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퇴역한 충주함(1000톤급 초계함)이 앞으로 남중국해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필리핀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30여 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해양수호 임무를 수행하다가 퇴역한 충주함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부활했다.
정부는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도왔던 필리핀과의 우호관계 등을 고려해 충주함을 무상으로 양도했었다.
우리 해군의 국산 전투함 시대를 연 주역이었던 충주함은 1986년 1월 진수됐고 그해 11월 취역했다. 해군1함대에 배속돼 전방해역 최일선에서 해양수호 임무를 수행했고, 2012년 3월부터는 3함대 소속으로 남방해역 경비와 세월호 구조작전 임무 등에 투입됐다. 미래 해군 주역을 양성하는 실습함정의 임무를 수행하는 등 30여 년간 임무를 완수하고 전역했다.
필리핀은 6·25전쟁 때 7420명을 파병했다. 규모로는 여섯째에 해당하는 참전국이다. 112명이 전사하고 229명이 다쳤다. 평양에서 서울을 거쳐 수원까지 후퇴한 필리핀군은 1월에 미군이 다시 반격하면서 같이 북진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군대가 전공을 올린 비무장지대(DMZ) 14마일 위쪽에 있는 경기도 연천군의 율동(栗洞)전투(1951년 4월 21~23일)가 있었다. 필리핀 대대 병력이 중공(중국)군 사단 병력을 물리친 곳으로, 이를 기념하는 참전비를 연천군 상리에 세웠다.
이 전투에서 필리핀의 전쟁영웅이 탄생한다. 바로 콘라도 디 얍(1921~1951) 대위다. 필리핀은 충주함의 새 함명을 이 전쟁영웅 이름을 따 ‘콘라도 얍 함’으로 명명했다. 얍 대위는 필리핀 제10대대전투단 특수중대 중대장으로 1951년 4월 율동전투에 참전했다. 제10대대전투단은 수적 열세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중공군의 공격을 저지해 인접 부대가 철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중공군 2명을 생포하고 500여 명을 사살하거나 다치게 했다.
얍 대위는 대대장의 즉각 철수 지시를 받았으나 생존자를 구출하고 전우들의 시체를 수습한 후 퇴각하겠다고 보고한 후 역습을 감행했다. 그의 진두지휘하에 특수중대는 다친 동료 2명을 구출하고 전사한 부대원들의 시신까지 수습하며 고지 탈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얍 대위는 적의 저격탄에 맞아 전사했다. 필리핀 정부는 얍 대위에게 최고훈장인 ‘메달 오브 밸러(Medal of Valor)’를 추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충주함이 이런 용맹한 영웅의 이름을 새 함명으로 얻은 것은 더없는 영광이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진수한 2600톤급 호위함 ‘호세 리잘 함’도 내년 필리핀에 인도된다. 호세 리잘(1861~1896)은 19세기 스페인 치하 민족주의 사상가로 필리핀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우리나라 기술로 건조된 함정들이 필리핀 해상의 거센 물살을 잘 헤쳐나가며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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