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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국방기술 꽃피우려면 문화가 뒷받침돼야”

입력 2019. 08. 21   17:44
업데이트 2019. 08.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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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국방 디지털 강군 ⑤ 국방혁신-제도와 문화 <끝>


제도·문화 변화없는 기술혁신만으로 한계
각 정보기관의 정보 활용·공유제도 필요
국방부, 신기술 적용 확대 여건 마련에 최선
민간 성숙한 첨단기술 무기체계에 신속 적용


지금까지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을 4회에 걸쳐 소개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을 뒷받침할 ‘제도와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 기반 국방혁신으로 스마트하고 강한 군대 건설’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첨단 기술만 있다면 국방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기술만 있다고 해서 국방혁신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성공적으로 출발했지만, 제도와 문화가 함께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제도와 문화’가 국방혁신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역사의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역사적 사례로 본 ‘제도와 문화’의 중요성

2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1870년대 상업화된 내연기관의 발전과 석유의 등장이었다. 해양대국이었던 영국이 증기기관 함선을 내연기관으로 전환한 것은 언제일까? 놀랍게도 40년이 흐른 1911년 윈스턴 처칠이 해군 장관에 임명되면서다. 엄청난 경제성과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 도입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구조적 저항 때문이었다. 1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당시 석탄산업 중심이었던 영국 사회에서 석유는 해외에서 구해야 하는 반면 석탄은 자국 내에 풍부하게 존재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일자리도 마련해 줄 수 있으며, 현존하는 자원과 설비의 이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석유산업 전환을 강하게 반대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국위를 떨치던 영국은 영토 확장을 해군력에 의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박용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는 작업이 지연된다면 해군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 명확했다. 석유는 석탄보다 함정의 속력을 높이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영국은 산업계를 포함한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석유로 전환했다.

‘정보화 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터넷은 1969년 개발됐다. 그런데 3차 산업혁명 기술은 9·11테러 당시 제대로 작동했을까? 인터넷이 개발된 지 약 40년이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 이미 전 세계는 인터넷으로 연결됐고 미국 정부는 엄청난 정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테러를 방지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정보가 존재했지만 이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산업화 시대의 계층적 지휘 조직과 폐쇄적 의사소통 문화 때문이었다.

2004년 발표된 미 의회 9·11 진상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정보통합관리의 실패로 9·11테러를 무산시킬 수차례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 평가됐다. 미 국가안보국(NSA)은 테러 당시 항공기를 납치했던 범인 2명이 중동의 알카에다 조직과 연관돼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다른 정보기관에 통보하지 않았다. 중앙정보국(CIA)은 2001년 3월 태국 정부로부터 테러범 중 1명이 LA행 항공편에 탑승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연방수사국(FBI)과 공유하지 않았으며 FBI는 미국에서 체포한 이슬람 비행 훈련생을 CIA의 알카에다 정보와 연계하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에는 첩보분석가와 범죄수사관 간의 정보 공유도 금지되고 있었다.

결국 NSA, CIA, FBI는 물론 국무부, 군 등 국토안보 관련 기관의 의사소통과 정보공유 문화 부재가 테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정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각 정보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고 공유하는 제도적 기반과 문화가 없다 보니 정보 생산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보기관 상호 수집된 첩보를 공유하는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끔찍한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수차례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산업혁명 고려한 빠른 대응과 함께 문화 발전도 병행

언급한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제도와 문화의 변화 없이 기술혁신의 추구만으로 목표한 효과를 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을 둘러싼 안보 및 정책 여건의 여러 난제를 극복하고 국방 목표 달성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속성을 고려한 발 빠른 대응과 함께 제도와 문화의 발전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제 우리의 초점은 기술혁신에서 나아가 기술이 국방에 시의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국방부는 무선 암호정책, 획득제도, 장병 진료여건 개선 등 사업추진과 기술적용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5G, IoT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국방에 적용하기 위해 무선 암호정책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 암호정책에 따르면 Ⅱ·Ⅲ급 비밀뿐만 아니라 각급 기관의 일반 행정정보 보호용이라도 국정원이 승인한 상용 암호제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스마트 부대, 무인 경계시스템, 드론 등 소형화·경량화·다양화된 체계에 이를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 중심의 암호정책이 체계·용도별 보안등급 적용이 구체화되지 않고 보호대상을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됐다. 국방부는 기술변화 등 국방환경 변화에 맞게 보호대상을 구체화해 신기술 적용 확대 여건을 마련하고 소프트웨어 암호를 검증하기 위한 전투실험을 추진하는 등 제도 개선과 병행해 보안태세가 갖춰진 상태에서 국방혁신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민간의 성숙한 첨단기술을 무기체계에 신속히 적용하기 위한 신개념기술시범(ACTD)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ACTD는 2008년부터 시작됐지만 업체 참여 저조, 군사적 필요성과의 연계 부족, 신속한 전력화 제한 등의 이유로 추진이 부진했었다. 국방부는 과제 제기 업체에 제안서평가 가점 부여, 지식 재산권 공동 소유 등 업체 인센티브를 강화해 우수업체 참여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산·학·연 중심의 상향식 과제 제기로 인한 군 소요와 연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에서 사전과제를 기획하거나 설명회에 군 관계자가 직접 참여해 업체의 군 요구사항 이해를 유도하는 등 사업 종결 후 전력화 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국방부는 ACTD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첨단기술의 군사적 실용성 입증에 중점을 두고 사업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사업 기간을 3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장병 군 의료 품질 향상에도 국방혁신 적용


유사시 장병들의 군 의료 품질 향상을 위한 이동 원격진료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현재 우리 군은 격오지 부대를 대상으로 유선망을 활용한 고정형 원격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하고 있지만 진료 연속성 보장을 위한 환자 이송 중 원격진료는 제한됐다. 국방부는 스마트 국방혁신을 추진하면서 초기 환자 발생 및 응급환자 후송 중 원격으로 환자에 대한 진단·진료를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조언받을 수 있도록 이동 원격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시범사업으로 승인받았다.

우리 군이 진정한 스마트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밑거름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제도와 문화의 벽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지 않은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앞으로 성공적인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을 위해 기술이 곧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앞으로도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에서 필요한 제도 개선 소요를 계속 발굴하고 사업의 성과와 교훈을 공유함으로써 조직 내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해 국방혁신 생태계와 자생적 혁신 문화를 계속 확산시킬 계획이다.

국방부 4차산업혁명스마트국방혁신추진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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