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3D프린팅으로 단종·수리부속 '척척' 군 장비 가동률·전투력 발휘 '착착'

김상윤

입력 2019. 08. 01   17:02
업데이트 2019. 08. 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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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군수사 종합정비창, 금속·비금속 3D프린터 등 전문 작업장 갖춘 유일한 부대


2014년 시범사업…3D프린팅 기술 도입
2017년부터 본격적 수리부속 제작
47품목 1733점 제작 보급 18억 원 절감 

 

종합정비창이 자체 제작한 교육용 비금속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 중인 모습. 양동욱 기자
종합정비창이 자체 제작한 교육용 비금속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 중인 모습. 양동욱 기자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한 품목에 남아 있는 미세분진을 제거하는 모습. 양동욱 기자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한 품목에 남아 있는 미세분진을 제거하는 모습. 양동욱 기자

우리 군의 ‘3D 프린팅’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종·조달제한 수리부속에 대한 자체 제작 능력이 확장되면서 정비 예산은 줄어들고, 전투장비 가동률은 향상되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는 1일 “육군과학기술위원회 14개 분야 중 하나인 ‘지능형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 기술그룹을 중심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성과로서 예하 종합정비창이 현재까지 단종·조달제한 수리부속 47품목 1733점을 3D 프린팅으로 제작·보급해 약 18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전차, 헬기와 같은 군용 장비의 부품들은 대부분 ‘다품종·소량생산’이다. 따라서 획득도 어렵고, 단가도 높은 편이다. 특히 긴박한 전시에는 평시보다 수리부속 획득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군이 3D 프린팅 기술로 각종 부품을 자체 제작·활용할 수 있다면 예산 절감은 물론이고 장비 가동률을 높여 더욱 원활한 전투력 발휘가 가능해진다.

군수사는 2014년 시범사업 형태로 발 빠르게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했고, 예하 종합정비창이 금속 품목 제작 능력을 완비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리부속을 제작해 야전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금속·비금속 3D 프린터와 전문화된 작업장까지 갖춘 부대는 현재 종합정비창이 유일하다. 부대는 3D 프린팅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며 노후·조달제한 수리부속에 대한 제작 능력을 확대해왔다. 연도별로는 2017년 3품목 33점, 2018년 15품목 516점, 2019년 7월 현재 29품목 1184점을 제작해 보급했다.

주물품(鑄物品) 제작에도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주형(鑄型)을 제작하고, 이렇게 완성된 형틀에 쇳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총 10품목의 주형을 제작해 142점의 주물품을 야전에 지원했다.

이밖에도 한국기계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창정비 시 폐기되는 고단가 수리부속을 3D 프린팅으로 보수해 재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적층가공 기술의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지능형 적층가공’ 기술그룹장인 군수사 강창호(준장) 장비정비처장은 “산·학·연과 기술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고, 장병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3D 프린팅 기술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많은 장병들이 군수사 홈페이지 ‘적층가공’ 사이트에 접속해 참신한 의견을 개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육군군수사령부 종합정비창 3D 프린팅 담당관들이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한 AH-1S 헬기 부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금속·비금속 3D 프린터와 전문화된 작업장까지 갖춘 부대는 현재 종합정비창이 유일하다. 양동욱 기자
육군군수사령부 종합정비창 3D 프린팅 담당관들이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한 AH-1S 헬기 부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금속·비금속 3D 프린터와 전문화된 작업장까지 갖춘 부대는 현재 종합정비창이 유일하다. 양동욱 기자



3D 프린팅 전문가 200명 양성 목표

현재 군에서 ‘3D 프린팅’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부대는 단연 육군군수사령부 종합정비창이다. 지난달 25일 찾아간 종합정비창은 10억 원이 넘는 금속 3D 프린터 장비와 비금속 3D 프린터를 모두 운영하며 3D 프린팅 전문 작업장에서 각종 수리부속과 시제품을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었다.

종합정비창의 3D 프린팅 기술력은 해마다 진일보해왔고 지금까지 단종·조달제한 수리부속 제작을 통해 18억 원에 달하는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는 종합정비창이 ‘교육용 3D 프린터’ 7대를 자체 제작해 교육에 활용하는 등 ‘적층가공 전문인력’ 확충에 꾸준히 힘써왔기에 가능했다.

부대는 올해 ‘3D 프린팅 전문 메이커(Makers) 양성교육과정’을 신설해 분기 단위로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26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해 정비현장에 배치했다. 2023년까지 총 생산인력의 20% 수준인 200여 명의 ‘3D 프린팅 전문가’를 양성, 정비현장에서 부품 및 치공구(治工具)를 직접 제작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종합정비창의 목표다.

‘3D 프린팅 전문 메이커 양성교육과정’의 교육생들은 노후·조달제한 수리부품을 하나씩 선정해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고 이를 수료식에서 공개한다. 지난달 15일에는 2기 수료생 14명이 AH-1S 헬기에 장착하는 핵심 부품 등 14개 품목을 수료 작품으로 선보였다. 해당 품목들은 현재 제작 승인을 위한 검증절차가 진행 중이며, 향후 야전 보급을 통해 11억 원의 추가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으로도 분기마다 수료생들의 3D 프린팅 제작 품목들이 지속해서 선보여질 예정으로 기대효과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직 창 단독으로는 개발에 한계가 있는 고도의 3D 프린팅 품목도 있다. 이 경우에는 국방부에 소요를 제기하게 된다. 국방부는 현재 유관기관과 협력을 바탕으로 10개 금속 부품에 대한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중 5개는 이미 생산기술 확보 후 시험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종합정비창의 현 3D 프린팅 수리부속 개발 절차는 국방부 ‘부품 국산화 개발 절차’를 준용한다. 시제품이 제작되면 치수 등에 대한 1차 검사에 이어 부착 검사 등 여러 기능 테스트를 거친다. 다음으로 실제 해당 부품을 활용하는 부대에서 ‘야전운용시험평가’가 보름 정도 진행된다. 끝으로 군수사가 주관하는 ‘군사용적합판정심의’까지 통과해야 야전에 보급된다.

종합정비창은 올 연말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3D 프린팅 콘테스트’를 개최해 붐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기중 종합정비창장은 “더 강하고 스마트한 육군종합정비창으로 도약하기 위해 3D 프린팅 제작기술 확충 및 전문인력 양성에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단종 및 조달제한 품목에 대한 육군 최후의 조달원이자 군 내 3D 프린팅의 메카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 적층가공이란?


재료를 자르거나 깎아서 생산하는 ‘절삭 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과 달리, 금속 분말 등의 원료를 층(layer)으로 겹쳐 쌓아 3차원의 물체를 만들어 내는 기법. 프린터로 종이를 출력하듯, 물체를 입체적으로 뽑아내는 ‘3D 프린팅’이 대표적이다. 필요한 만큼만 재료를 쓰니 비용이 줄어들고, 복잡한 형상도 비교적 손쉽게 제작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글=김상윤/사진=양동욱 기자 



● 인터뷰 - 호 준장·군수사 장비정비처장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 
3D기술 더 고도화된다면 획득체계, 획기적인 변화 나타날 것

 

육군과학기술위원회 ‘지능형 적층가공’ 기술그룹장을 맡고 있는 육군군수사령부 강창호(준장) 장비정비처장이 지난달 26일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기술의 군사분야 적용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과학기술위원회 ‘지능형 적층가공’ 기술그룹장을 맡고 있는 육군군수사령부 강창호(준장) 장비정비처장이 지난달 26일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기술의 군사분야 적용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부대 제공

전차 1대의 부품은 2만여 개에 달합니다. 이 중 단 1개의 부품만 없어도 전차는 움직일 수 없죠. 3D 프린팅 기술로 수리부속 1개를 만드는 것은, 멈춰 있던 전투 장비를 다시 달리게 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전·평시 군수지원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죠.”

육군과학기술위원회 ‘지능형 적층가공’ 기술그룹장,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 강창호(준장) 장비정비처장이 지난달 26일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기술’ 발전에 따른 파급 효과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강 처장은 “과거 이스라엘이 중동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장비 가동률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3D 프린팅 기술이 우리 군의 장비 가동률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박한 전장에서 정상적인 획득체계에 따라 수리부속을 조달받으려면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전투현장에 3D 프린팅 제작 여건이 갖춰져 있다면 간단한 부품은 직접 만들어 즉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평시에는 각종 수리부속을 제작·보급함으로써 예산을 절감하고 전투장비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죠. 3D 프린팅 기술이 더욱 고도화된다면 획득체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 봅니다.”

육군 지능형 적층가공 기술그룹은 육군과학기술위원회 14개 기술그룹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강 처장은 “3D 프린팅은 일반 산업 분야 이상으로 군사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군의 3D 프린팅은 단순 수리부속 제작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공병의 교량, 기폭처리 보조도구, 정비부품, 각종 의무물자 등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합니다. 나아가 잠수함 내부와 같이 보급로가 단절된 공간에서도 데이터 전송 및 3D 프린팅 기술만 있다면 필요한 물자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민간 전문가들도 이런 군사 분야의 특수성에 주목하며 군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군 내 3D 프린팅 기술의 관건은 ‘안전성’과 ‘신뢰성’이다. 3D 프린팅 제작 부품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고가의 전투 장비를 훼손하고, 승무원의 안전도 위협받게 된다. 강 처장은 “이러한 군의 특수성을 고려해 무리하게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충분한 시범사업과 검증이 선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사업과 연계해 표준화된 3D 프린팅 공정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3D 프린팅 품질인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와 협업해 설계-공정-후처리-물성평가 등 전 주기의 통합기술을 확립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이런 연구개발 전 과정은 하나의 패키지로서 기술이전돼 그대로 우리 군의 노하우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 처장은 “군사 분야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려는 노력과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순신 장군은 뛰어난 전략과 용병술은 물론이고, 당시 첨단 군사기술이었던 화포기술 고도화에 힘써 위대한 승리를 이뤘습니다. 이렇듯 첨단과학기술을 군사 분야에 접목하는 일은 오늘날에도 필수적인 일입니다. 앞으로 더욱 긴밀한 민·관·군 협업을 통해 3D 프린팅 적용 품목을 다변화하고 전문성을 높여나갈 것입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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