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한계는 없다, 어떤 상황서도 작전 완수”

안승회

입력 2019. 08. 13   17:21
업데이트 2019. 08. 13   18:12
0 댓글

폭염 극복 현장을 가다<3> 해병대교육훈련단 수색전문교육 지옥주 훈련


5일간 식사량 절반·하루 수면 1시간
80㎏ 고무보트와 혼연일체 극한 임무
인간 한계 넘나드는 훈련량 소화해야
“동료들과 가슴에 꼭 수색교육 휘장!”
안전 뒷받침 속 정예 요원들로 성장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해병대교육훈련단 97차 수색전문교육 지옥주 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 교육생들이 기습침투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포항=이경원 기자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해병대교육훈련단 97차 수색전문교육 지옥주 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 교육생들이 기습침투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포항=이경원 기자

“고무보트 울러 메고 파도를 헤치고 나가 상어 떼도 기뻐 날뛰고 산호초 춤춘다!”
포항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2일 오후 6시 경북 포항 남구 도구해안에 ‘수색대가’가 울려 퍼졌다. 해질 무렵이었지만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모래가 내뿜는 열기와 후텁지근한 공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해병대 수색전문교육 97차 교육생들은 아랑곳없이 훈련에 전념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교육생들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악에 받친 목소리와 절도 있는 동작에서 어떠한 고통도 이겨내겠다는 교육생들의 열정과 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보트 배치 붙어! 보트 들어! 진수!”

“악!”

본격적인 IBS 야간 패들링(노 젓기) 훈련이 시작됐다. 교관의 진수 명령에 따라 8명이 한 팀을 이룬 교육생들이 고무보트를 들고 함성을 내지르며 어스름한 바다로 뛰어들었다. 거센 파도를 뚫고 순식간에 보트에 올라탄 교육생들은 호흡을 맞추기 위해 ‘하나둘, 하나둘’ 패들링 구호를 붙이며 빠르게 물살을 갈랐다.

이를 지켜보던 훈련교관이 침투지역에 접근한 가상 상황을 부여했다. 교육생들은 몸을 최대한 숙여 고무보트에 밀착한 뒤 물보라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패들링을 이어갔다.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전술이다. 해상기동은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이뤄졌다. 멀찍이 보이는 어두운 바다 위 검은 보트는 아무도 태우지 않은 채 육지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보트가 해안 가까이 이르자 팀원 중 정찰요원 역할을 맡은 2명의 교육생이 보트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육지로 전술 기동했다. 적에게 발각되면 침투에 실패하는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교육생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적 흔적 유무를 꼼꼼히 확인한 교육생들은 이 상황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팀원들에게 ‘특이사항 없다’는 수신호를 보낸 뒤 보트가 안전하게 상륙하도록 전방을 주시했다. 훈련은 교육생들이 야간전술 패들링으로 육지에서 80m 떨어진 해상 부표를 돌아 다시 육지에 상륙, 기습침투 절차를 반복 숙달하는 방식으로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97차 수색전문교육 과정의 3주 차 지옥주 훈련이 한창이었다. 총 7주간의 교육 중 교육생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지옥주는 인간 한계를 넘나드는 훈련량으로 유명하다. 5일간 식사량을 50% 줄이고, 수면은 하루에 1시간으로 제한한다. 교육생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해상 패들링 30㎞, 육상이동 70㎞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특히 이 기간에 교육생들은 모든 훈련을 80㎏에 이르는 고무보트와 혼연일체가 돼 견뎌내야 한다. 훈련교관 홍석준 상사는 “수색요원은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작전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극복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지옥주 훈련을 통해 교육생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함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생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47번 교육생 김기범 이병은 “무더운 날씨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가 너무 힘들지만 함께하는 팀원들이 있어 견딜 수 있다”며 “힘들어하는 팀원들을 볼 때면 내가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팀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해병대 중에서도 소수만이 얻을 수 있는 수색교육 휘장을 가슴에 달고 싶다”고 말했다.

빨간 모자에 눈이 보이지 않는 검은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교관들은 교육생들의 안전 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하며 훈련을 이끌었다. 훈련교관 반치식 상사는 “지옥주는 해상에서 훈련이 진행되는 데다 훈련 강도가 매우 높아 교육생들의 건강을 철저히 확인하면서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수색교육대 모든 교관은 안전을 확보한 가운데 교육생의 수준을 끌어올리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색교육대는 훈련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활용, 훈련 전·중·후 안전 위해 요소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특히 지옥주 기간 수색교육대장은 물론 정예 수색요원으로 선발된 교관과 조교가 모든 교육 현장에서 교육생들과 함께한다. 해상훈련 시 안전요원이 탑승한 안전보트를 운용하며, 육상에선 의무요원과 구급차를 현장에 상시 대기시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기상이 안 좋을 경우를 대비해 우발계획을 미리 수립해 교육과정이 중단되지 않도록 했다.

훈련을 주관하는 박재홍(소령) 수색교육대장은 “체계적인 교육 및 안전 점검 시스템 속에서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정예수색요원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무더위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으로 교육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교육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포항=안승회 기자 lgiant61@dema.mil.kr


안승회 기자 < lgiant61@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