 가는 고객 편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니 문제 현상만 보지 말고 문제 원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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