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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의 소중함

입력 2019. 07. 17   15:34
업데이트 2019. 07. 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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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문 상병 육군28사단 포병연대
오상문 상병 육군28사단 포병연대

‘전우’란 같은 부대에서 생활과 전투를 같이하는 동료를 말한다. 전우는 사회에서의 친구나 직장 동료와는 다르다. 부대에서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같이 웃고 힘듦을 나누며, 밥을 먹고 생활을 한다. 그러면서 공기처럼 익숙해지는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주위의 전우들과 때로는 다투고, 불편해하며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나와는 조금 다른 것이 마치 틀린 것처럼 서로 비난하기도 한다. 물론 부대에서 생활하는 전우들은 모두 살아온 삶과 환경이 전부 다르기에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평소에 내가 가장 힘들 때,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게 웃으며 본인의 부식을 나눠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가장 가까운 존재 또한 전우다. 전시에는 적과 마주할 때 내가 믿고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군에서는 한 공간에서 전우와 생활하며 추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단단한 전우애를 무의식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도 이런 생각을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전우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때는 군 생활이란 혼자서 주어진 업무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전우와의 관계에서도 형식적으로만 관계를 형성할 뿐, 진심으로 전우를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전우애를 일깨워준 계기가 있었다. 연대 전술훈련 중 나는 통신병 임무를 수행했다. 적 화학탄 공격으로 인해 지휘소를 이동해야 했고, 나는 선발대로 이동해 예비지휘소 통신망을 구성해야 했다.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통신병 임무가 숙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지휘소를 설치하고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멀뚱멀뚱 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통신선로 구축을 잘못하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 실수하는 나에게 화를 낼 법한 선임이 조용히 다가와서 묵묵히 도와주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혼자 힘들면 주변을 돌아봐. 너를 도와줄 간부님과 동료들이 많으니까. 같이 함께하는 거니까.” 신병이던 나에게 그 말은 큰 감동을 주었다.

그 밖에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가 업무에서 잦은 실수를 할 때 나를 도와주던 선임, 조용하고 말을 잘하지 못했던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말을 걸었던 나의 동기, 이러한 행동과 감정을 주고 싶었던 나의 후임들까지 생각하다 보니 전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결국, 나는 김춘수 시인의 꽃과 같은 존재였지 않았을까.

“나 혼자서는 따로 행복해질 수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이제는 전우에게 무심코 던졌던 비난과 불평을 그만두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우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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