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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리포트] 불투명한 소유구조…기밀 절취·스파이 행위 우려

기사입력 2019. 08. 09   17:01 최종수정 2019. 08. 11   09:32

<75> 미국은 왜 중국의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나?

2012년 10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중국 정보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핵심적 국가안보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례적인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베이징 국제가전박람회에서 화웨이 로고 앞을 관람객들이 지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2012년 10월,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라는 중국 굴지의 정보통신업체가 미국의 ‘핵심적 국가안보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미 의회가 타국의 특정 기업을 적시해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유는 이 기업이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 수집(스파이 행위), 첨단기술 도둑질, 해킹 등 범죄행위에 ‘자발적으로 앞장서는 사실상의 정보기관’이기 때문이다.


‘2019 국방수권법안’은 미국 정부기관들이 중국산 통신제품, 특히 “화웨이 제품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금지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나아가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왜 화웨이는 미국의 ‘안보 위협’으로 낙인찍혔나? 이 사건의 전략적 함의는 무엇인가?


화웨이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

화웨이는 여러 면에서 유별난 기업이다. 첫째, ‘화웨이(華爲)’는 “중화민족에 미래가 있다”를 뜻하는 ‘중화유웨이(中華有爲)’의 줄임말이다. 기업 명칭부터 민족감정을 자극한다.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는 중국군 소령 출신이다.


중국군의 대형 프로젝트를 독점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1987년에 불과 360만 원(한화 기준)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화웨이는 지난해 말 10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 통신장비업체 1위로 등극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런정페이는 화웨이 지분의 1%만을 가지고 있을 뿐, 99%의 소유주는 누군지 모른다. 그래서 미국은 창업자의 출신 배경, 중국군과의 유착, 성장 과정, 불투명한 소유구조 등을 근거로, 화웨이를 ‘통신회사로 가장한 중국 공산당 첩보기관’으로 간주한다.

둘째,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들은 화웨이의 불법 기밀절취와 스파이 행위를 우려한다.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를 몰래 설치하고, 나중에 중국 정부 지령에 따라 기밀을 도둑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2017년에 제정한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은 정보수집을 위해 차량·건물·통신장비 등에 영장 없이 도청 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 즉,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반대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모든 기밀이나 정보를 도둑질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미국은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의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셋째, 화웨이와 중국군 간의 유착 의혹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2억 명의 중국인 이력서가 담긴 데이터베이스에서 2만5000명에 달하는 화웨이 직원의 명단이 발견됐다. 이처럼 화웨이-중국군에 이중으로 고용된 직원 중 상당수가 해킹, 정보통신 감시, 네트워크 침투, 사이버전쟁 등을 관할하는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에 소속돼 있다. 이는 화웨이의 스파이 행위 및 첨단기술 도둑질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다.

끝으로, 화웨이는 비밀리에 북한의 3G 이동통신망 구축을 도와준 의혹을 받고 있다. 화웨이는 2008년부터 약 8년 동안 북한의 3G 구축을 위한 기지국과 안테나 설치 등을 포함해 북한 이동통신사 ‘고려링크’의 네트워크 통합, 소프트웨어 설치, 장비·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가 대북 투자와 합작사업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2375호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화웨이 사태의 전략적 함의와 전망

1978년 미·중 수교가 이뤄진 이래, 양국관계는 ‘건설적 동반자→전략적 경쟁자→전략적 적대자’의 관계로 악화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70년 넘게 유지된 기존의 국제질서를 뒤엎으려는 ‘수정주의자’다.


그 대응으로 내놓은 것이 ‘인도·태평양전략’이다. 그래서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하는 등, 대(對)중국 봉쇄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은 미래의 전쟁이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가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 5G를 통해 치러질 것으로 예견한다. 따라서 기술 패권이 미래전 승리의 관건이며, 기술 패권의 향배에 따라 글로벌 패권 경쟁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오늘의 화웨이 사건은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앞으로 오랫동안 벌어질 미·중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 무관노트


특정 기업 지목해 안보위협 낙인

차세대 기술패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


미국이 ‘화웨이’란 중국의 특정 기업을 지목해 안보 위협으로 낙인찍은 사건은 차세대 기술 패권을 결단코 중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이 결의에는 경제적 이득을 넘어선 지정학적 판단이 투영돼 있다. 미국이 사활을 걸고 벌이던 지정학적 결전의 무대가 유라시아(소련)에서 중화 대륙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 싸움에서 ‘경제안보=국가안보’다. 그래서 정치와 경제의 분리가 불가능하다. 끈질기게 계속되는 중국의 사드(THAAD) 보복과 반(反)화웨이 전선의 참여 논란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한국을 지켜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의 활로는 오직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길뿐이다.

송 승 종
국제정치학 박사
前 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관
現 대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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