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미래 직업은 하나의 놀이
현실적 이야기보다 놀이로 접근을

Q. 초등학생 자녀를 둔 군인가족입니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뭐가 되겠다고 하다가 다음 날엔 바뀌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아이의 진로발달 단계를 고려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로발달은 직업을 선택하고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발달을 말하는데요. 진로발달을 연구한 긴즈버그라는 학자는 직업 선택은 아동 후기부터 시작해서 성인기까지 계속 발달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 아이라도 진로발달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긴즈버그는 진로발달이 세 단계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첫 단계는 ‘환상적’ 시기입니다. 환상적 시기에는 직업이 놀이처럼 인식되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특성만으로 직업을 이해하는 시기입니다. 환상적 시기의 아이는 제복이나 겉으로 보기에 멋있어 보이는 일을 미래 직업으로 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초등학교 시기 아이들은 보통 환상적 시기를 거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시험적’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아이는 직업에 필요한 조건에 대해 점차 인식하게 됩니다. 세부적으로 시험적 시기에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흥미 단계, 흥미가 가는 직업을 잘 해보려고 자기 능력을 시험해 보는 능력 단계를 거칩니다. 그리고 자기의 가치관에 따라서 어떤 직업을 가질지를 생각해 보는 가치 단계, 마지막으로 직업선택에 따르는 책임의식과 직업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좀 더 현실적이 되는 전환단계를 거칩니다.

세 번째 단계는 ‘현실적’ 시기입니다. 아이가 능력과 흥미를 통합하고 특정 직업에 필요한 훈련, 직업의 기회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진로를 선택하는 시기입니다. 세부적으로, 전공 선택 등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지만 아직은 애매해 진로에 대해 결단하지 않는 탐색 단계와 가치, 흥미, 적성, 환경 요인을 통합해 직업을 선택한 후 몰입하고자 하지만 아직은 변화가 가능한 구체화 단계를 거칩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진로목표를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기 위해 세밀한 계획을 세워 매진하는 특수화 단계를 거칩니다.

진로는 학교 성적이 나온 후 생각하거나 대학 입학 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 와서도 진로가 불확실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진로발달이 아동기부터 시작돼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임을 생각하셔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진로발달 단계를 겪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환상적 시기에는 아이에게 미래 직업은 하나의 놀이입니다. 진로에 대해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아이가 잘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담을 느낄 수도 있으니 놀이로 접근해 주세요.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기의 흥미뿐 아니라 능력, 사회에 대한 기여, 가치, 현실적 조건 등을 고려할 만큼 성숙해졌을 때 아이와 진로에 대한 대화를 진지하게 나누면서 함께 탐색한다면 제대로 된 진로발달이 이뤄질 것입니다. 

<도승이 성균관대 교수 한국심리측정평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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