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시즌2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 따라가다보니 알겠네 고대 전투에서도 문제는 보급이란 걸

입력 2019. 07. 25   17:52
업데이트 2019. 07. 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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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헤게모니 로마: 카이사르의 등장


때로는 협상 때로는 대립하는
갈리아·게르만족 상대하는 과정
기록 따르며 게임의 자유로움 살려 

 
보유 가능 식량 한계치 설정
주둔지서 떠나면 사기 ‘뚝’
원정 거리 비례해 식량 손실률 ‘쑥’ 

 
지역 확보하고 보급선 안전히 연결
현대전에도 유효한 전략적 의미

로마를 다룬 게임은 적지 않다. ‘로마 토탈워’ 시리즈는 섬세한 고증과 다이내믹한 전장 묘사로, ‘시저 3’는 로마제국을 구성하는 생산체계에 대한 다양한 연출로 호평받았다.
로마를 다룬 게임은 적지 않다. ‘로마 토탈워’ 시리즈는 섬세한 고증과 다이내믹한 전장 묘사로, ‘시저 3’는 로마제국을 구성하는 생산체계에 대한 다양한 연출로 호평받았다.
로마 군단병은 언제나 잘 싸우는 부대지만, 보급을 받지 못하면 야만족 경보병도 이기지 못한다.
로마 군단병은 언제나 잘 싸우는 부대지만, 보급을 받지 못하면 야만족 경보병도 이기지 못한다.
‘헤게모니 로마’의 중심은 원거리 원정에서 발생하는 보급 문제의 해결에 있다. 보급 거리가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플레이어의 갈리아 원정은 실패한다.
‘헤게모니 로마’의 중심은 원거리 원정에서 발생하는 보급 문제의 해결에 있다. 보급 거리가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플레이어의 갈리아 원정은 실패한다.
‘헤게모니 로마’의 중심은 원거리 원정에서 발생하는 보급 문제의 해결에 있다. 보급 거리가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플레이어의 갈리아 원정은 실패한다.
‘헤게모니 로마’의 중심은 원거리 원정에서 발생하는 보급 문제의 해결에 있다. 보급 거리가 길어질수록 줄어드는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플레이어의 갈리아 원정은 실패한다.

고대 유럽의 패자이자 중세 이후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한 로마는 군사적으로도 상당한 위명(威名)을 떨친 바 있었다. 개개인의 전투력에 기대던 고대 전투에서 선구적으로 집단의 유기적 대형을 통해 전술적 우위를 노렸던 로마군의 전쟁사는 수많은 기록을 통해 오늘날까지도 꽤 뚜렷하게 전해지는 편이다.

수많은 로마 전쟁사 중에서도 특히 빛나는 대목을 꼽으라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이다. 드넓은 영토에 걸쳐 수많은 부족이 포진한 갈리아(오늘날의 프랑스 지방)를 8년여에 걸쳐 평정한 카이사르의 업적은 그가 직접 쓴 『갈리아 전쟁기』를 통해 더욱 극적으로 그려진다. 정예 로마군을 이끌고 온갖 다양한 상황에 맞서며 갈리아 평정을 이루어낸 카이사르의 이야기는 21세기에 한 게임에 의해 무척 흥미롭게 재연된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을 뒤따르다

‘헤게모니 로마: 카이사르의 등장(Hegemony Rome: Rise of CAESAR)’은 화려한 그래픽과 방대한 데이터로 무장한 ‘토탈워’ 시리즈처럼 강렬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게임은 아니다. 인디 게임에 가까운 게임 그래픽은 상대적으로 AAA급 게임에 비해 소탈해 보이고, 게임의 볼륨 자체도 방대한 고대 유럽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이라는 역사적 사건 하나를 따라가는 정도에 머무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헤게모니 로마’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게임은 그동안 고대 로마의 전쟁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다루는 대신 특정 역사적 이벤트에 중심을 둠으로써 보다 실감 나는 측면들을 재현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헤게모니 로마’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를 통해 남긴 족적을 순서대로 따라가는 흐름을 취한다. 로마 정예군단을 모아 갈리아의 부족들과 게르만족을 상대하는 과정은 카이사르의 기록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게임적 자유로움을 놓지 않는다. 흩어져 있는 부족들과 때로는 협상하고 때로는 대립하며, 정예 로마 군단병 외에도 지역의 용병들을 매수해 전투를 치르는 과정은 실제 갈리아 원정 당시의 로마군이 취했던 모습들을 고스란히 비춰 낸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고대 로마군 시절의 주요 포인트들을 충실하게 그려낸다. 철벽 같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로마 군단병이 주력으로 활약하되, 투척병과 궁병이 후방에서 지원하고 넓은 평야라면 기병을 활용해 적의 측면을 노리는 ‘망치와 모루’ 전술이 전투 결과에 중요하게 반영된다. 전투에서 승리한 뒤 적의 패잔병을 추격해 노예로 삼아 각종 자원 생산에 활용하는 점까지도 ‘헤게모니 로마’는 충실하게 담아낸다.


고대의 원거리 원정은 얼마나 어려웠는가

‘헤게모니 로마’가 빛나는 지점은 그러나 전술적인 측면보다 전략적인 측면이다. 대형 개발사의 게임이 아닌 만큼 세부적인 전술의 디테일은 ‘로마 토탈워’ 같은 대형 게임만큼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게임은 전투를 만들어내는 전략적 국면의 재현에서 굉장히 독특한 연출을 보여준다. 바로 보급의 문제다.

게임 안에서 모든 병력은 각자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식량의 한계치를 갖는다. 주둔지나 숙영지처럼 식량의 보관이 가능한 곳에서라면 군량의 보유 여부는 문제되지 않지만, 주둔지를 떠나게 되면 보유한 식량은 그대로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주둔지를 출발할 때 가져간 군량이 떨어지게 되면 바로 군대의 사기가 저하하기 시작하며, 굶주린 지 오래되기 시작한 부대의 전투력은 제아무리 로마 군단병이라 하더라도 처참한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식량 생산지로부터 먼 거리로 원정을 나갈수록 보급의 문제는 골머리를 앓게 만든다. 게임 안에서 주력 도시에 많은 식량을 먼 도시로 보낼 경우, 거리에 비례해서 식량의 손실률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로마 대도시에서 먼 요새까지 식량을 수송할 경우 그 속도는 둘째치고 보낸 식량의 70%가 그대로 손실되는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그렇기에 단순히 적진으로 병력을 보내는 단기 결전의 이슈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보급을 확보하면서 전진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 지점에 적당한 보급 기지를 세우고, 새로 확보한 영토에서 추가로 식량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지 않으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없다는 점은 ‘헤게모니 로마’를 보급으로 전쟁을 읽는 게임으로 만들어 낸다.


게임이나 역사나 전쟁은 보급이 문제

실제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에서 보급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막강한 로마군이 고전하는 시점을 보면 대체로 현지에서 군량 보급이 되지 않는 순간들이었다. 갈리아 부족들의 성공적인 전략은 언제나 아군의 마을을 불태워 로마군의 현지 식량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식량 조달을 위해 로마군이 흩어지는 순간을 기습하는 방식이었다.

‘헤게모니 로마’는 『갈리아 전기』를 충실히 따르며 보급의 문제를 카이사르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전략의 중차대한 이슈로 상정한다. 전략적 목표에 급격하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확보하고 보급선을 안전하게 연결하며 나아가는 게임의 방식은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시절뿐 아니라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중차대한 이슈이기에 게임의 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의 의미를 지적한다. 한글화도 충실히 이뤄져 출시된지라 고대 전쟁사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부담 없이 플레이하며 갈리아 전기를 직접 진행해보는 즐거움을 만끽해볼 수 있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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