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속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

美 『군사 변환보고서』가 비판적으로 돌아선 까닭은?

입력 2019. 08. 02   15:36
업데이트 2019. 08. 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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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미 회계감사원 보고서 시리즈 『군사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의 문제점과 제언』


‘군사변환’ 성공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예산·제도 갖추고
처음 설정한 야심 찬 목표 유지해야
예비전력 포함… 민간 기술 유치도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어
책임과 권한 구분 안돼 사업 표류
총괄부서 설치, 합동 차원 관리를
형식적인 세미나·토론회는 지양



 

 GAO Report, 

 Military 

 Transformation 2001,

 Military 

 Trans formation 2004, 

 DoD Business 

 Transformation 2005


오늘 소개할 책은 약 20년 전 미 국방부와 각 군이 추진하던 ‘군사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을 분석, 평가한 미 회계감사원(GAO·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의 보고서 시리즈다. ‘군사 명저’를 소개하는 코너에 보고서라니 다소 의아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 보고서 시리즈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군사 변환과 혁신의 문제점, 해법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보고서를 읽다 보면 그 분석과 비판이 마치 2019년 현재 우리 국방부와 각 군을 향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워싱턴DC에 있는 미 회계감사원(GAO) 건물 전경. GAO는 보고서 시리즈를 통해 2000년대 초반 미군이 추진하던 ‘군사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에 대한 분석 결과와 권고안을 연속으로 내놓았다. 그 내용은 오늘날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필자 제공
워싱턴DC에 있는 미 회계감사원(GAO) 건물 전경. GAO는 보고서 시리즈를 통해 2000년대 초반 미군이 추진하던 ‘군사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에 대한 분석 결과와 권고안을 연속으로 내놓았다. 그 내용은 오늘날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필자 제공
 

미 회계감사원의 핵심 과업은 행정부 및 연방 기관의 예산 요청 및 집행을 확정·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회계감사원은 기관을 통제할 수 있다. 통제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회계 감사를 통해 분석 결과와 권고 사항을 의회에 보고하는 간접적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상황이 심각한 경우 자체 판단에 의거, 예산 지출을 거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계감사원이 발행하는 보고서는 권위가 있다. 보고서 내용이 사업 자체의 명운을 결정하기도 한다. 보고서를 잘 읽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진행 중인 사업의 예산이 삭감될 수도 있다.

미 회계감사원은 2000년대 초반 미군이 추진하던 ‘군사 변환’에 대한 분석 결과와 권고안을 연속으로 내놨다. 군사 변환은 미군의 야심 찬 장기 사업이었고 천문학적 예산이 매년 투입되고 있었다.

그러나 30년 후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이 사업에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회계감사원은 구체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분석 ‘2001년 보고서’ 긍정 평가

군사 변환에 관한 첫 번째 분석이라 할 수 있는 2001년 보고서에서 미 회계감사원은 미 육군의 ‘장기 변환 계획(Transformation Campaign Plan)’을 높이 평가했다.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종합계획은, 당면한 문제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육군 전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틀을 제시하며 다양한 기관의 노력을 통합하면서도 우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면서 군사 변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첫째, 단기적 기술 도입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예산과 제도를 구비하라. 둘째, 비록 완성도와 실행성이 떨어지더라도 추진하고 있는 미래전 개념, 신기술 적용을 중단치 말라.

셋째, 여단 전투단의 능력, 편제, 장비를 전환하는 것은 지체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처음의 야심 찬 목표를 유지하라.

넷째, 기술 발전과 장비 개발의 속도는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미래 목표군이 상정한 높은 수준의 목표를 고수하라.

다섯째, 변환 과정에서 현용 부대의 훈련, 편제, 장비 준비태세를 유지하라.

여섯째, 군사 변환 계획에 예비 전력을 포함시키고 민간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이라. 일곱째, 군과 민간 고위직뿐만 아니라 의회로부터도 두터운 지지를 확보하라.


2004년엔 발생한 문제점 날카롭게 비판 


그러나 미군은 이 조언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2004년 보고서다. 미 회계감사원은 2004년 보고서부터 분석 영역을 육군에서 국방부 차원으로 넓혔다. 서두에서부터 미 국방부의 군사 변환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책임과 권한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중간 평가, 성과 관리가 되지 않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 예하 여러 행위자가 통제되지 않은 채 제각기 군사 변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조정 통제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국방부 장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방부와 각 군이 주관한 세미나, 토론회를 비판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세미나와 토론회 결과가 어디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사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그냥 그것으로 끝난다’고 했다. 미군이 유명 대학의 교수와 이름이 알려진 학자를 불러 세미나와 토론회를 하고 그것으로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자위하고 있음을 강하게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방부 차원의 큰 틀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권한과 책임,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고 목표 달성을 평가하라. 둘째, 별도의 사업 총괄부서를 설치해 체계적인 성과 관리를 담당케 하라. 셋째, 합동의 차원에서 군사 변환을 관리하라.

그런데 이 대안의 뒷부분이 또 흥미롭다. 미 회계감사원은 ‘우리는 보고서 초안을 국방부에 보냈고, 그들은 구두로 다음과 같이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옮겨 적었다. 그 내용을 보면 국방부 관계자는 회계감사원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다. 이에 회계감사원은 ‘우리가 쓴 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다시 설명해 줄테니 들어봐’라는 식으로 지적의 내용을 쉽게 풀어놓고 있다.


개별 과제 문제점 소찰한 ‘2005년 보고서’


2005년 보고서는 미 국방부의 전반적인 ‘업무 변환(Business Transformation)’ 차원에서 군사 변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한 것이다. 2004년 보고서가 국방부 차원에서 사업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대관(大觀)한 것이라면, 2005년 보고서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면서 놓치기 쉬운 개별 과제의 문제점을 소찰(小察)한 것이다.

서두에서는 국방부의 장기 예산안이 정확성, 완전성, 시의성을 충족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대로는 장차 의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현장의 문제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장병 봉급’ 문제는 부상·질병 등으로 의가사 제대하는 예비역이 현역에서 배제되는 과정이 적절치 못하다. 예비역이 되는 순간 봉급 수준과 의료 혜택이 급격히 낮아진다. 인사 관리와 봉급 체계가 면밀히 연동되지 않아 곳곳에서 큰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군수보급’ 문제는 국방부가 30년을 아우르는 거대한 계획을 내놨지만 그 안에는 자산을 언제 어디에 얼마나 배치할지에 대한 어떤 정확한 정보도 없다. ‘체계’ 문제는 국방부가 수조 원에 달하는 돈을 매년 사용하면서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사된 바에 따르면 불필요하게 중복된 사업이 4150개에 이른다고 한다.

2005년 보고서 본문은 각종 계산식, 도표, 통계로 가득하다. 각각의 숫자는 미 국방부와 각 군의 주먹구구식 예산 사용, 비효율적 사업 추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딱 꼬집진 않았지만 군사 변환 사업 관련자들의 무책임과 부도덕도 엿보인다.

보고서의 결론 및 조언은 이전 것에 비해 간단하다. ‘제대로 된 예산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다른 기관과 의회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 이쯤 되면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심경이 느껴진다.


15년 전 우리 軍의 ‘변화와 혁신’ 사업은?


미 회계감사원 보고서에 등장하는 미군 ‘군사 변환’ 사업의 윤곽은 약 15년 전 우리 군에서 추진했던 ‘변화와 혁신’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 제대별 선포식을 시작으로 활발한 연구활동과 설명회, 시범식 교육 등이 이어졌다. 수많은 공문과 지침서가 내려왔고, 시범 부대를 대상으로는 수시로 불시 점검이 이뤄졌다. 그래서 우리 군의 ‘변화와 혁신’이 성공했을까?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판단을 위해서는 미 회계감사원이 했던 정도의 시간과 노력 투자를 해야 한다. 각 보고서 말미에 보고서 작성 과정이 간략히 소개돼 있는데 역시나 좋은 참고가 된다.


남 보 람 박사 
군사편찬연구소 국제분쟁사부
남 보 람 박사 군사편찬연구소 국제분쟁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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