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성공으로 가는 협상 전략

그들이 수준 낮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간다

입력 2019. 07. 17   16:21
업데이트 2019. 07. 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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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경제보복 대일 협상, 철저한 준비와 논리, 도덕적 정당성으로 압도하라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 모습.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 모습.

이웃 나라인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한·일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침략과 전쟁, 갈등을 반복하면서 역사적 악연을 맺어 왔다. 한국을 침략하고 온갖 비인도적 만행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도리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국제법으로 합리화하는 등 두 얼굴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일본의 수출규제를 한국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일본의 주요 언론과 정치권이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복 조치가 아니다”라고 딴청을 부리는 등 사태의 본질을 흐리며 한국에 대한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패전 후 잃었던 외교권 회복한 뒤 주변국에 억지 공세

태평양전쟁 이후 일본은 패전국이 되면서 패망했고, 이후 주권 상실에 따라 외교 자주권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서 미·일 강화조약과 안보조약을 체결한 일본은 외교권을 회복하고, 각국과의 배상·보상조약을 거쳐 외교관계를 새롭게 정비했다. 일본의 외교정책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축으로 하여 서방 각 국가들과 긴밀히 제휴하는 반공주의, 경제중심주의 외교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기시 노부스케 내각은 1957년 유엔 중심주의,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협조, 아시아의 일원으로서의 입장 견지라는 외교 3원칙을 발표했고, 이후 주변국과 갈등을 빚으며 일본 외교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수립됐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항의하는 일본산 제품 판매 중단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경제보복에 항의하는 일본산 제품 판매 중단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협상 문화

일본의 외교문법은 늘 ‘외압과 대응’이라는 틀로 진행돼 왔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반발→양보→타협’이라는 일련의 반복과정을 통해 대응했고, 이 같은 대미외교의 방식에서 수립된 협상 태도를 다른 나라들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패턴화했다. 협상학자인 다니구치 마사키 일본 도쿄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전후 무역협상 사례를 연구한 뒤 ‘미국의 압력 →일본의 전면 거부 →미국의 외압 강화 →일본의 양보 →절충적 타협’이라는 양상으로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강자인 미국에는 한없이 약하며 양보를 거듭하는 반면, 주변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압박과 갈등 국면을 통해 일본의 국력과 외교력을 과시함으로써 국익을 끌어올리는 패턴을 보여왔다.

일본은 상대를 압박해 자신들의 이익을 전면적으로 관철하는 강력한 협상 문화 탓에 매우 힘든 협상 상대로 분류된다. 일본은 과거사 왜곡에서 보듯 유리한 입장에 서거나 이를 고수하는 데 익숙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대안 제시 및 국제규범 부합성, 논리적 당위성, 도덕적 정당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


한국에 대해 강력한 압박으로 이익 추구

일본의 외교정책은 주변국을 압박하는 거칠고 자기중심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러시아 등 주변국과 영토 문제 및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과는 우리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해 일본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 등을 왜곡하며 사안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과거 1995년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와 일제 종군위안부의 존재 및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1993년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아베는 두 번째 총리가 된 이후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사를 부정하며 ‘한국 때리기’를 통해 반한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일본이 스스로 과거사 왜곡과 함께 최근의 터무니없는 경제보복 공세에 대한 반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중국 등 주변국과 함께 일본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에 맞게 공조와 협력의 정치를 펼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등 강력한 외교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일본을 설득하는 행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회의 초당적이고 협력적인 외교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 이념이나 이익에 따라 분열하는 것은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외교전에 패배하는 최악의 패착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일본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는 최대한 자제하는 한편 양심적인 시민사회와 학계 등 일본 시민들과의 교류협력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듣고 공감하라; 위기 상황서 협상 위한 대화하기
긴박한 상황 또는 위기 상황에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발생 사건의 92%는 뚜렷한 목표 없이 감정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다. 그런 점에서 상대의 감정적 문제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사건 해결의 단초를 잡을 수 있다. 다음은 위기협상 전문가 황세웅 교수가 『위기협상론』에서 제시한 위기 상황에서 협상 시 대화 원칙 12계명.

1. 상대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줘라.

2. 상대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라.

3. 해결책이 아니라 희망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라.

4. 상황 진행 속도를 늦추고, 가능한 한 시간을 지연시켜라.

5.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라.

6.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짓말을 하지 마라.

7. 당신이 상대를 도와주기 위해 이곳에 와있음을 인식하게 해라.

8. 비난하거나 평가하는 것을 삼가라.

9. 위기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유능한 협상가가 아니라, 상대의 가치와 감정을 존중하는 협상가다.

10. 대화를 통해 내부 상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라.

11. 요구사항이나 최종시한 등 중요한 정보를 기록해 둬라.

12. 최종시한을 설정하도록 해서는 안 되며, 상대가 최종시한을 되도록 명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홍국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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