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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본떠 호랑이로…

기사입력 2019. 08. 21   16:25 최종수정 2019. 08. 21   16:28

<55> 중국 종합 O2O서비스 ‘메이퇀 뎬핑’

창업자 왕싱 美 유학 중 SNS 가능성 보고 귀국
페이스북·트위터 모방 창업했다 잇단 쓴맛
그루폰 베껴 中 최초 소셜커머스 선보여
소비자 중심 서비스 5년 만에 시장 80% 점유
14억 중국인 ‘원스톱 생활플랫폼’으로 성장 

 

창업자 왕싱.  메이퇀 제공

메이퇀 배달원들의 모습. 메이퇀은 중국에서 꼭 필요한 필수 앱으로, 중국 전역에서 메이퇀 배달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신화통신 제공

메이퇀의 초기 로고. ‘아름다운 집단’ 이라는 뜻을 담았다. 메이퇀 제공

메이퇀의 앱 소개 모습. 중국의 ‘슈퍼 앱’이라 불리는 메이퇀 앱을 통하면 쇼핑과 외식, 여행, 택시 등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다. 중국 내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메이퇀 제공

‘고양이를 데려다 호랑이로 키운다.’

이 말은 이른바 카피캣(복제품) 사업이 넘쳐나는 중국에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전 세계 절반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을 보유한 중국을 묘사하는 말이다.

베끼기에서 시작했어도 결국 창업 생태계의 독보적인 1등으로 살아남은 중국의 ‘독종 스타트업’ 메이퇀 뎬핑(美團點評)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창업자 왕싱은 시멘트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꽤 부유하게 자랐다. 중학생 시절 개인용 컴퓨터를 선물 받아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풍족한 가정환경을 자신에 맞게 이용할 줄 알았다.

1997년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 전자공학과에도 무난히 입학해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으로 미국 유학을 결정한다. 왕싱은 높은 성적 덕분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델라웨어대학교로 유학길에 오른다.

그곳엔 페이스북보다 훨씬 앞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렌즈터’가 있었다. 2002년 서비스를 시작해 단숨에 3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을 정도로 성장했던 프렌즈터를 보고 왕싱은 자신에게 또 다른 기회가 왔음을 포착했다.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중국으로 귀국해 중국 최초의 SNS인 ‘둬둬유(多多友)’를 론칭했다. 하지만 중국에는 너무 빠른 서비스였다. 1년 만에 사업을 접고 2005년, 다시 중국판 페이스북인 ‘샤오네이왕’을 만든다.

하지만 자금난에 눈물을 머금고 매각한다. 샤오네이왕은 런런왕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11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왕싱은 이번엔 ‘중국판 트위터’인 판퍼우왕과 국외 거주 중국인들을 위한 SNS인 하이네이왕을 다시 오픈한다. 하지만 또다시 자금조달에서 발목을 잡혀 이를 매각한 뒤 결국 2010년 3월, 중국에 최초로 소셜커머스 기업인 메이퇀을 선보인다. 이제껏 그랬듯, 미국의 ‘그루폰’을 그대로 본뜬 모델이었다.

앞선 세 번의 창업 그리고 실패를 거쳐오며 왕싱은 혹독하게 단련됐다. 가장 처음 선보인 서비스였지만 ‘천 개의 그루폰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경쟁자들은 매일 생겨났다. 대규모 광고와 보조금 등으로 소비자들은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니며 ‘최저가’로 중국의 모든 것을 즐겼다. 왕싱은 대신 정반대의 행보를 택한다. 판매자와의 관계에 주력하고 오프라인 광고를 배제한 채 오로지 ‘낮은 가격 및 소비자 경험’에만 신경 썼다. 미수금이 쌓이고 자금이 바닥나는 회사들이 조금씩 드러나며 이른바 ‘소셜커머스 춘추전국시대’의 승자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메이퇀이었다. 결국,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넘기며 업계 1위가 된 메이퇀은 2015년 10월, 업계 2위인 뎬핑과 합병하면서 중국 소셜커머스의 왕좌에 오른다. 시장점유율 80%. 급할수록 천천히, 정도를 지키면서 걸어온 메이퇀은 결국 고양이에서 시작해 중국을 호령하는 ‘호랑이’가 된 셈이다.

합병 후 메이퇀 뎬핑으로 사명을 바꾼 회사는 이제 중국 14억 인구의 ‘원스톱 생활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중국인들은 쇼핑과 숙박, 미용, 세차, 외국어, 인테리어, 외식, 여행 등 모든 것을 메이퇀 뎬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루 평균 거래 건수만 1750만 건. 지난해 거래액은 무려 49조 원에 달했다. 2018년 9월 홍콩 증시에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이 57조 원으로, 세계적인 숙박공유 스타트업인 에어비앤비(약 36조 원)의 기업 가치를 가뿐히 넘겼다.

왕싱은 한때 ‘중국에서 가장 운 없는 창업자’로 불렸다. 중국 IT 1세대로, 그 누구보다 흐름을 빨리 읽어냈지만, 시대가 따라와 주지 못해 늘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좌우명을 늘 가슴에 새겼다. 그렇기에 경쟁사와의 전쟁에서 결국 살아남았고, 나아가 1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왕싱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창업은 나에게 하나의 생활방식”이라는 그에게 아직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수차례의 구애 끝에 14억 중국 인구를 사로잡은 왕싱의 또 다른 도전이 기다려진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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