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루이스 『오마하 해변: 빛바랜 승리』
기습 전술로 최대 효과 지향한 영국
공군·해군 화력으로 처리하는 미국
결국 어중간한 시각·화력으로 대응
갈등과 작전 수립 과정 설명에 초점
에이드리언 R. 루이스 Adrian R. Lewis,
『오마하 해변: 빛바랜 승리 Omaha Beach: A Flawed Victory
』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2001 |
본 저서는 제2차 세계대전 역사학계에 새로운 역사적 해석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에이드리언 루이스 교수의 화제작이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는 오마하 해변이란 곳에서 상륙조차 하지 못하고 몰살된 젊은 미군들을 떠올리며, 노르망디 상륙작전 신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실패한 작전?
사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 신화는 주로 사상자가 적었던 유타해변 등을 중심으로 알려졌고, 참여 인원 거의가 상륙 전에 사망한 오마하 해변 등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2차 대전의 신화로 많은 영화와 소설의 주제로 쓰였지만, 이 작전의 작전적 실패에 대한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기술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거룩한 희생과 성공한 기습이라는 긍정적 해석과 신화뿐이었기에, 이에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 본 저서는 당시 대표적인 수정주의 저서였고 여러 상을 받게 됐다.
역사학을 바라보는 시선
한국 학계나 대중이 학문 용어를 잘못 이용하는 경우는 자주 있다. 역사학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수정주의’란 용어일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각 영역에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기존 역사학자들의 해석을 보강하거나 반박하면서 학문의 발전을 이뤄왔다. 이런 점에서 모든 역사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역사 해석에 도전하는 ‘수정주의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수정주의’란 용어는 6·25전쟁에 대한 1950∼1960년대의 전통주의적 해석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1980년대 브루스 커밍스 등의 ‘6·25전쟁’ 영역에서의 진보 역사학자들만을 통칭하는 매우 협의의 용어로 사용돼 오고 있다. 수정주의자는 ‘좌파 학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적 해석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 책은 역사학 연구가 단순히 지난 자료를 요약 종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역사적 해석을 보강 및 반박하는 수정주의여야 한다는 걸 알려준 저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무엇이 문제였는가?
본 저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준비하던 당시 미국과 영국 연합사령부의 작전회의록, 작전계획지도, 부대일지, 회고록, 양국의 상륙작전 교범 등을 중심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 계획이 어떠한 과정에서 수립되고 내부 논란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하게 기술한다. 그러한 점 때문에 작전지도나 부대편성표, 사진, 상륙작전 교범 내용 등이 많이 수록돼 있다.
1장은 대부분 의 병력이 상륙 전에 사망한 오마하 해변 전투에 대한 묘사다. 2장은 영국과 미국의 각각 다른 상륙작전 독트린의 차이점과 기원을 설명한다. 3장은 미국군과 영국군이 상륙작전계획을 만들면서 겪는 갈등을 설명한다. 4장은 영국의 유럽 전역에 대한 전략적 목표와 비전을, 5장은 이에 따른 몽고메리의 계획을 설명한다. 6장은 미국의 유럽 전역에 대한 전략적 목표와 비전을 설명한다. 7·8·9장은 해변 장애물과 지뢰제거 계획, 합동화력 계획, 이에 따른 보병 1사단의 전투계획을 설명한다.
본 책은 많은 2차 대전 책들이 다룬 막연하고 거창한 대전략·국제관계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영국군과 미국군이 사령부에서 실제 서로 다른 전략 문화와 전략적 목표의 차이, 독트린의 차이로 어떻게 갈등했는지, 어떻게 합동 및 연합 작전을 세웠는지 생생하게 설명한다. 이런 면에서, 본 저서는 현재 군사전략과 연합 및 합동작전을 계획·수립·실행하는 군인 및 군사전문가, 그리고 이를 교육하는 군사교육기관을 위해 매우 적합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영·미 연합군의 작전계획 수립의 어려움
본 책은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작전적으로 실패한 원인을 영국과 미국의 전혀 달랐던 상륙작전 독트린과 전략 문화에서 찾았다. 당시 영국은 제한된 국력과 전쟁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 다른 여러 나라처럼 적이 예상치 못한 시각과 장소에 전술적 기습의 최대 효과를 지향했다. 이를 위해 비록 제한된 화력 지원이라 할지라도, 밤에 상륙작전을 기습적으로 실시한다는 독트린을 실행해 왔다.
반면, 미국은 압도적인 국력과 전쟁 자원을 바탕으로, 공군과 해군의 화력이 적의 대부분을 소멸시킨 후에 지상군이 들어가 잔여 부대를 처리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이에 따라 아측의 인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압도적 화력 지원이 유리한 낮에 주로 상륙작전을 펼쳐왔다. 이렇게 완전하게 다른 두 나라의 전략 문화와 상륙작전 독트린은, 당시 화합과 조화를 중시하는 온화한 인품의 아이젠하워 사령관의 특성과 합쳐져, 결국 최종작전계획은 영국식도 미국식도 아닌 어중간한 시각에 어중간한 화력으로 상륙작전을 실행하는, 기계적 조화를 이룬 계획으로 결론 내려지게 된다. 당시 미국군이 훨씬 많은 전력과 자원을 갖고 영국과 유럽을 도우러 온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군은 사실 전쟁에서 미국보다 더 많은 경험과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작전계획 수립 시 항상 영국군의 의견이 미국군의 의견에 비해 영향력이 강했다.
실제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전 이탈리아에서의 상륙작전은 경험이 더 많았던 영국군이 작전을 주도해 성공하기도 했다. 본 저서에서는 독일군이 기존에 노르망디 상륙 계획을 인지했지만 동부전선에 70% 이상의 독일군 전력이 집중된 상황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등의 내용에 관해서는 간략히 소개만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영·미 연합작전이 현장에서 공통의 언어와 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갈등이 있었는지 작전계획 수립 과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맹군 간 연합작전 계획 수립의 과제
본 저서는 오늘날 한미 군사동맹에 있어 실제 현장에서 함께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훈련을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유추하게 해준다.
사실 어느 나라나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간에도 합동성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언어, 문화, 사고방식, 전략문화 및 조직문화가 다른 나라 간에 연합작전을 실행하는 것의 어려움은 상상하기 쉽다. 당시 같은 인종·언어로 구성된 영국군과 미국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군과 미국군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토의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훈련하고 때론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 장소가 반드시 한반도일 필요는 없다. 태평양과 알래스카, 캔자스나 하와이 등 다른 환경에서 함께 훈련하고 토의하는 것은 어떠한가?
김영준 교수
국방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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